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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은 매월 발행하는 반상회보 월간영암 1월 호 마지막 페이지를 통해 ‘영암형 농촌기본수당 1차 신청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전 군민 대상 20만원 지급 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신청 시작일은 1월 22일로 안내됐지만, 현재로서는 해당 일정에 맞춘 신청 접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범주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 및 재원 배포 정책에 대해 선거 영향을 우려하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농어촌기본수당 역시 예외는 아니다.
■ 공모 탈락 후 군비 단독 추진…선거 앞둔 선심성 정책 우려
농어촌기본소득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으로, 지방소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정책으로 추진돼 왔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공모를 통해 연천, 정선, 청양, 순창, 신안, 영양, 남해, 장수, 옥천, 곡성 등 10곳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들 지역은 주민 전원에게 매월 지역화폐로 15만원을 지급하게 된다.
영암군 역시 해당 공모에 참여했지만 선정되지 못했다. 이에 군은 국비가 아닌 군비를 투입해 자체적으로 영암형 농촌기본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영암군은 2026년 본예산에 전 군민에게 1인당 총 20만원을 지급하기 위한 농촌기본수당 상반기분 예산 53억원을 편성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지역을 지키는 모든 군민이 영암 발전의 동등한 주체이며, 기본적인 행복의 권리는 행정이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화해 보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모에서 탈락한 지자체들이 선거를 앞두고 자체 재원으로 기본수당 지급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를 문제 삼았다. 선관위는 1월 6일 공문을 통해 지급 대상과 지급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품 등을 제공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영암군은 지난해 7월 제정한 영암군 기본소득 지원 조례를 개정한 이후에야 지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미 반상회보가 11개 읍.면 곳곳마다 배포된 상황이어서, 주민 혼선이 불가피하다.
■ 조례 미비 지적…일정 전면 수정 불가피
현재 영암군 기본소득 지원 조례에는 지급 대상 범위와 지급 방식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이 점이 선관위가 지적한 핵심 사안으로, 군은 지급 대상과 지급액을 보다 구체적으로 조례에 명시해야 한다.
전남 지역에서 농어촌기본수당 지급을 추진 중인 지자체는 영암, 구례, 영광, 신안, 곡성 등 5곳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곡성과 신안은 정부 공모에 선정돼 국비 매칭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차질 없이 추진될 예정이지만 영암군처럼 자체 군비로 지급을 추진하는 지자체들은 선관위로부터 동일한 경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암군은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례 개정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오는 1월 26일 열리는 제322회 영암군의회 임시회에서 조례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조례 개정은 군의원 대표발의로 추진하면 공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7월 기본수당 조례에 대해 의원들이 동의한 만큼 개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면서도 “다만 반상회보에 고지된 신청 시작일이 1월 22일로 명시돼 있어, 각 읍.면 행정복지센터 현장에서는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읍.면 총무팀장들과 협의를 이어가며 혼선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군은 본래 1월 22일부터 2월 20일까지 약 한 달간 신청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조례 개정 절차를 거쳐 2월 초부터 약 2주간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1차 기본수당 10만원은 설 명절 전후 지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영암군은 상반기 농어촌기본수당 지급을 위해 53억원을 편성했으며, 하반기분까지 포함하면 연간 100억원이 넘는 군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기본사회 실현을 선도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군비 지원 없이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친 전 군민 재원 지급이 과연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초긴축 재정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본소득의 국.도비 매칭 지자체들조차 부담이 커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영암형 농어촌기본수당이 지방선거를 앞둔 일회성의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농어촌기본소득 국비 시범사업 지역 효과 ‘가시화’
기본소득 지원을 군비로 지급하는 영암군과 달리 국비 매칭으로 추진하는 10개 군에서는 정책 효과가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11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살펴보면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 선정 전후를 비교한 결과 10개 군 모두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기본수당이 지급도 되기 전부터 인구 유입의 효과가 드러난 것이다. 가장 큰 효과를 보인 곳은 신안군이다. 신안군 인구는 3만8883명에서 4만1858명으로 3개월 사이 7.6% 증가했다. 이 밖에도 영양군 5%, 정선군 4.8%, 남해군 3.8% 등 시범사업 대상지 전반에서 인구 증가 흐름이 확인됐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생활 안정과 정주에 대한 기대를 제공하며, 지역경제 회복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정부 공모에서 탈락한 뒤 자체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추진하는 지자체들의 경우, 정책 지속성을 둘러싼 한계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전북 진안군과 무주군은 공모 탈락 후 자체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하겠다 밝혔지만 세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재원 대책 없이 군비로 수백억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재정 건전성과 연속성 측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군의회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이처럼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본소득을 전면에 내세운 공약이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영암형 농촌기본수당 역시 정책의 취지와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보다는 선거를 의식한 정책 추진이라는 시선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2026.02.1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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