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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든을 넘긴 아버지 어머니와 지척에서 삽니다. 아버지는 지난해 교통사고를 겪으신 뒤,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고 트렉터에서도 내려오셨습니다. 공교롭게도 아버지와 20년 가까이 고락을 같이 해온 구보다씨(콤바인)도 일생을 마치고 고물상에 팔려갔습니다. 그렇게 지난 여름은 참 애잔했습니다.
제 어릴 적 아버지는 독천장에 가시는 날, 버릇처럼 고등어와 귤봉지를 매달고 오셨습니다. 여덟 살 가녀린 나이에 죽음의 문턱을 밟고 온 큰아들 걱정에 편한 날 없었던 아버지에게 고등어와 귤은 승리와 구원의 팡파레 같은 것이었답니다. “이것 먹고 견뎌내야 한다”. 그 큰아들이 살아서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는데 자식노릇보다 아빠노릇에 더 극성스럽습니다. ‘효도라는 것은 부모 살아 생전에 고등어 한 손이라도 사다 주며 자주 찾아뵙는 일’이라고 했는데 아버지가 기쁨 넘쳐서 하셨던 일을 자식인 저는 도무지 흉내조차 제대로 못내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제가 한눈팔지 않고 성심껏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아버지와 어머니 덕분입니다. 아버지는 평생 손발이 닳도록 농사에 힘쓰시면서도 자식들에게 이웃과 지역을 향한 애정과 다음 세대를 위한 헌신을 기꺼이 몸으로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진심어린 삶이 아들에게 이어지고 다시 후세로 흘러가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유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새해에는 영암 사람 모두의 삶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하루하루가 지금보다 덜 팍팍해지기를 바랍니다. 논밭에서, 시장에서, 일터와 가정에서 애써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길 위에 건강과 평안이 머물기를 기원합니다. 서로의 사정을 헤아리며 작은 온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 고장은 한 뼘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 올 한 해도 늘 하시는 일마다 무탈하시고, 가정마다 웃음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6.03.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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