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아닌 주민이 지역 미래 설계”…주민 싱크탱크 서영암발전연구소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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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행정 아닌 주민이 지역 미래 설계”…주민 싱크탱크 서영암발전연구소 출범

이만구 대표 “미래세대 위해 지역 변화.성장 이끌어 낼 것”
대불산단.현대삼호 배후도시 전략 부재에 대한 문제 제기
주민.학계 전문가 힘 모아 정책 만들고 행정에 직접 요구

대규모 산업단지를 품고 있으면서도 인구.상권.도시 인프라 측면에서 기대만큼의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된 지역 과제다. “왜 산업의 성과가 지역에 남지 않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서영암발전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본지는 연구소 설립을 이끈 이만구 대표를 만나 지역 현실에 대한 진단과 주민 주도 정책 운동의 의미를 짚어봤다. <편집자註>
 
서영암의 변화를 스스로 설계하겠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행정 주도가 아닌 주민과 전문가, 지역 사회가 함께 정책을 만들어내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서영암발전연구소가 그 중심에 섰다. 단순한 연구 모임이 아니라 지역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정책을 만들어 행정에 요구하는 ‘행동하는 싱크탱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12월 26일 서영암발전연구소 사무소에서 열린 창립총회에는 발기인 18명을 중심으로 회원과 지역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정관 승인과 임원 선출, 사단법인 허가 준비 사항, 향후 사업 계획 등이 심의됐다.
대표에는 이만구 삼호체육회장이 선출됐으며 임기는 3년이다. 이만구 대표는 연구소 운영과 연구 기반 조성을 위해 임기 내 약 1억원의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밝히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 삼호읍 승격의 기억에서 출발한 문제의식
 
이만구 대표의 지역 고민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03년 삼호면이 삼호읍으로 승격되던 당시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억한다. 행정구역이 바뀌는 만큼 주민 의식과 지역 발전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 삼호읍 승격을 계기로 토론회를 개최했고, 전문가와 인사들이 참여해 지역의 미래를 논의했다. 이후 삼호고등학교 설립 추진, 휴먼시아 아파트 조성, 우체국 집중국 유치 등 2000년대 삼호의 주요 기반 변화 곳곳에 기획과 추진 역할로 관여했다.
 
하지만, 삼호읍 번영회장으로 역임하던 당시엔 지역 현황 진단 토론회를 추진하려 했지만 여건상 성사되지 못했고, 한때는 지역 문제에서 손을 떼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의 활동은 이어졌다. 영암군 바둑협회장, 전남도 바둑협회장, 전남도 체육회 생활체육위원장 등 사회 활동도 꾸준히 이어왔지만, 스스로 전면에 나서는 일은 드물었다.
 
전환점은 2021년 삼호읍 파크골프 지회장 선거였다. “지역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뒤에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당시 150명 수준이던 회원을 700여 명까지 늘리며 조직을 키운 경험은, 주민 참여가 지역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 거대한 산업, 그러나 남지 않는 돈
 
그의 문제의식은 지역 경제 구조로 이어진다. 1985년 농사를 짓기 위해 삼호에 정착한 그는 이후 대불산단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들어서며 “지역이 자연스럽게 잘 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그는 대불산단과 현대삼호중공업 임직원들의 연간 총임금 규모가 수조 원에 이른다는 자료를 접하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영암군 한 해 예산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규모의 자금이 지역 안에서 소비.순환되지 못하고 외부로 빠져나간다는 판단이었다. 주거,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가 이를 붙잡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목포와 남악은 산업 배후 수요를 흡수할 준비를 해왔지만, 영암은 “가만히 있어도 될 것이라는 인식 속에 준비를 놓쳤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 지방자치의 주체는 주민
 
이 대표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주민 참여에서 찾는다. “정책은 누군가 위에서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 의견이 모여 정책이 되고, 그 정책이 지역을 바꾸는 것이 지방자치”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지역 사회가 지나치게 행정 의존적으로 변했다고 본다. 과거에는 주민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움직였지만, 지금은 행정이 해주기를 기다리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사회는 시끄럽고 복잡해야 에너지가 생긴다”는 그의 표현에는, 다양한 의견과 요구가 살아 움직이는 지역 사회가 곧 발전의 토대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 서영암의 구조적 문제와 첫 과제
 
그가 보는 서영암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미래 비전 부재다. 특히 삼호는 산업과 인구, 입지 조건 면에서 잠재력이 크지만 이를 담아낼 도시 계획과 생활 인프라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들어설 당시 전국 각지에서 젊은 근로자들이 유입됐지만, 양질의 주거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해 상당수가 목포.남악 등으로 빠져나갔다. “그때 삼호가 함께 개발됐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지금도 해남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개발 흐름이 인근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흡수할 구체적 준비는 부족하다고 그는 본다.
연구소의 1호 연구 과제는 2월 중 토론회를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연구 결과는 정책 자료로 만들어 군, 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 “주민 3천명의 힘으로 정책을 움직이겠다”
 
서영암발전연구소는 산업, 농업, 상업, 경제, 문화, 교육 등 전 분야에 대한 조사.연구와 정책 제안을 통해 실질적인 지역 발전 대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와 학계, 주민을 연결하는 구조 속에서 ‘작은 목소리’까지 정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토론회와 함께 회원 3천 명 이상을 모으는 것이 목표”라며 “이 힘으로 정책을 요구하고, 행정이 움직이도록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말처럼 서영암발전연구소는 하나의 단체 출범을 넘어, 지역이 스스로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산업은 있지만 도시 전략이 부족했던 삼호, 그리고 서영암이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만구 대표

▲이만구 대표 약력
세한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전) 전라남도바둑협회장
(전) 삼호읍번영회장
(현) 삼호체육회장
(현) 삼호읍 파크골프협회 지회장
이승우 기자 yanews@hanmail.net
키워드 : 창립총회 | 서영암발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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