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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에게 결혼은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서로의 가능성과 성실함을 믿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출발이었다. 대부분 월세나 전셋집에서 신혼을 시작해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하고 자녀를 키우며 삶의 터전을 일구어 왔다. 그 과정에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은 부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삶의 보람과 자부심이 되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때 경제력보다는 가정환경의 건실함과 당사자의 인품, 어려움을 이겨낼 의지와 책임감 등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경제력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부족한 부분은 결혼 후 함께 노력해서 채워가기보다는 결혼하기 전에 이미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조건을 갖추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높은 주거비와 양육비, 불안정한 고용환경 등 현실적 어려움을 생각하면 경제력을 중시하는 현상을 단순히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경제적 조건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결혼의 본질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결혼은 조건의 결합이 아니라 사람과의 만남이다.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경제력은 의식주를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부부 관계를 사랑으로 맺어주고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근본적인 힘은 아니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마음, 성실함과 배려, 책임감이 오랜 세월 평화로운 가정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재산은 언제든지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지만, 건강한 인격과 좋은 성품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삶을 안정되고 행복하게 이끄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결혼의 본질이 그러함에도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미루거나 포기한다고 하는데 경제력이 없어 결혼하지 못한다면 결혼은 축복이 아니라 청년세대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혼은 과연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져야만 가능한 것일까. 결혼은 평생을 함께할 인생 동반자와의 성스러운 만남이다. 그 만남의 기준이 경제적 수준이라면 결혼은 성스러운 인연이 아니라 자본과의 계약이고 경제적 파트너의 선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결혼을 지탱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 책임감이다. 배우자의 인격과 가치관보다 집안의 재산과 직업, 부모의 경제력을 우선시한다면 정작 평생을 함께 살아갈 사람의 본모습은 놓칠 수 있다. 아무리 경제적 조건이 뛰어나더라도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배려와 신뢰가 부족하다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는 어렵다. 반대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라도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그 가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건강한 가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결혼 풍조를 젊은 세대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우리 사회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취업난과 소득의 양극화, 평생을 모아도 이루기 어려운 내 집 마련 등이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결혼 풍조를 만들었다. 정부와 사회가 청년을 위한 화려한 정책을 홍보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구호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부들이 육아 부담 때문에 경제활동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열심히 절약해서 저축하면 언젠가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현실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인구절벽을 걱정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만 할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 주어야 한다. 현재의 형편보다 함께 만들어 갈 미래를, 경제적 조건보다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결혼문화가 자리 잡을 때 결혼은 희망과 설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6.09.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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