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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해당 예산이 “경상보조금이 아니라 공공기관 위탁사업비”라며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예산 편성의 실질과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법률적 의문은 오히려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명칭을 '보조금'에서'위탁사업비'로 정정했다고 해서, 그 예산이 편성.집행된 실제 과정까지 적법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앞선 취재에서 확인된 것처럼, 통합시가 해당 위탁비 편성에 대해 '타당'이라는 회신을 보낸 배경에는 “영암군이 사업 추진계획과 주요사항을 직접 결정한 뒤 위.수탁협약을 통해 재단에 사무를 대행시킨 경우에 한해 타당하다”는 조건이 전제돼 있었다. 여기에 더해 통합시 스스로 위.수탁협약 체결 시 과업지시서 작성이 “의무적인 행정행위”라고 답변했음에도, 영암군은 정작 협약 체결 과정에는 이 과업지시서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즉 군이 내세운 '위탁사업비'라는 명칭이 성립하려면 첫째, 군이 사업의 주요사항을 실질적으로 결정했는지 둘째, 그 결정에 따라 적법한 위.수탁협약이 체결됐는지 셋째, 협약의 필수 요건인 과업지시서가 갖춰졌는지가 모두 충족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영암군이 내놓은 해명자료를 항목별로 다시 짚어보고, 그 안에 담긴 법률적 쟁점을 하나씩 검토했다.
■ 군 경상위탁비 해명 통합시 '타당' 조건부 회신
본보가 전남광주통합시를 취재한 결과, 영암군 공공기관 경상적 위탁비 편성교부에 대해 통합시가 '타당'이라는 회신을 내놓은 배경에는 사실상 조건부 판단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결과 통합시는 영암군이 축제 추진계획과 주요사항을 직접 결정한 뒤, 위.수탁협약을 체결해 해당 사무를 재단 측에 대행시킨 구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명목상으로는 '타당'이라는 답을 내놓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여러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성립하는 제한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본보가 통합시에 영암군이 위.수탁협약 체결 당시 축제 관련 과업지시서를 확인했는지 질의했고, 이에 대해 통합시는 영암군이 위.수탁협약을 체결할 경우 과업지시서 작성은 의무적인 행정행위라고 스스로 답변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정작 영암군이 재단과 위.수탁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이 의무사항인 과업지시서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 스스로 “의무적 행정행위”라고 규정한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채 협약을 체결해 놓고, 정작 통합시의 질의에는 '타당'이라는 회신으로 넘어가려 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영암군이 자신의 답변대로 과업지시서를 의무 사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왜 이를 갖추지 않은 채 협약을 체결했는지, 그리고 이 사실을 알면서도 통합시에는 왜 '타당'이라는 답변으로 사안을 무마하려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쟁점① 명칭이 다르다고 실질도 다른가
군은 해당 예산이 '경상보조금'이 아니라 '공공기관 등에 대한 경상적 위탁사업비'라는 점을 반박의 핵심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예산과목의 명칭과 그 예산이 실제로 수행하는 기능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운용에서는 형식보다 실질을 기준으로 성격을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 통용되기 때문이다.
민선 8기 영암문화관광재단 설립 이후 매년 왕인문화축제 등 지역축제를 사실상 상시적.반복적으로 주관해 왔고, 그 운영비 또한 매년 유사한 규모로 편성돼 왔다면, 이는 '특정 단발성 사업의 위탁'이라기보다 재단의 고유 업무 수행을 위한 경상적 재정지원, 즉 보조금의 실질에 가깝다고 볼 여지가 있다.
재단설립 조례가 재단의 사업으로 '지역축제 추진 기획 및 운영.평가'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 역시, 축제 운영이 재단의 부수적.일회적 위탁 업무가 아니라 설립 목적에 내재된 '본연의 업무'라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다. 위탁사업비라는 명칭이 실질을 정확히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사후적으로 붙여진 정당화 논리인지는 협약서와 실제 사업 수행 방식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쟁점② '출연동의 절차 회피' 논란은 해소됐나
애초 편법지원 의혹의 핵심은 단순히 예산 명칭이 아니라, 재단에 대한 재정지원이 특정 절차적 통제를 우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데 있었다. 군 스스로도 해명자료에서 “공공기관 위탁사업비는 출연금이 아니어서 출연동의 절차의 대상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바꿔 말하면, 만약 같은 예산이 '출연금'이나 '보조금'으로 분류됐다면 지방의회의 출연 동의, 혹은 지방보조금 심의위원회 심사와 같은 별도의 사전 통제 절차를 거쳐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군은 이에 대해 “매년 본예산안에 사업별 예산으로 편성돼 군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친다”는 점을 들어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본예산 심의는 모든 세출 항목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반적 절차이지, 출연.보조 사업에 대해 별도로 요구되는 강화된 통제 절차와는 성격이 다르다. “출연동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설명이 오히려 “왜 이 사업만 강화된 통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가”라는 추가 질문을 낳는 대목이다. 예산과목 분류에 따라 적용받는 통제 수준이 달라진다면, 그 분류 자체의 적정성이 더욱 엄격하게 검증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쟁점③ 상급기관 회신의 '구속력'과 '공개 범위'
군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대한 공식 질의와 그에 대한 회신을 적법성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질의.회신은 통상 개별 사안에 대한 행정기관의 유권적 의견 제시 성격을 가질 뿐, 법원의 판단이나 감사기관의 감사 결과처럼 확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군의 해명자료에는 질의서와 회신 공문의 구체적인 내용에 “타당하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다”는 요약적 서술만으로는 실제 회신이 어떤 전제와 조건 하에 이뤄졌는지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렵다. 행정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당 공문을 원문 그대로 공개해 판단의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쟁점④ 사후 정산관리가 '사전 통제 미비'를 대체할 수 있는가
군은 회계법인을 통한 정산검사, 집행잔액.이자 반납, 경영실적평가 반영 등 사후 관리 체계를 상세히 소개했다.
이러한 사후관리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법률적으로는 '사전 통제'와 '사후 관리'는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보조금 관리 체계가 사업계획 심사, 교부기준 적용,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 등 지급 이전 단계의 통제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위탁사업비는 상대적으로 사전 통제 장치가 느슨한 대신 사후 정산으로 이를 보완하는 구조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사후 정산이 충실하다고 해서 애초 예산과목 선택 단계에서 더 엄격한 사전 통제를 받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근본적 의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쟁점⑤ 타 지자체 사례의 '동일성' 여부는 검증했나
군은 보령머드축제, 논산딸기축제, 수원화성문화제 등을 예로 들며 공공기관 위탁사업비를 활용한 축제 운영이 영암군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 사례가 영암군과 법적.행정적으로 동일한 구조인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위탁 대상 기관이 순수 민간위탁기관인지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인지, 재단의 설립 근거와 사업 범위가 어떻게 규정돼 있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위탁사업비'라는 예산과목 명칭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타 지자체 사례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실제로 군이 대표 비교 사례로 든 보령머드축제의 예산 구조는 영암군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령머드축제는 문체부.한국관광공사의 '글로벌축제 지원사업'(2026~2028년)에 선정돼 3년간 총 24억원의 국비를 확보했고, '로컬100'에도 선정돼 별도 국가 지원까지 받고 있다. 시가 재단에 단순히 내려보내는 위탁사업비와는 재원 성격 자체가 다르다.
논산딸기축제와 수원화성문화제도 마찬가지다. 논산딸기축제는 '2026~2027년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돼 국비를 지원받고 있고, 별도 공모를 통해 올해 국비 4000만원도 확보했다. 수원화성문화제는 '2024~2026 글로벌축제 공모사업'에 선정돼 3년간 매년 8억원의 국비를 받고 있으며, 특히 수원시가 축제 주최자로 참여하고 수원문화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구조다. 이는 영암군이 축제 기획.운영.평가를 재단에 위탁하고 군은 사업비만 지급한다고 설명한 구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결국 군이 제시한 세 사례는 '위탁사업비'라는 명칭만 같을 뿐, 국비 지원 여부와 규모, 축제의 주최.주관 구조, 지자체와 재단의 역할.책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다른 지자체도 위탁사업비로 축제를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 영암군의 예산 편성 방식이 정당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산과목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 재정 구조와 사업 수행 방식까지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세 지자체 사례 모두 공모사업을 통해 별도의 국비를 지원받는 공통점
정리하면 군이 '위탁사업비 활용의 보편성'을 입증하기 위해 제시한 세 사례 '보령머드축제', '논산딸기축제', '수원화성문화제'는 모두 국가 또는 공공기관의 경쟁 심사형 공모사업을 통해 별도의 국비를 지원받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런 국비 공모사업은 통상 사업계획서 심사, 성과지표 관리, 중앙정부 차원의 정산 절차 등 시.군 단위 위탁사업비보다 훨씬 촘촘한 사전.사후 통제를 전제로 한다.
여기에 더해 수원화성문화제처럼 지자체가 축제의 '주최'로서 직접 전면에 나서고 재단은 공동 주관자 중 하나로만 참여하는 사례까지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도 위탁사업비를 활용하고 있다”는 군의 설명은 재단에 대한 시비 지원 방식의 '예산과목 명칭'만을 부분적으로 일치시킨 비교일 뿐, 재정 구조는 물론 사업 수행 체계 자체가 서로 다른 사례들을 나열한 '선택적 비교'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영암군의 시비 편성분(위탁사업비)이 이들 지자체의 시비 편성분과 실제로 같은 방식인지를 확인하려면, 각 지자체 예산서상 해당 항목의 정확한 과목명과 금액은 물론, 협약서상 주최.주관 구조까지 함께 검증할 필요가 있다.
■ 통합시 ‘타당’ 회신, 무엇이 문제인가
본지 취재 결과 통합시가 과업지시서가 존재한다고 전제해 “타당하다”는 회신을 했다며 답했다. 이는 실제 사업 구조를 확인한 판단이 아니라 영암군이 제시한 전제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할 수 있다. 협약 당시 실제로 과업지시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통합시의 판단은 사업의 실제 구조가 아닌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한 셈이다.
따라서 통합시의 “타당하다”는 답변만으로 기존 예산 편성과 집행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는 어렵다. 과업지시서는 위탁사업의 핵심 문서다. 무엇을 맡겼는지, 사업 범위와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예산 집행과 정산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 문서가 없다면 재단이 군의 사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것인지, 군이 재단에 축제비를 지원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협약서에 ‘위.수탁’이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해서 실질까지 위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히 “통합시가 타당하다고 했다”가 아니다. “그 타당성 판단의 전제가 협약 당시 실제로 존재했느냐”, 그리고 “실질적으로 위탁사업이었느냐”를 먼저 따져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예산 편성과 집행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통합시가 타당하다고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타당성 판단의 전제가 실제로 존재했느냐이다. 전제가 틀렸다면 회신 역시 재검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본보는 이와 관련해 영암군의 공식 입장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갈 방침이며, 후속 보도를 통해 위.수탁협약 체결 경위와 예산 편성 과정 전반을 추적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경상적 위탁비 개념
공공기관.지자체 예산 목 분류상 용어로, 매년 반복.계속 발생하는 통상적 운영성 위탁 비용(청소.경비.시설관리, 전산유지보수, 정기 용역 등)을 말 하며 이 비목으로 편성 시 집행내역이 뭉뚱그려져 사업별 성과.실적 파악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축제 운영을 특정 업체.단체에 위탁하면서 이를 매년 '경상적'으로 편성하면, 수의계약 관행 고착화나 특정 위탁업체와의 유착 우려가 감사에서 지적되는 경우가 많아 원칙적으로는 매년 성과평가 후 위탁 필요성.방식(경쟁입찰 여부 등)을 재검토해야 하나, 경상적 비목으로 묶이면 이 절차가 생략되기 쉬운 구조로서 악용될 우려도 제기 되고 있다.
2026.09.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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