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을 생각하며

정기영 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2년 09월 21일(금) 10:40
방학이라 한가할 거라 생각한 캠퍼스에 방문한 지인들은 학교가 방학 중에도 매우 활발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매우 놀라곤 한다. 금년 여름에도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활발히 운영되었다. 중국현지대학원 프로그램의 대학원 학생들의 2주간 한국방문수업, 중국의 명문대인 정법대학생들의 한국경험프로그램, 지역사회 복지법인 교사들의 연수교육, 초·중·고교 교사 연수, 초·중·고생들의 영어마을 및 중국어마을 체험, 전국 중·고교 축구부 야구부, 태권도 선수들의 전지훈련 등 늘 지켜보고 있어도 캠퍼스의 역동성에 흐뭇할 때가 많다.
대학의 1차적인 역할은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길러내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의 기능이 추가된다. 특히 대학은 지역사회의 발전을 선도하는 출발점임과 동시에 지역사회 발전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지역공동체의 거점역할도 한다. 이런 복합적인 지역대학의 역할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대학을 평가한다면 그건 매우 위험한 판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젊어서 열심히 일했고 은퇴 후 평생 가보고 싶었던 대학에서 아들보다도 어린 학생들과 매일 즐겁게 공부하는 노년의 학생, 그토록 하고 싶었던 영어회화를 교양과목으로 듣고 이민 간 아들집에 방문해서 손자들과 영어로 대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이 노년의 대학생도 졸업 후에는 취업을 해서 대학의 취업률평가에 공헌을 해야 할까? 남도의 문화를 계승하는 희망과 젊어서부터 즐겨했던 남도소리를 좀 더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어 입학한 전통연희학과 50세 학생이 어떻게 건강보험공단 직장의료보험 대상자가 될 수 있을까? 또 이러한 지역문화 창달에 공헌하는 학과의 충원율이 100%가 되어야만 경쟁력이 있는 것일까?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현재 교회에서 하는 봉사활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하고 싶은 중년의 부인이 정규직 직장에 꼭 입사해야 할까?
위에 열거한 사례들은 최근 교과부의 대학 구조조정 과정이 단기적인 성과지표 중심으로 진행되고, 이에 따른 취업률이나 학생충원율 중심의 단순 지표 평가에 반발하는 지역대학의 많은 동료 및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문제점 들이다. 특히 평생학습의 연장선상에서의 지방대학의 교과과정은 더 이상 학령기 교육을 보충하는 소극적 차원이나 취미, 교양, 오락생활의 연결선 상에서 이해되던 시기를 지나 고령인력이나 여성 인력 그리고 은퇴자나 중·고령자의 삶의 만족도, 재취업 및 직업전환자의 노동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지방대학들이 노력하고 있는 분야이다. 하지만 그 성과를 단순히 취업률과 충원율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역 및 지방교육의 문제도 들여다봐야 한다. 위기이다. 지방대학의 경쟁력은 지역의 경쟁력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영향을 받기도 한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역기업이 발전하면 지역대학생들의 취업여건이 좋아지며 지역대학 교육도 훨씬 안정화 될 것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은 그런 점에서 절실하다. 지방대학, 지역대학을 붕괴시키거나 분열시키면 지역 경제와 지역 사회가 붕괴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학구조조정이 진행되어야 한다. 지방의 산업과 경제를 부흥시키는 가시적인 조치가 선행되었다면 오늘날 지방 그리고 지역대학이 이렇게 어렵진 않았을 것이다.
경쟁 시대라는 흐름은 피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옳다. 하지만 그 바탕에 문제가 있다. 대학교육 본연의 의미가 훼손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은 실제로 부실한 대학을 가려내고 시장의 평가를 받게 하자는 것이지 억지로 지표 기준을 맞춘 대학에 면죄부를 주고자 함은 아닐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아도 대학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리고 그 노력은 교육시장과 그 대학이 위치한 지역사회에서 철저하게 평가받을 것이다. 교육시장에 간섭하기 보다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오히려 규제를 풀며 교육기관의 법률적으로 잘못된 행위에만 법의 잣대로 심판하기를 바란다.
교육은 백년대계이다. 충격요법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충격이 다반사가 되면 둔감해지기 때문이다. 확고한 교육철학과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관점에서 대학교육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또한 정부의 대학정책은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닌 지역발전에 대한 문제인 만큼 전략적인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
(crose@db.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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