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피해 영암 대표특산물 어쩌나?

예년 수확량보다 80∼90% 감수, 수확도 벌써 끝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2년 09월 27일(목) 19:44
제15호 태풍 ‘볼라벤’과 제14호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영암의 대표특산물인 삼호 무화과와 금정 대봉감(떫은감)에 각각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군 집계에 따르면 떫은 감은 620ha 재배면적 전체에 파엽이 발생했다. 한창 출하해야 할 무화과 역시 277ha 가운데 221ha에 파엽이 발생해 사상 최악의 냉해를 입은 지난해보다도 더 큰 감수(減收)가 현실화됐다. 태풍피해가 심각한 영암 대표특산물의 현주소와 과제를 2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註>
강풍에 뽑히고 쓰러져 내년 농사도 후유증 클듯
농민들, “무화과 농업재해보험 대상 포함시켜야”
“노지 재배고 하우스 재배고 가릴 것 없이 올 농사 다 망쳤어요. 어림잡아 예년 수확량의 20%쯤 건졌다고 보면 대충 맞을 겁니다. 지난해엔 냉해피해가 심각했지만 올해에 비하면 풍년이었지 싶어요. 태풍이 지나간 뒤 나무에 달린 것이라도 수확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비까지 자주 내려 올 농사는 벌써 끝나버렸어요.”
삼호지역 무화과 재배농민들의 한결같은 탄식이다. 대농소농 가릴 것 없이 모두 올 무화과 농사는 ‘악몽’ 그 자체였다.
삼호 무화과 작목회 이연웅 회장은 ‘쌍둥이’ 태풍과 집중호우, 그리고 뒤이은 잦은 강우로 인한 피해액을 “예년 수확량보다 80∼90% 감수한 것으로 계산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회장 자신도 “올해 노지 3천600여평과 시설하우스 300여평에서 예년 수확량의 25∼30%정도 건진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 때문에 요즘 들어 삼호무화과정보화마을을 통해 주문이 쇄도하고 있으나 삼호읍내 전체를 수소문하고 그나마 괜찮은 시설하우스를 뒤져도 무화과가 없다. 이 회장이 삼호읍 재배농민들의 심정을 ‘체념상태’라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제 기댈 곳이라고는 정부인데 영 신통치 않다. 재난지수에 따라 복구비가 지급될 것이지만 피해액에 견주면 턱없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삼호읍 저두 무화과마을 박경희 회장은 내년 농사를 더 걱정한다. 박 회장 역시 올해 무화과 수확량은 예년의 20% 선이다. 전체 1만여평의 재배면적 가운데 2천여평에 달하는 시설하우스 수확을 먼저 한 뒤 노지 수확을 개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 착오라면 착오였다. 쌍둥이 태풍이 노지는 물론 시설하우스까지 쓸어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시설하우스는 총체벌레가 유난히 극성을 부려 품질이 신통치가 않았다.
박 회장은 시설하우스 태풍피해에 대해 군에서 조사를 해갔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다섯 동의 시설하우스 모두 흔들릴 정도로 파손돼 모두 다시 지어야할 상황인데 비닐하우스가 찢어진 한 동, 그것도 심하게 부서진 부분만 사진을 찍어가데요. 그 부분만 복구비를 지급한다는 얘긴데 참 주먹구구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복구비라고 지급돼 봐야 별 도움도 되지 않을 텐데 이런 식이라면 농민들 약 올리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박 회장의 걱정은 또 있다. 바로 내년 농사다. 무화과나무 상당수가 강풍에 뿌리가 뽑히거나 흔들린 상태로, 북돋는 작업을 하긴 했지만 올 겨울 추위와 내년 봄 냉해에 견뎌낼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무화과 시설하우스 재배농장인 ‘에덴동산무화과영농조합법인’ 김선호 대표의 경우 대다수 재배농민들의 형편에 비해 사정이 조금 나을 뿐이다. 올해는 총체벌레가 기승을 부려 상품성이 떨어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35동에 달하는 시설하우스 중 일부에 태풍피해를 입은 상태로, 수확량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이맘때 거의 매일 철야작업을 하다시피하며 50∼100박스씩 수확해 300∼400만원의 매출을 올렸었다. 하지만 올해는 2∼3일에 한번 작업을 하고 있을 뿐더러 한번 작업에 생산량은 10여 박스 내외가 고작이다. 매출액이 50만원도 채 안 돼 인건비로 지급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김 대표는 시설하우스 재배방법에 대해 “투자비가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수지가 안 맞다. 노지재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지난해 냉해에 이어 올해 태풍피해로 농사를 망친 삼호 무화과 재배농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무화과도 농업재해보험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것이다.
영암 삼호 무화과 작목회 이연웅 회장은 “전남농업기술원이 전남 21개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도내 55개 작목 753농가를 대상으로 2010년산 농산물 소득을 시설재배와 노지재배로 비교 분석한 결과 노지재배의 10a당 소득에서 무화과가 445만3천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면서 “가장 소득이 높은 작목을 농업재배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보험제도 자체의 취지에 비춰보아도 부당한 만큼 내년부터 당장 무화과도 농업재해보험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호 무화과가 대흉작을 기록하면서 최근 무화과 값은 속된 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8kg들이 한 상자에 6,7만원 정도로, 지난해 이맘때 2,3만원의 서너 배다. 그나마 물량도 거의 없다.
삼호출신 김철호 군의원은 “지금 무화과 재배농민들의 심정은 공황상태나 다름없다”면서 “시련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농업재해보험대상 포함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이 기사는 영암군민신문 홈페이지(yanews.net)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yanews.net/article.php?aid=1007637679
프린트 시간 : 2024년 10월 20일 01:2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