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문화축제 ‘2013 문화관광축제’ 탈락 의의와 전망

지역축제 ‘대명사’, 5년 연속 문화관광축제 선정영예에 먹구름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3년 01월 11일(금) 10:37
재미없는 인문축제 탈피 주민 자발적 참여 이끌어낼 전략 절실
5년 연속 문화관광축제로 선정, 지역축제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온 왕인문화축제가 ‘2013년도 문화관광축제’ 선정에서 탈락했다. 뿐만 아니라 2012년도 문화관광축제 가운데 최하위 5개 축제로 추락하기까지 했다. 축제 전반에 걸쳐 대수술이 필요해졌지만 군은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본보가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며 취재를 시작한 이유다.
■ 왜 탈락했나?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진흥과 이성선 서기관은 왕인문화축제의 탈락사유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적용한 모든 평가항목에서 최하위평가를 받았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2012년도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40개 축제(왕인문화축제는 ‘유망축제’로 선정됨) 가운데 탈락한 하위축제 5개 가운데 하나라고도 했다.
2013년도 문화관광축제 평가는 신규 축제의 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몰제’가 처음 적용됐다. ‘최우수축제’나 ‘우수축제’의 경우 3년 이상 연속 선정되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일몰대상인 9개 축제 가운데 4개는 한 단계 높은 상위등급을 받았고, 5개는 선정에서 제외됐다. 왕인문화축제가 5년 연속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기는 했지만 한 부문에 연속으로 선정된 바 없어 이 일몰제와는 관련 없다. 그야말로 축제의 콘텐츠와 운영, 발전성, 성과 등을 기준으로 한 축제 현장평가와 전문가 심사결과 모든 부문에서 최하위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탈락한 것이다.
■ 탈락사유① 재미없는 인문축제
2012년 왕인문화축제가 사상 처음으로 벚꽃이 개화하지 않은 채 치러져 흥행에 실패했고, 다음 축제는 개화시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본보 보도와 일부 군민들 지적에 대해 군은 “왕인문화축제는 벚꽃축제가 아니라 인문축제”라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인문축제의 묘미는 제대로 살렸을까? 평가위원들의 지적은 아쉽게도 ‘노(No)!’다. “역사적 인물중심의 축제이다 보니 청소년들에게 교육적 학습효과가 기대되는 프로그램위주로 짜여 져 너무 정적(靜的)인데다 지역축제가 반드시 지향해야할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노력도 부족했다”는 평가였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낸 2009년도 보고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탈일상의 재미’와 같은 축제의 기본적 기능을 위한 장치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나 ‘장소마케팅’ 전략 부재와 관광객 유치 프로그램의 미흡 지적 등이 그것이다.
5년 연속 문화관광축제 선정에 도취되었을 뿐 전문가들이 지적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결과가 이번 탈락사태로 이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탈락사유② 자발적 주민참여 부족
2009년도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축제 주관단체를 현재처럼 ‘영암군향토축제추진위원회’와 같은 임의단체가 아닌 재단 또는 사단법인 형태의 독립된 단체에서 추진하는 것이 축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도포제줄다리기’에 주민보다 학생과 군인까지 동원해 진행한 ‘옥의티’도 끄집어냈다. 현대 축제는 관주도가 아닌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여부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는 점에서 군이 귀 기울였어야 했다.
주민들의 폭넓고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지 못한 축제이다 보니 프로그램의 상품화 가능성도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메가 프로그램’인 ‘왕인박사 일본가오!’와 ‘올해의 왕인’ 선정이다. 왕인박사의 도일(渡日)행렬을 재현한 프로그램인 왕인박사 일본가오!는 국내 뿐 아니라 일본 관광객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는 획기적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현실은 ‘영암에만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년 선정하는 왕인 역시 그 참여범위를 축제에 대한 관심 유도 차원에서 전국으로 확대할 수도 있음에도 마치 ‘올해의 군민상’ 수상자를 선정하듯 지역 안에 머물렀다.
■ 탈락사유③ 주제와 슬로건만 바꾼 축제
최근 몇 년 동안 열린 왕인문화축제를 보면 일부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신설했다고는 하나 그 내용은 엇비슷했다. 이번 평가에 참여한 한 심사위원은 심지어 “매년 비슷한 프로그램인데 주제와 슬로건만 바꾼 듯한 느낌을 받았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푹 빠져들게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내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여러 프로그램에서 관주도의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지고 관으로부터 상업행위를 허용 받은 노점상들의 혼잡한 상행위 등은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축제를 거듭할수록 특정 프로그램을 개최한 장소가 명소화 되고 왕인박사와 관련되어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이 관심을 끌어야 하는데 이런 노력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 개선대책은?
2013년도 문화관광축제 탈락을 계기로 축제 전반에 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앞서 탈락사유로 지적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방안이나 축제 콘텐츠를 재미와 흥미,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보완하는 문제, 특히 현대 지역축제의 추세에 맞춰 ‘신명나는 한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그것이다. 당장 올해 축제부터 어렵다면 장단기적인 안목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결론을 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쩌다 보니 문화관광축제에서 탈락한 것”이라고 자위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 왕인문화축제는 더 설자리가 없어진다.
영암에서 태어난 왕인박사를 마치 신(神)처럼 모시는 일본 히라카타시와 간자키시와의 유대관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이뤄지는 양 지역 상호방문에 대해 방문단 구성에서부터 현지 활동에 이르기까지 그 폭을 확대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지금처럼 몇몇 인사와 계층에 국한된 상호방문이 계속되면 다수 군민은 영암군이 일본에서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축제 참여도도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다.
문화관광실을 높아진 위상만큼 제대로 운용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 종전처럼 정년 6개월 내지 1년 정도 남은 공무원의 승진자리여서는 군정 최대 역점부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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