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퍼레이드를 보면서

정찬열 군서면 도장리 출신 미국 영암홍보대사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3년 01월 11일(금) 10:50
매년 1월 1일 아침 여덟 시, 로스 엔젤스 패사디나에서 로즈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장미로 꽃차를 장식하기 때문에 로즈 퍼레이드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금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1890년 동네 행사로 시작되었는데 차츰 규모가 커져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새해 이벤트가 되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쌀쌀한 날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5마일(8.8km)에 걸친 퍼레이드 구간에 100여만 관중이 늘어서서 꽃차, 기마대, 마칭밴드가 지나갈 때마다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알다시피, 미국에는 200만이 넘는 한국인이 살고 있다. 그 중 절반인 100만 정도가 엘에이를 중심으로 서부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한국인이 로즈 퍼레이드에 참석한 선례가 없었다.
올해 제 124회 로즈 퍼레이드는 한국인에게 아주 특별한 새해 축제였다. 한인 청소년들로 구성된 한국 전통 마칭밴드가 행진을 하며 한국문화를 뽐냈기 때문이다.
이날, 42개의 꽃차와 23개의 마칭밴드, 그리고 21개의 기마대가 참여하여 제각기 독특한 모습을 자랑했다. 퍼레이드 중에 깜짝 결혼식도 있었고, 해외 파병 가족이 상봉하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거리를 누비는 수많은 서양 문화 속에서 한국 전통 마칭밴드는 독특한 의상과 특별한 음색으로 구경나온 사람은 물론, 티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2백여 명으로 구성된 마칭밴드는 전통 복장을 한 지휘자를 선두로, 50여명의 기수가 태극기를 앞세우고 피리를 불면서 등장했다. 그 뒤를 전통무용단이 우아한 한복차림으로 춤을 추며 거리를 수놓고, 다음으로 사물놀이 마칭밴드가 북, 장고, 꽹가리를 울리며 뒤 따랐다. 상쇠가 앞장서 한바탕 시원한 농악놀이를 펼치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한편 이 행사를 위해 엘에이 인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80여명의 우리 청소년들이 방과 후 6개월 이상 연습했다고 한다. 50여개 학교에서 지원자를 받아 구성된 마칭밴드가 이번 행사를 통해 미 주류사회에 한국 전통음악을 새롭게 인식시켰다. 엘 살바도르,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그들의 문화를 홍보하는 꽃차를 내보냈지만, 한국의 전통 마칭벤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또 하나 특별한 것은 미국 국방부 산하 한국전쟁 기념위원회가 출품한 ‘한국전 참전 60주년 기념꽃차’였다. 이 꽃차는 잊혀진 전쟁으로 불려온 한국전을 미국인들의 기억에 되살려낸 이벤트였다.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슬로건을 내건 국방부 꽃차에는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탑승했다. LA타임즈는 이 ‘기념꽃차’를 주제로 칼럼을 써서 한국전 참전의 의미를 되새겼다.
전 세계 2억 명 넘는 사람들이 티비를 통해 로즈 퍼레이드를 시청했다고 한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지구촌에 알리는 더할 나위없는 좋은 기회였다.
금년에 처음으로 전통 깊은 로즈 퍼레이드에 한국 마칭밴드가 참여하게 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위상이, 그리고 세계 속의 한국의 위치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는 확실한 증거이기도 하다.
2013년 새해에 기쁜 소식을 고향에 전해드릴 수 있어 뿌듯하다. 내 고향 영암의 맛깔스런 문화가 미국에 소개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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