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양만장 김성대 대표 '양만업계 종묘 해결'

미주산 뱀장어 치어 양식 성공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3년 05월 24일(금) 10:17
국내 뱀장어 양식업계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영암의 덕암양만장(대표 김성대)이 최근 국내 최초로 미주산(rostrata) 뱀장어 치어 양식에 성공하면서 실뱀장어 고갈로 고사위기에 처한 뱀장어 양식업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김성대 대표는 “지난해 1월 130만 마리의 미주산 치어를 입식, 절반 정도를 죽이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양식방법을 찾아내는데 성공했고 5차례 출하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찾아낸 방법은 ‘순환 여과조’ 방식으로, 먹이를 주는 사육조와 여과조를 분리해 용존산소 등 수조환경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양식방법이다. 김 대표는 이 양식방법을 통해 치어 65만 마리를 마리당 1㎏의 큰 고기로 키워냈다.
특히 키워낸 뱀장어는 최근 5차례에 걸쳐 시장에 본격적으로 판매됐으며, 맛도 극동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김 대표는 마리당 1천∼2천원에 입식한 130만 마리의 치어 가운데 65만 마리가 죽는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양만업계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노력한 끝에 기존의 양식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꿔 남은 65만 마리를 큰 고기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김 대표는 “한때 생산량이 2만t이던 뱀장어가 지금은 6천t으로 격감했다”면서 “이번 미주산 양식 성공으로 조만간 2만t, 3만t으로 늘어날 것이며, 그러면 값도 크게 떨어져 다시 국민 보양식품으로 각광 받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별인터뷰
국내 최초 미주산 뱀장어 치어 양식 성공한 덕암양만장 김 성 대 대표
입식한 뱀장어 치어 절반이나 폐사 악조건 딛고 거둔 쾌거
시기별, 종별 치어 입식가능 양만업계 종묘문제 완전 해결
‘순환 여과조방식’ 업계공유 … “국민보양식 지위 되찾을 것”
영암 덕암양만장 김성대 대표가 국내 최초로 미주산 뱀장어 치어 양식에 성공했다. 이로써 국내 뱀장어 양식업계는 상시 저렴한 뱀장어 치어 확보가 가능해졌다. 또 소비에 있어서도 ‘국민 보양식’의 지위를 되찾는 계기가 마련됐다. 1년여 동안 사활을 건 노력 끝에 전인미답의 새로운 뱀장어 치어 양식에 성공한 김 대표를 만나 그간의 사정을 들었다. <편집자註>
- 그동안 국내 뱀장어 양식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극동산(jaonica) 치어가 주를 이뤘습니다. 양식방법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는 미주산 치어 양식에 매달린 배경은 무엇인지요?
▲잘 아시다시피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은 민물장어는 인공부화가 어려워 전량 양식에 의존하고 있어요. 치어인 실뱀장어를 구입해 사료를 먹여 키우는 것이죠. 그러나 최근 들어 실뱀장어가 거의 잡히지 않고 있어요.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기후변화와 남획에 따른 자원고갈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금(金) 장어’를 넘어 ‘다이아몬드 장어’가 됐어요. 실뱀장어 값이 오르면서 생산현장인 양식장과 소비지인 음식점은 원가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비자들은 장어 맛보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양만업계를 이끌었던 한사람으로써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지난 1년동안 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뱀장어 치어 양식에 매달렸습니다.
- 실뱀장어 포획 및 가격현황은 어떤지요?
▲실뱀장어는 2009년에 15t 정도 잡혔지만 2010년에는 2.4t, 2012년에는 1.5t으로 줄었어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전국 장어 양식장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전남과 전북 등 호남지역 양만업계는 실뱀장어를 구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올라와 살다가 3∼5년이 지나면 바다로 돌아가 산란합니다. 장어는 강으로 올라오는 실뱀장어를 잡아 1년 정도 키운 것이지요.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실뱀장어를 대량 인공 부화하는 기술은 없어요. 일본이 인공부화에서는 가장 앞서가고 있는데 350마리를 부화하는데 성공한 정도입니다. 따라서 뱀장어는 인공부화가 아니라 어떻게 양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료라고 할 수 있는 실뱀장어 포획은 그만큼 중요한 일인데 남획과 지구온난화 때문에 씨가 말라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귀해진 실뱀장어는 1마리에 2009년 500원에서 2011년 3천원, 2012년에는 7천원까지 올랐어요. 올해는 마리당 5천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거래가 안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 소비상황은 어떻습니까?
▲실뱀장어 가격 상승이 장어 산지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죠. 민물장어 kg당(5마리 기준) 산지가격은 2010년 1만5천원이었지만 현재는 5만원 정도입니다. 장어구이 등 소비자가격도 크게 올랐어요. 민물장어 음식점 판매가격은 kg당 7만원 정도로, 네 가족이 민물장어를 먹으려면 10만원가량 소요된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장어 가격이 비싸고 생산량이 적으면 그만큼 귀해져 덩달아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실은 정반대인 것이지요. 장어 가격이 비싸니 소비를 줄이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거래가 중단되고 출하가 안 되는 등 심지어는 재작년산도 재고가 남아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 양만업계에서는 필리핀, 북미, 아프리카산 실뱀장어 사용이 늘고 있지만 폐사율이 70%로 높기 때문에 대량 양식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온 것으로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주산 실뱀장어 양식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40년째 해결 기미가 없는 인공부화에만 매달린 뱀장어 양식 종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지요. 제 입장에서는 지난 1년이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무모한 도전인 셈이지요. 잘 아시다시피 미주산(rostrata)은 그동안 일부 양식장에서 시도하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우리나라에는 맞지 않는 품종으로 여겨져 왔어요. 습성이 까다로워 양식이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지요. 당연히 우리나라 뱀장어 양식하면 일본을 중심으로 한 극동산(jaonica) 치어가 주를 이뤘고, 극동산 뱀장어가 가장 품질이 좋은 것으로 잘못 알려질 정도가 된 것이지요. 이번에 제가 미주산 뱀장어 치어 양식에 성공한 것은 치어 고갈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을 타개했다는 의미 뿐 아니라 뱀장어가 극동산 뿐 아니라 미주산 등 세계적으로 18종에 달하고 있고, 맛에 있어서도 기존 극동산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보람 있는 일로 여깁니다.
-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한 줄 아는데 어떤 과정과 양식방법을 거쳤는지요?
▲지난해 1월 미주산 뱀장어 치어 130만 마리를 입식해 양식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국내 뱀장어 양식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극동산 치어가 주를 이뤘고, 미주산 등은 앞서 언급한대로 일부 양식장에서 시도하다 실패를 거듭해온 터여서 한국에 맞지 않는 품종으로까지 여겼습니다. 습성이 까다로워 양식이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주산을 키워 본 사람이 없어 물어볼 곳도 없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마리당 1천∼2천원에 사온 치어 65만 마리가 죽어버렸습니다. 순식간에 수십억원을 날린 셈이지요. 후회도 많이 했어요. 그러나 어쩝니까. 올해 1t도 나오지 않는 등 극동산이 고갈된 상황에서 한계에 봉착한 뱀장어 양식업의 활로를 여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 결과 밝혀낸 것이 기존의 양식 방법으로는 미주산 양식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양식방법을 이른바 ‘순환 여과조 방법’으로 바꿨지요. 먹이를 주는 사육조와 여과조를 분리해 용존 산소 등 수조 환경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양식 방법입니다.
- 새로운 양식방법으로 키워낸 장어가 양식장 곳곳에 있던데 앞으로 생산 및 소비전망은 어떤지요?
▲새로운 양식방법으로 남은 65만 마리를 마리당 1㎏의 큰 고기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생태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주산 뱀장어 치어 양식에 성공한 것이지요. 이는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앞서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뱀장어 양식의 종주국의 지위를 차지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보아도 됩니다.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출하도 했습니다. 맛도 극동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그 품질은 일본에서도 인정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뱀장어 양식업계를 전망한다면?
▲지난 3월부터 미주산 뱀장어 치어 150만마리를 새로 입식했습니다. 극동산보다 양식 기간이 2개월 정도 길지만 종묘 걱정이 없고 양식 방법을 알고 있어서 마음이 놓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양어장 시설을 미주산 치어 양식에 적합하도록 업그레이드 하고 있습니다.
미주산 뱀장어 치어 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양만업계의 문의와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기술적인 조언을 해줄 작정입니다. 위기에 처한 양만업계를 살리자는 뜻에서 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서 성공한 일인 만큼 양만업계 모두가 공유할 기술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번 미주산 뱀장어 치어 양식 성공은 부화에만 의존해오던 종묘 문제가 완전 해결됐다는 점과 이제는 시기별, 종별 입식까지 가능해져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대표 양식 품종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성공을 계기로 치어 고갈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뱀장어 값이 조만간 안정을 찾는 계기도 될 것이고, 이 때문에 문을 닫은 전문식당이 속속 개업하면 뱀장어가 국민 보양식으로 다시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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