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식Ⅲ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3년 06월 14일(금) 10:39
‘5·18’과 같은 역사적 진실이 뒤죽박죽된 현실에 참담해하는 동안 수년전 한 일간지 칼럼에 인용했던 글이 떠오른다.
‘이승만 건국대통령은 우리 민족에 자유를 선물했다. 탁월한 외교력으로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한미동맹을 체결했다. 그 결과 70년대까지 GNP 대비 4%대의 국방비 지출 및 절감을 통해 경제개발 우선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현재의 경이적인 대한민국 국가발전은 2차대전 후 다른 나라들의 엄청난 국방비 지출(GNP대비 10~20%)과 비교되는 우리나라 국방비 절감이 그 배경이다….’
그냥 作文이 아니라, 한 보수단체 대표가 이승만 전 대통령 44주기 추모식에서 공식적으로 낸 논평이다. 참 생뚱맞다는 느낌이겠으나, MB정권 이후 점점 그 입지를 넓혀온 소위 ‘뉴 라이트’의 역사관이자, 최근에는 교육부의 검정심의까지 통과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까지 담길 내용인 점에서 충격적이다.
한국현대사학회 같은 뉴 라이트의 역사구분은 1948년부터 시작된다. 1960년까지가 ‘건국의 시대’다. 이후 ‘개발의 시대’(1961-1987)와 ‘민주화의 시대’(1988-2007)를 지났고, 지금은 ‘선진화의 시대’(2008-현재)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이 수세대에 걸쳐 누린 모든 혜택은 이 전 대통령의 탁월한 외교력과 한미동맹의 결과다. 이들에게 친일행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부끄러운 역사의 청산에 실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이는 이런 식의 뒤틀린 주장은 수많은 광주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이 ‘민주주의 발전의 초석’인 데서도 목격된다. 역시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잊은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일까? 역사인식엔 다양한 시각과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오죽하면 E. H. 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보았겠는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땅히 청산했어야할 부끄러운 역사를 화합이라는 미명아래 덮어둔 결과가 초래할 암담한 미래다. 과거와 현재가 다투면 미래가 없다는 말은 틀렸다.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청산이 없으면 현재뿐 아니라 미래도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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