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대표작목 지위 잃나?

노지이어 시설재배도 총채벌레 피해 심각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3년 07월 26일(금) 10:32
해마다 소득격감에 농민들 대책마련 호소
“재해보험 대상선정, 기술개발 발등의 불”
‘영암 무화과’가 노지재배의 경우 최근 4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재해 피해가 발생한데 이어, 시설재배의 경우도 2년 연속 병충해 때문에 수확량 급감은 물론 품질저하가 불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대로 가다간 ‘지리적표시 제43호’이자 영암군의 대표 과수작목의 지위마저도 위태롭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노지재배 무화과의 재해 피해는 지난 제218회 영암군의회 정례회 군정 질문답변을 통해 확인됐다. 군의 답변 자료에 따르면 영암지역에서는 올해까지 최근 4년 동안 각종 재해로 인한 피해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2010년에는 128농가가 94ha에 냉해를 입었고, 2011년에는 270농가가 154ha에 역시 냉해를 입었다. 2012년에는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재배농가의 대부분인 652농가가 193ha에 피해를 입었다. 올 들어서도 161농가가 101ha에 냉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군 관계자는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 상 시설물은 피해액을 산정하나 무화과 등 농산물에 대해서는 피해액을 산출하지 않고 면적만 조사해 복구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며 정확한 피해규모를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재배농민들은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각종 재해 피해로 농가 경영 상태는 거의 초토화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올해도 “수확시기가 예년보다 10여일 늦춰지고 생산량 및 품질 역시 예년 같지 않을 것”으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노지재배 무화과가 최근 4년 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재해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전남지역 노지작물 가운데 10a당 최고 소득 작물이었던 무화과는 그 지위를 상실했다. 전남농업기술원이 도내 21개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55개 작목 753농가를 대상으로 2010년산 농산물 소득을 비교분석한 결과 무화과는 10a당 445만3천원으로 노지재배작물 중 최고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최근 전남농업기술원이 발표한 도내 주요 농산물에 대한 수익성 조사결과에서 무화과는 10a당 321만원으로 무려 100만원 이상 줄어 복숭아(525만원), 사과(395만원), 포도(326만원) 등에 크게 못 미쳤다.
노지재배보다 수확기간이 더 길고 10a당 수량에 있어서도 더 많아(노지 1천500kg, 시설 2천kg) 한 때 각광을 받았던 시설재배 역시 큰 난관에 봉착해 있다. 지난해 시설재배 무화과 농장을 거의 초토화했던 총채벌레 올해도 극성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무화과 시설재배농인 삼호읍 산호리 ‘에덴동산 무화과 영농조합법인’의 김선호 대표는 “지난해 전혀 소득을 못할 정도로 피해가 컸기 때문에 시설하우스 내 소독 및 친환경 방재작업에 철저를 기했지만 불량품이 여전히 섞여 나온다”면서 “거래처에 이를 감안해 물량을 더 얹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경우는 그나마 총채벌레 방재에 성공한 극히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삼호읍내 무화과 시설재배농민들의 지적이다. A씨는 “노지와 시설을 함께하고 있는데 노지는 냉해로, 시설은 총채벌레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왜 무화과를 택했는지 후회막급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무화과 재배농민 B씨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무화과를 계속 재배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을 정도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특히 노지재배의 대안으로 꼽혀온 시설재배의 경우 병충해를 피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태여서 농민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영암군의 대표 과수작목인 무화과가 이처럼 난관에 봉착해 있는데 대해 삼호읍 출신의 두 군의원인 이보라미, 김철호 의원은 농작물 재배보험 대상작물 포함과 재배기술 및 다양한 가공상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 의원은 “무화과가 농작물 재해보험 대상품목이었다면 2010년 13억8천700만원, 2011년 43억원, 2012년 67억원 등 3년 동안 줄잡아 120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재배농민들이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무화과가 10년 뒤, 20년 뒤에도 영암군의 대표 과수작목으로 계속되기 위해서는 각종 재해로 인해 영농을 포기하는 농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재해보험 대상품목 선정을 위한 특단의 노력을 주문했다. 시설재배에 대해 김철호 의원은 “군이 그동안 클러스터사업단 등에 투자한 액수의 절반만이라도 기술개발 및 가공상품 개발에 투자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무화과를 영암의 대표과수작목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예산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영암지역 무화과 재배는 삼호읍을 중심으로 637농가가 315ha에서 3천600톤을 생산, 전국 생산량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이 중 시설재배는 80농가 26ha에 달한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이 기사는 영암군민신문 홈페이지(yanews.net)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yanews.net/article.php?aid=1173793990
프린트 시간 : 2024년 10월 19일 23: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