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감 냉해피해 연구용역 무산 의미와 전망

분석결과 모두 장흥댐과 인과관계 못찾아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3년 09월 13일(금) 11:33
장흥댐 담수로 여름기온 2도 하강 4월 기온 1도 오히려 상승 분석
대봉감 피해는 해마다 반복…군·재배농민들 예방대책 머리맞대야
장흥댐 건설에 의한 기후변화와 금정면 대봉감의 봄철 저온피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이에 따라 군이 계획한 금정면 대봉감 저온피해와 장흥댐 간 관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용역과제는 실효성(實效性)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지난 2011년 금정면 사회단체가 한국수자원공사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이번 판단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장흥댐 담수로 인한 영향이 없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대봉감은 그동안 2006년부터 거의 매해 냉해피해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와 무관하게 냉해에 대한 원인규명과 피해예방대책이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인 점에서 이번 용역 무산은 군과 재배농민들에게 새로운 과제만 부여한 셈이 됐다.
■ 대봉감 재배 및 피해현황
영암지역에서 대봉감(떫은감)은 모두 1천61농가가 총 813ha의 면적에 재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정면에서는 710농가가 600ha에 재배하고 있다. 생산량은 2010년 기준 9천613톤으로 생산액은 226억원에 달한다.
군이 조사한 대봉감 저온피해현황에 따르면 장흥댐 담수 전인 2005년 이전에는 저온 및 서리피해 발생이 보고된 바 없는 반면, 담수 이후인 2006년 봄부터 갑작스럽게 저온 및 냉해, 서리 피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2006년에는 5월12일부터 6월3일까지 저온피해로 381농가가 320ha에 3억8천900여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고, 2009년에는 302농가가 264.5ha에 3억7천5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또 2010년에는 10월1일부터 5일까지 저온피해로 392농가가 477.3ha에 3억9천300만원, 10월 서리피해로 334농가가 460.5ha에 3억8천400만원의 이중피해를 입었다. 2011년에도 1월부터 2월까지 냉해로 290농가가 378.3ha에 5억1천509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4월 290농가가 365ha에 냉해를 입어 3억2천565만1천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장흥댐 담수 이래 올해까지 피해액이 23억7천700여만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대봉감 생산량은 2010년 9천613톤에서 2011년 4천871톤으로, 생산액 또한 2010년 226억원에서 2011년 101억원으로 각각 반쪽이 되는 등 금정 대봉감 재배농가들의 소득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 대봉감 용역 어떻게 이뤄졌나?
대봉감 재배농가들의 피해가 이처럼 반복됨에 따라 2011년12월 금정면 사회단체가 한국수자원공사에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댐 건설로 인한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대봉감 피해 용역조사 실시 및 피해보상 등을 요구한 것.
수자원공사는 이에 대해 댐 건설로 인한 피해를 입증한 사례가 없다며 사회단체의 요구를 일축했고, 사회단체는 군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대봉감 냉해피해 대책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특히 군은 재배농민들의 요구를 적극 받아들여 2012년6월 제1회 추경에 용역조사비 1억원을 반영하고, 구체적인 용역실시방안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의견조회 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2년 11월과 지난 1월 의견회신 및 고충민원 처리결과 회신을 통해 조사에 수반되는 최초 비용 외에 추가비용에 대해서는 영암군과 한국수자원공사가 50%씩 부담하고, 장흥댐 담수화에 따른 대봉감 피해 원인조사가 필요하며, 그 결과에 따라 피해방지 지원사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예비조사용역이 시작된 배경이다.
특히 이 예비조사용역은 2006년 이후 발생한 금정면 대봉감 재배농가의 기상재해와 인근 장흥댐 담수 간 관련 가능성을 사전 검토해 대봉감 생육에 미치는 장흥댐 담수영향평가용역의 실시여부를 판단할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실시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 예비조사용역 결과 및 의미
용역을 의뢰받은 (사)한국농림기상학회는 장흥댐 담수 전과 후의 대상지역에 대한 국지기상 및 작물생육자료가 확보되어 있지 않아 실제 피해검증실험은 불가능한 상황임을 감안해 컴퓨터 모의에 의한 가상실험을 위주로 하되 가용 실측자료에 근거한 분석을 통해 보완하는 방법을 썼다.
이를 위해 기상학회는 경희대 농업기상연구실 윤진일 교수팀과 부경대 기후모델연구실 오재호 교수팀 등 수치대기모의와 실측자료분석 등 두 팀으로 나눠 연구에 나섰다. 특히 연구대상지역은 ‘금정면을 포함하는 가상의 장흥댐 인공호수 영향권’과 ‘영향이 전혀 없는 대조권역’으로 설정해 두 종류의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수치모의실험에서는 ‘장흥댐이 없을 때나 있을 때나 금정면의 평균기온에는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또 실측자료 분석결과에서도 장흥댐 담수 후 여름철 기온은 최대 2도까지 하강한 반면 4월에는 오히려 1도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장흥댐에 의한 기후변화와 금정면의 대봉감 봄철 저온피해 사이에는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대봉감 저온피해 용역을 추진할 실효성이 없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기상학회의 이 같은 결론은 한국수자원공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할 근거자료를 찾는 일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함을 뜻한다. 기상학회가 관련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가졌다는 점에서 재배농민들이 연구결과를 받아들이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더 이상 연구용역을 진행할 다른 기관을 찾기는 사실상 어려워진 까닭이다.
군 역시 현 단계에서 용역을 계속 진행할 수 없다고 보고, 기상학회가 권고한대로 농촌진흥청에 ‘대봉감 작물의 기상재해 영향’에 대한 연구 과제를 건의하는 한편 봄철 저온피해예방을 위한 시설확충 등에 노력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예비조사용역결과로 문제가 완전해결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음이다.
군은 군대로 기상재해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야할 것이고, 재배농민들은 재배농민들대로 기상재해든 장흥댐 담수영향이든 보다 정확한 근거자료들을 꾸준히 수집하는 등의 노력이 더욱 절실해졌음을 뜻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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