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유통체계 잡혔다

삼호농협, 올해 첫 무화과 생산 전량수매 효과 톡톡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3년 10월 04일(금) 09:30
가격 지지효과 뚜렷…재배농가들 소득보장 함박웃음
가격이 들쭉날쭉하면서 중간상들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던 영암 무화과의 유통체계가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삼호농업협동조합(조합장 황성오)이 올해 처음으로 무화과에 대해 생산 전량 수매에 나선 결과다.
특히 기상여건 등에 따른 홍수출하와 무관하게 거의 일정가격으로 수매가 이뤄지면서 고소득을 보장 받게 된 재배농가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또 그동안 생산농가와 개별접촉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면서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원인이 되어온 중간상들의 개입이 거의 차단되는 효과를 낳는 등 진즉에 실현되었어야 할 무화과 농업의 주요 과제들이 이제야 해결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까지 내려지고 있다.
영암 삼호지역 무화과 재배농민들에 따르면 삼호농협은 ‘농협이 주도하는’ 무화과 유통체계 구축과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무화과 유통 중장기 사업계획’(2013∼2015년)을 세우고 올해 처음으로 무화과 생과 전량 수매에 나섰다.
수매목표는 200톤으로, 지난 9월30일 현재까지 수매량은 100여톤에 이른다. 올 여름 극심한 가뭄과 지난해 잦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 여파로 생산량이 다소 줄어 목표물량을 다 채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삼호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호농협의 무화과 수매가 이뤄지면서 두드러진 첫 성과는 ‘가격안정’이다. 현재 삼호농협 무화과 수매가는 2kg들이 한 상자에 1만1천(상품)∼1만원(중품)선. 수매가 시작된 지난 8월19일 1만3천500∼1만2천원선에서 시작한 수매가는 수매기간 내내 거의 1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수매업무를 맡은 삼호농협 박일홍 과장은 “무화과는 비가 내리면 쳐지는 등 출하에 문제가 생겨 홍수출하 되는 등의 어려움이 간혹 있지만 이로 인해 큰 애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면서 “광주 각화동 도매시장에서 다른 지역 무화과 경매가격이 6천원선까지 폭락했을 때에도 삼호농협 수매가격은 1만∼9천원선을 유지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름 아닌 무화과 주산지 농협이 안정된 단가에 생산 전량을 수매한 탓(?)에 냉가슴을 앓게 된 쪽은 중간상들. 올 초 재배농가들과 계약한 몇몇 유통업체들은 계약대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중간상들은 종전방식대로 재배농가와의 개별접촉을 통해 가격을 후려치는 등의 행태를 반복하기 어려워졌다. 갑을관계에서 매번 ‘을’이었던 재배농민들이 이번에는 ‘갑’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이로 인해 무화과 집중출하 때가 되면 삼호읍 등 영암지역 도로 곳곳에 진을 쳤던 노점판매상도 크게 줄어드는 효과도 낳고 있다.삼호농협 무화과 수매의 가장 큰 성과는 최근 몇 년 동안 냉해와 태풍피해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무화과 재배농민들에게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게 만든 점이다.
재배농민들은 그동안 시중가격이 올랐음에도 중간상들이 요구하는 대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하해야 했다. 고정거래처의 경우는 내년 이후의 유통문제를 감안해 부당한 요구조건이라도 감수하며 출하에 응해야 했다. 어쩌다 값을 더 쳐주겠다는 중간상이라도 있다면 당연히 이에 응해야 했다. 하지만 삼호농협의 수매가 시작되면서 재배농민들의 이런 고충은 거의 사라졌다. 중간상 또는 고정거래처가 제시하는 가격보다 수매가격이 훨씬 높고, 출하하고 싶은 물량 전부를 수매에 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설하우스 500평과 노지 1천평 등 모두 1천500평 규모의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는 임등규씨는 “삼호농협이 앞장서서 무화과를 수매함으로써 가격이 일정 선으로 유지되는 효과가 발생했고, 재배농민들 입장으로서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유통업체들을 선택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고소득을 올릴 기회로 이어졌다”면서 “진즉에 했어야할 역할인 점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이제라도 삼호농협이 제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호농협은 올해 첫 시행한 무화과 수매가 이처럼 유통체계와 질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됨에 따라 중장기사업으로 주산지인 삼호읍에서 산지공판장을 운영함으로써 무화과에 대한 가격결정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삼호농협 황성오 조합장은 “생산자단체들과의 유기적인 상호협력관계 유지를 통해 농협 주도형 유통체계 구축과 유통질서 확립에 나섬으로써 무화과 생과의 산지 출하가격 지지와 안정적 판로방안을 강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특히 경제사업 활성화를 통한 판매농협 구현과, 무엇보다 전국 무화과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생산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해 중장기사업으로 산지공판장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이 기사는 영암군민신문 홈페이지(yanews.net)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yanews.net/article.php?aid=1205585180
프린트 시간 : 2024년 10월 19일 21:3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