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대회 이대로 좋은가?

4년차 대회 성공개최 불구 ‘남의 집 잔치’더욱 고착화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3년 10월 11일(금) 10:32
‘2013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끝났다. 대회 진행이나 교통·숙박 인프라 모두 한결 무난해졌다는 총평이다. 총 관중수는 15만8천16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대회 수준(16만4천152명)에 육박한다. 반면에 정부와 대기업의 외면 속에 치러지면서 올해도 적자규모는 200억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지난 대회 때와 같다.
그렇다면 대회 개최지인 영암군민들에게 올 F1 대회는 어떤 느낌일까? 우선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하지만 ‘남의 집 잔치’라는 느낌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간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삼호읍민들은 ‘영암서킷(KIC)’ 자체가 점점 더 ‘골칫거리’가 되어간다고 말한다. 해마다 수십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잔치가 벌어지지만 막상 피부로 느껴지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데다, 경주장에서 연중 240일이나 행사가 벌어지면서 소음공해가 더는 참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 F1 대회와 동시에 영암에서 개최된 행사는 월출산 도갑사에서 열린 도선국사 문화예술제가 유일하다. 그 어느 해 행사 때보다 많은 관광객이 몰렸으나 함께 개최된 F1 대회의 영향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대회 개최에 필요한 숙박시설이 2만9천실에 달한다고는 하나 삼호읍의 현대호텔을 비롯한 몇몇 숙박업소만 ‘반짝 특수’를 누릴 뿐이다. 식당 역시 학산면 독천의 낙지식당들이 그 수혜대상이다. 영암읍민을 비롯한 대다수 군민들에게 F1은 점점 더 ‘남의 집 잔치’로 인식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F1 대회가 도시지역인 목포와 가까운 삼호읍에서 치러지기로 계획된 이상 영암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F1 대회에 맞춰 관광객을 유인하려는 시도나 정책 자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군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더욱 큰 것 같다. 군이 월출산 기찬랜드와 기찬묏길 인근 등에 오토캠핑장 등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도 F1 대회 관람객을 붙잡으려는 대책이 아닌 것도 아쉽다.
전남도에 따르면 영암서킷의 연간운영일수는 240여일에 달한다. 도는 이로 인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쏠쏠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매 주말마다 각종 자동차경주대회가 펼쳐지면서 주변지역 상가들이 몰려든 손님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삼호읍민들의 주장은 다르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곳은 목포 하당지역 식당과 숙박업소들이고, 정작 영암서킷이 자리한 삼호읍민들은 참기 어려운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호읍민들은 “엔진과 경적음이 요란한 이상한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경주를 벌여 도무지 편히 쉴 날이 없다. F1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삼호읍이 모터스포츠의 메카로 발전해야 한다지만 그 폐해는 참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7년 약정기간 중 4회째로 반환점을 돈 F1 대회는 아직도 적자탈출과 정부지원, 선수육성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개최지인 영암군과 삼호읍 주민들에게 점점 더 남의 집 잔치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될 과제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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