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병충해 특약’ 있으나 마나 피해율조사 손해사정인까지 동원 너무 까다로워 보상 전무 김명준 기자 gm119415@hanmail.net

2013년 10월 11일(금) 11:18

벼 재배농가들, “병충해 피해 분명한데 보상서 제외” 분통
해마다 빈발하고 있는 자연재해 때문에 벼 재해보험에 가입하는 농가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유례없는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해 벼 병충해가 극성을 부렸음에도 농가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과 지역농협에 따르면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급증하면서 벼 재해보험에 가입하는 농가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쌍둥이 태풍 등의 영향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큰 혜택을 입은 것을 계기로 올해의 경우 전남도내에서 2만1천508농가가 5만3천803ha에 가입해 지난해 대비 가입농가는 4배, 면적은 2.3배나 크게 늘었다.
또 시군별로도 영암군이 8천28ha나 돼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해남 6천991ha, 나주 6천324ha 순으로 나타나는 등 3천ha가 넘는 곳이 강진, 고흥, 진도, 장흥, 함평 등 9곳에 달했다.
벼 재해보험은 가입한 농가에 대해 모든 자연재해는 물론 조수해, 화재 피해 등을 보상해준다. 병충해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주 계약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특약을 통해 보상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추수가 한창인 영암 들녘에서는 농민들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올해는 태풍과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는 거의 없는 반면 여름철 유례없는 폭염 등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벼멸구 등 병충해로 인한 피해발생이 잇따랐지만 한 푼의 보상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영암농협(조합장 문병도)에 따르면 영암읍의 경우 벼 재해보험 가입은 모두 285건에 633ha로, 벼멸구 등 병충해 피해에 따른 사고접수가 200건에 287ha에 달하고 있으나 보상이 결정된 농가는 전무한 실정이다.
영암농협 관계자는 “전문손해사정인이 목측(目測)조사 후 실 수확량 계근(計斤)을 통해 피해율을 산정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실제 벼멸구 피해가 목측조사결과 50% 이상 진행되었더라도 표준수확량에 자기부담비율 20%를 제외하고 나면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피해신고 된 전체 필지에 대해 손해사정인이 입회해 수확량을 계근함으로써 일손이 바쁜 농가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음은 물론 수매업무에도 지장을 초래하는 등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암농협의 경우 태풍피해가 심했던 지난해 지역농협에서 위촉한 자체 손해평가인들의 목측조사만으로 보상이 이뤄져 모두 147건에 2억9천여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 바 있다.
이처럼 벼 재배농가들이 병충해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비단 영암농협 관내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지역농협들은 영농회장, 부녀회장 회의 등을 통해 벼 재해보험 손해평가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농가들의 이해를 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농민 이모(67·영암읍)씨는 “올해는 태풍이 단 한 차례도 오지 않은 덕분에 풍년농사를 지을 수 있었지만 막판에 벼멸구 등 병충해 피해가 컸다”면서 “벼 재해보험에 가입하면서 대부분의 농민들이 병충해도 특약으로 가입했기 때문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NH농협이 아예 작정하고 보상해주지 않기 위해 대책을 마련한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농민 최모(56·금정면)는 “지난해 벼 재해보험에 가입한 이들이 큰 덕을 봤다는 얘기를 듣고 가입했는데 분명 병충해 피해를 입었음에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니 도대체 보험에 가입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누가 보험에 들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전남지역에서는 지난해 벼 농작물재해보험에 8천344농가가 2만2천851ha를 가입해 수확기 3차례의 태풍피해로 412억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