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3년 10월 18일(금) 10:03
조영욱
시인
미암면 출신
‘부뚜막에 있는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는 속담이 있다. 과연 소금 맛은 짤까? 소금이 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맞고, 한편으로는 틀리다. 크레파스에 ‘살색’이 있었다. 우리도 그리 배우고 자랐다.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되고, 미군이 진주하면서부터 많은 혼혈아들이 태어났지만 ‘색살’은 여전히 ‘살색’이었다. 세뇌된 단일민족사상 때문에 그들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오랫동안 온갖 차별을 당했다.
지금은 외국인 100만명 시대다. 2001년 8월 외국인 노동자 3명이 피부색은 황색, 백색, 흑색으로 다양한데 특정한 색을 ‘살색’이라고 하는 것은 인종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그 뒤 2002년 11월, 국민에게 주어진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연주황’으로 바꿨고 다시 진정이 들어오자 ‘살구색’으로 바꿨다. 옳은 결정이다. 피부색이 다양하듯이 소금 맛 역시 어떤 소금이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소금은 짠맛, 쓴맛, 단맛을 낸다. 일반적으로 소금은 짜다. 짠맛은 염소(cl), 쓴맛은 마그네슘(mg), 단맛은 나트륨(na)이다. 간수를 빼지 않은 소금은 염도가 높아 짜고, 마그네슘 함량이 많아 쓴맛이 난다. 그러나 간수를 3년 이상 뺀 소금은 입에 넣는 순간 짜지만, 녹으면서 단맛이 난다. 그러므로 소금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소금은 짜다’고 하지 않고, ‘짜면서 달다’고 말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소금이 갖고 있는 특징이고, 세계화 할 수 있는 차별성 가운데 하나이다.
서양에는 갯벌이 거의 없다. 프랑스 게랑드 지방 갯벌에서 나는 ‘게랑드 소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소금이다. 제품화와 홍보에 성공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팔리고 있다. 그러나 ‘신안 갯벌소금’이 게랑드 소금에게 뒤질 이유는 없다. 단언컨대 신안 토판 갯벌소금은 게랑드 소금보다 훨씬 우수하다. 다만 갯벌소금이 아닌 장판이나 타일을 깔아 소금을 생산한다는 것이 께름칙할 뿐이다. 소금에 대한 연구가 이제 시작되어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소금은 단순히 바닷물이 증발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서양에서 먹는 소금은 대부분 소금광산에서 캔 암염(巖鹽)이다. 그래서 소금은 식품이 아니라 광물(鑛物)이다. 서양 기준을 따르다보니 우리나라 천일염 역시 식품이 아니라 광물로 취급되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팔 수 없었다. 2008년 5월에야 법이 개정되어 천일염이 비로소 식품으로 제자리를 찾았다. 암염은 미네랄(미량원소)이 많지만 그대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정제 과정을 거치는 동안 미네랄을 거의 다 잃어 미네랄이 0.01% 정도밖에 안 돼 짜기만 하고,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암염은 먹으면 먹을수록 병만 일으키는 필요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7g 이하로 권장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염소 섭취량이 아니라 나트륨 섭취량인데 천일염을 암염과 똑같이 취급하여 언론에서도 소금을 말 할 때마다 나트륨으로 매도하기 일쑤이다. 나트륨은 억울하다. 짠맛은 염소 때문인데 매번 나트륨이 주범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국산 천일염은 미네랄 함량이 무려 15∼20%이고, 미네랄 종류는 80∼90여 종에 이른다. 같은 바다에서 나는 지나(支那, 중국)산 천일염은 미네랄 함량이 5% 이하다. 그만큼 우리나라 신안 천일염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소금이다. 간수 뺀 천일염만 잘 먹어도 미네랄(미량원소) 부족으로 생기는 병을 막을 수 있다. 더군다나 현명한 우리 조상들은 소금을 될 수 있으면 직접 섭취하는 대신 김치·된장·간장·젓갈 등 발효식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섭취했다. 서양 식품의학자들은 40여 년 전부터 한국발효식품을 연구하여 ‘인류 미래 건강은 한국발효식품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소금이 문제인 것은 천일염이 아니라 정제염인 가는소금이고, 더 문제인 것은 짠맛만 나도록 화학적으로 만든 인공소금이다. 특히 라면스프와 스넥 종류에 속한 과자들은 모두 화학염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는소금과 더불어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참 다행인 것은 요즘에 와서 장판염에 비해 생산량이 40%에 지나지 않지만 그 가치를 알아 장판이나 타일을 걷어내고 토판염을 생산하는 염전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소금은 간수를 뺀 신안 토판 천일염이고, 이는 약(藥)에 버금간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 가운데 하나가 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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