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꿈꾸는 자의 몫-농업인이 행복한 2014년을 기대하며’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3년 12월 27일(금) 22:34
최 익 주
NH농협은행 영암군지부장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2013년 계사년(癸巳年)의 끄트머리에 우리는 서 있다. 끝은 또 다른 출발점이다. 하루가 끝나면 또 다른 하루가 오늘의 끝에서 시작되듯 계사년이 가면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가 밝아올 것이다.
현실이 괴로울 때 사람들은 흔히 술에 기대곤 한다. 뭔가 독한 것으로 현실이란 필름을 끊어 버리려 하기 때문이다. 답답한 현실을 망각하려는 듯 2013년의 우리도 독한 술에 의지하고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본다.
무엇보다 오랜 장마와 폭염 등에 힘들어 했고 수입농산물 홍수 속에 농업인들의 어려움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2013년 폭염사망자는 14명으로 2010년에 비해 6명이 증가했다. 살인적인 무더위라는 표현을 실감한 여름이었다.
기나긴 장마와 찜통더위로 냉방기 수요량은 급증했고 연일 전력 대란이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게다가 원전부품 비리사건으로 일부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원전괴담이 돌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산 기형식물 사진이 인터넷상에서 떠돌거나 일본 수산물 먹기 홍보를 하던 일본인이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다는 등의 소문이 퍼졌다. 우리 정부도 서둘러 진화작업에 나서야 했다. 8월 기준으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8개현 49개 품목의 수입을 금지했다.
질긴 생명력과 지혜로움을 상징하는 뱀처럼 올해는 지혜가 넘쳐나는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소망했지만, 한해의 끄트머리인 지금 농업·농촌은 결코 희망보다는 절망이 앞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도농 간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농가소득이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의 58%에도 못 미친 것이다. 충분히 예견된 결과다. 지난 정부 농업 홀대의 산물인 셈이다. 지난 정부 농정의 5년 결산표다. ‘돈 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을 외쳤던 것과는 반대 결과다.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도시와 농촌에도 상생협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동반성장은커녕 도시가구와 농가의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농가 절대 빈곤율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농가 10가구 중 4가구의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란 것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다.
뿐만 아니다. 한국사회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삶의 질도 계속 떨어지고 있고 농어촌으로 좁혀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0년 농어촌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은 20.9%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36개 지역은 30% 이상으로 초초고령사회인 상황이다.
소득양극화지수도 농촌은 도시의 두 배에 이른다. 홀몸노인들은 경제적으로 빈곤하며 건강상태도 취약해 사회복지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초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농어촌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식량 및 곡물자급률 또한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 양정자료에 따르면 2012년 식량자급률은 45.3%로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식용과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도 23.6%로 역대 최저치다. 주식인 쌀 자급률 역시 86.1%로 최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상이변 속출 등 국제 곡물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위기를 느낀 정부가 목표로 한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은 2015년 57%와 30%다. 2020년 목표치는 각각 60%, 32%로 연차적으로 자급률을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은 되레 거꾸로 가고 있다. 식량자급률 달성 계획의 전면 재검토 등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농촌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문제다. 학교가 사라지면 사람이 사라지고 사람이 사라지면 마을이 사라진다. 학교가 없어지면 젊은층의 귀농·귀촌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농촌의 황폐화는 가속화 될 것이다.
농촌교육문제 해결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촌을 친환경의 풍요로운 생활공간으로 재인식하고 농촌교육에 대한 특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학교 통폐합을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1개면 1학교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농촌 현장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정책은 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농업인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모든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는 없다. 또 즉각 반영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러나 최대한 현장과 밀착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의지를 가져야 신뢰받는 농정으로 거듭날 수 있다.
2014년은 갑오년 말의 해다. 말 중에서도 ‘푸른 말’, 즉 청마(靑馬)의 해다. 말은 달린다. 말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이동·변화·자유·소통 등 매우 역동적이다. 말은 또 현명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지혜롭고 부귀와 존엄을 상징하는 말의 해, 2014년은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언제나처럼 위기감과 희망은 교차한다. 하지만 희망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 누군가 꿈 시장에는 불경기가 없다고 했다.
낡은 사고와 허물 속에 갇혀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다사다난했던 2013년 계사년(癸巳年)의 낡은 허물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한국농업이 희망의 불빛을 밝힐 수 있도록 정부와 농업인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다.
절망은 희망을 잃을 때 다가온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더 가까이 오듯이 절망을 넘어 희망을 가득가득 채우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듯 농업인들이 행복을 맘껏 누릴 수 있는 2014년 갑오년(甲午年)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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