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왕인문화축제 제안서 자문회의’ 어떤 내용 나왔나?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4년 01월 17일(금) 12:08
군은 지난 1월15일 군청 왕인실에서 전국 축제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2014 왕인문화축제 제안서 자문회의’를 열었다. 군은 이에 앞서 지난 1월8일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열어 대행사로 ㈜좋은친구들(대표 김동찬)을 선정한바 있다.
이날 자문회의에서는 왕인문화축제에 대한 정체성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최를 불과 3개월 앞둔 왕인문화축제의 새로운 아이디어 제출만을 갈구한 듯 했다. 이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올 축제 개최와 무관하게 왕인문화축제의 정체성을 비롯한 발전방향에 대한 전문적인 논의가 다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다음은 자문회의에서 제기된 축제전문가들의 발언요지다. <편집자註>
종합축제가 아닌 전문축제 돼야
■ 서철현 교수(대구대 호텔관광학과·문체부 축제위원) = 왕인문화축제는 개최한지 17년 됐다.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 세계적인 축제가 된 산천어축제는 11년 됐다. 왕인문화축제가 17년째 문체부 유망축제에서 선정과 탈락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정답’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영암군이 자체적으로 축제 기본계획서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축제추진위가 사무실까지 갖춰놓고 있으면서 기획사가 기획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은 자리 값도 못한 것이다. 기획사는 영리를 추구한다. 문화를 기반으로 돈 버는 곳이다. 무대중심, 공급자중심, 돈 남는 프로그램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기획사의 노하우를 진즉 내 것으로 만들었어야 한다. 축제발전을 위해서는 기획사를 빼라. 왕인문화축제는 이미지 구축에 실패한 축제다. 이는 킬러 콘텐츠의 실패다. 단적으로 ‘왕인의 빛 문화의 길을 열다’는 주제는 너무 형이상학적이다. 문체부가 외국인 참여도를 측정하는 것은 단체로 돈을 들여 비행기를 타고 영암을 찾는 것이다. 일본인 수천 명을 불러와야 한다. 외국대사들 돈 들여 데려오는 것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아니다. 왕인문화축제 프로그램을 왕창 줄여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왕인박사 일본가오!’를 킬러 콘텐츠라 하는데 고작 300명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차라리 읍면에 경연을 시켜라. 평양예술단이 왕인과 무슨 상관이냐. 축제는 지역의 고유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역문화가 아닌 것에 굳이 돈 들일 필요가 없다. 왕인박사에 초점을 맞추라. 지금의 축제는 종합축제이지 왕인박사에 초점을 맞춘 전문축제가 아니다.
왕인은 그대로 가되 氣를 살려라
■ 최영기 교수(전주대 관광경영학과·문체부 축제위원) = 장기적 측면에서 문체부의 문화관광축제 선정을 계속 염두에 두고 추진할 것인지, 문체부 축제기준에 맞춰 꼭 추진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이대로는 문화관광축제 재진입은 굉장히 힘들 것이다. 축제의 형태와 형식을 바꿔가면서 영암의 다른 좋은 콘텐츠를 키워나갈지 여부에 대해 관심 가져야 한다. 아울러 왕인문화축제를 외지인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지역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지역민들이 왕인문화축제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 문화관광축제 선정여부 등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우리끼리 하면 된다. 문화관광축제의 배점 70%가 콘텐츠다. 인물축제는 콘텐츠 만들기가 쉽지 않다. 왕인문화축제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무엇으로 공감대를 만들 것이냐다. 나는 천자문과 도기, 종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디지털화된 천자문으로 된 게임도 생각해볼만하다. 프로그램 가운데 축제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 많다. 하지만 4월 개최를 감안하면 지금 논의하는 것은 늦었다. 장기적으로 많은 것을 버리고 규모화 뉴스화해야 한다. 왕인은 그대로 가되 기(氣)를 살려보라. 축제의 버전을 보다 젊게, 현대적으로, 동적(動的)으로 바꿔보라. 가수들이 꼭 와야 하는 축제라면 문화관광축제 하지 마라. ‘왕인박사 일본가오!’가 킬러 콘텐츠라면 두 번하지 말고 매일 하라. 어떤 형태로든 야간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거쳐 과감하게 재평가하라. 킬러 콘텐츠에 너무 고민할 것이 아니라 고유성을 이끌어내고 규모화해야 한다. 주제를 매년 바꾸는 것도 문제다. 거듭 강조하거나와 축제의 지향점에 대해 지역민과 공유한 뒤 문화관광축제로 계속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형태로는 결코 쉽지 않다. 이번 기회에 혁신 내지 뒤집지 않으면 안 된다. ‘주연’만으로는 재미없는데 왜 (축제개최를) 고집하느냐. 조연이 주연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축제의 정체성 고민 고증작업 강화해야
■ 박창규 교수(전남도립대 호텔관광문화과·전남축제위원) = 결국 왕인문화축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문화관광축제에 어떻게 재진입할 것인가로 주제가 나뉜 것 같다. 따라서 왕인문화축제에 대한 지역민들의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또 왕인에 대한 역사적 고증작업을 강화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축제 담당공무원 장기근무 여건 만들라
■ 김병원 교수(목포대 관광경영학과·전남축제위원) = 2000년부터 왕인문화축제를 참관했는데 11년 동안 프로그램에 변화가 없다. 섹시하고 볼 것이 있어야 한다. 하드웨어쪽은 발전하는데 소프트웨어인 프로그램은 그대로다. 축제 담당자가 얼마나 오래 계속 근무하느냐에 따라 축제의 성공이 달린 것 같다.
문제는 ‘춥다’…콘텐츠로 빨리 보완하길
■ 공옥희 교수(순천대 만화에니메이션학과·전남축제위원) = 축제가 3개월 남았는데, 오늘 자문회의를 축제가 끝난 뒤 열었으면 굉장히 도움이 됐을 것 같다. 4월에 열리는 왕인문화축제의 문제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춥다’와 ‘볼거리가 없다’이다. 왕인문화축제의 동영상을 보니 아이들과 엄마들이 크게 웃는 모습이 없고 움츠려있다. 벚꽃축제에 왕인을 끼워 넣다보니 추운 때 축제를 하게 된 줄 안다. 그러나 추우면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 추위에도 관광객이 올 수 있게 만들려면 콘텐츠로 보완해야 한다.
화두는 변화 미디어 프로그램 연계 필요
■ 김형서 교수(세한대 한국아세안대학·전남축제위원) = 화두는 변화다. 준비되어 있느냐는 의문이다. 전국 2천여개 축제 가운데 40대 축제에 들어야 하는데 어렵다고 본다. 왕인박사 일본가오!의 규모를 키우면 어떤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디어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축제 본질·구조적인 문제부터 고민을
■ 송태갑 연구원(전남발전연구원·전남축제위원) = 오늘 자문회의가 ‘반드시 문화관광축제로 다시 선정되고 싶다. 아이디어 좀 놓고 가라’는 식이다.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까 걱정이다. 왕인문화축제는 아이디어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본질적 문제가 더 크다. 전수 또는 계승에 치중할 것이냐 위락 또는 관광에 치중할 것이냐에 대한 선택이 본질이다. 제안서에서는 왕인문화를 찾을 수 없다.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60∼70층짜리가 된 건문을 눕히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1년 내내 축제역량을 강화하려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 인물축제라고 성공 못할 이유가 없다.
축제하는 동안 영암읍은 뭐냐. 구조적인 문제부터 논의한 뒤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기획사가 낸 아이디어만 갖고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축제 서열화 문화관광축제 집착 문제 있다
■ 김희승 교수(동신대 호텔관광학과·전남축제위원) =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과민반응이다. 축제의 서열화도 문제가 있다. 확 바꾸라는데 뭘 바꾸라는 것이냐. 왕인문화축제가 왕인박사가 일본에 가는 것으로 끝나는데 일본에 가서 활동하는 프로그램도 만들 필요가 있다. 상대포 역사공원, 한지공예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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