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4년 01월 17일(금) 13:14
이진
前) 영암군 신북면장
前) 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 완도부군수
인류가 만들어낸 식품의 종류는 수만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위대한 식품은 술이 아닌가 생각한다.
술은 단순한 식품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힘들거나 외로울 때 기쁘거나 슬플 때 찾는 것이 술이다. 또 술은 식사자리는 물론 각종 축하연이나 장례·종교의식에 있어서도 빠져서는 안되는 음식으로 우리 생활속에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
술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최초로 술을 빚은 생명체는 사람이 아닌 원숭이로 알려져 있다. 원숭이가 나뭇가지의 갈라진 틈이나 바위의 움푹 패인 곳에 저장해둔 과실이 우연히 발효된 것을 인간이 먹어보고 맛이 좋아 계속 만들어 먹게 되것이 술의 기원인데 이 술을 일명 원주(猿酒)라고 한다.
술은 그 제조방법에 따라 양조주, 증류주, 혼성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양조주는 과일이나 곡류원료에 들어있는 당분이나 전분을 발효시켜 숙성 여과한 술로서 막걸리, 포도주, 청주등이 이에 해당된다.
증류주는 발효된 술 또는 술덧을 다시 증류하여 얻는 술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증류주는 안동소주이고 그 외에도 브랜디, 위스키, 보드카 등이 있다.
혼성주는 양조주와 증류주를 혼합하거나 증류주에 향료, 식물이나 과즙등을 섞은 술로서 인삼주, 매실주, 오가피주등이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술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한국적이고 서민들과 함께 희노애락을 같이한 술은 막걸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조선조 초의 명상 정인지는 젖과 막걸리는 생김새가 같다고 하여 아기들이 젖으로 생명을 키우듯이 막걸리는 노인의 젖줄이라고 했다. 노인의 젖줄이라고 하는 것은 영양 공급원일 뿐만 아니라 무병장수의 비밀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조선조 중엽에 막걸리를 좋아하는 판서가 있었다. 언젠가 아들들이 “왜 아버님은 좋은 소주나 약주가 있는데 막걸리만을 좋아하십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판서는 소 쓸개 세 개를 구해 오라 시키고는 세 개의 주머니에 쓸개를 각각 담고 한 주머니에는 소주를, 다른 주머니에는 약주를, 나머지 주머니에는 막걸리를 가득 채우게 하고는 처마밑에 매달아 놓게 하였다. 며칠이 지난후에 이 쓸개 주머니를 열어보니 소주 담은 주머니의 쓸개는 구멍이 송송 나있었고 약주담은 주머니의 쓸개는 상해서 얇아져 있었는데 막걸리를 담은 주머니의 쓸개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두꺼워져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막걸리 성분을 분석해본 결과 막걸리 패트병 한 병에는 700∼800억개의 유산균이 들어있어서 이러한 유산균이 장에서 염증이나 암을 일으키는 유해세균을 파괴하고 면역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 좋은 비타민 B군이 풍부하여 중년남성의 피로완화와 피부재생 시력증진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막걸리에 함유된 풍부한 식이섬유는 대장운동을 활발히 하여 변비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도 있다고 한다.
또한 막걸리는 이처럼 식품으로서 효용성 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 옛부터 막걸리 오덕(五德)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막걸리는 마시면 취하되 인사불성일 만큼 취하지 않음이 일덕(一德)이요, 새참에 마시면 요기되는 것이 이덕(二德)이고, 힘빠졌을 때 기운 돋우는 것이 삼덕(三德)이고, 안 되던 일도 마시고 넌지시 웃으면 되는 것이 사덕(四德)이요,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 풀리는 것이 오덕(五德)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좋은 우리술 막걸리가 70년대 이후부터 맥주와 소주, 양주에 밀려 명맥만 유지하여 왔으나 최근에 막걸리 효능이 알려지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비록 옛 향취는 많이 사라졌지만 막걸리의 새로운 부활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비지땀이 흐르는 한여름 들판의 뙤약볕 아래 양은주전자에 담긴 막걸리를 사기그릇에 철철 넘치도록 받아 벌컥벌컥 들이키고 김치를 쭉 찢어 먹는 우리네 농민들의 정취가 그립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것과 같다고 했다. 아무리 막걸리가 좋다고 하지만 술은 술이다. 건강에 유의하면서 적당히 마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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