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고교졸업생 서호면 유재학·김안자씨 부부 나란히 목포제일정보고 졸업장 3월이면 동아인재대에 입학 김명준 기자 gm119415@hanmail.net |
2014년 02월 21일(금) 10:04 |
졸업생 대부분이 어린 시절 여러 가지 가정 사정으로 공부할 수 없었던 이들로, 뒤늦게나마 배움의 한을 털어버리고 영광의 졸업장을 받아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
졸업생 가운데 서호면 화송리 양동마을 유재학(66)·김안자(61)씨 부부의 사연이 화제다.
양동마을 이장이기도 한 김안자씨는 가정형편이 그리 가난했던 것도 아닌데 그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중학교에 진학을 못했다. 대신 형제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아버지 한복과 오빠와 남동생의 교복을 빨아 풀 먹여 다림질하며 하루를 보냈다. 어린 시절 아버지 말씀을 착하고 순진하게 그냥 따라 살았던 것이 평생 못 배운 한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여자가 공부하면 남 앞에 설치고 다닌다.”는 아버지의 말이 당연한 줄만 알고 원망도 안 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학교 가정조사서를 작성할 때 너무도 가슴 아팠다. 자식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부모가 초등학교 졸업이라고 써야했던 아이들은 얼마나 위축됐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했다.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고 배움의 끈을 다시 이은 것은 4년 전이다. 배움의 결심을 전해들은 친정어머니(89)는 “공부를 안 시킨 것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입학금에 보태라며 50만원을 손에 쥐어줬다. 가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원망이 눈 녹듯 사라졌다.
남편 유재학씨는 가난 때문에 배움을 중단했다. 그가 2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홀로 된 어머니는 3명의 자식을 위해 평생을 수절하고 뒷바라지하며 사시다 지난해 돌아가셨다. 현재 영암지역 번영회장과 문체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씨는 초등학교 시절 하교 후 어머니를 도와 낮에는 가마니를 치고 밤에는 새끼를 꽈 새벽부터 시장에 내다 팔았다. 친구들이 공부할 때 유씨는 배추 모종과 고추 모종을 만들어 팔면서 십대를 보냈다. 그러던 유씨는 결혼 후 가정환경조사서를 가져온 자식들이 부끄러울까봐 중졸, 고교 중퇴라고 거짓학력을 써야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중학교에 입학할 때는 살아계셨던 어머니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금은 저 하늘에 계신다는 사실이다.
유씨 부부는 현재 동아인재대에 합격해 오는 3월 입학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토건업에 종사하고 있는 유씨가 선택한 학과는 토목공학과다. 토공, 철골, 상하수도 등의 실무는 대부분 잘 알고 있어 고등학교 수업보다 더 쉽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있다.
김명준 기자 gm11941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