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역당국은 농가들과 전쟁 중?

추가 확진 속 계열농가들 잇단 병아리 입식 제지 곤욕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4년 02월 28일(금) 10:32
“이대로는 확산 막기 어렵고 장기화 우려”…자제 촉구
고병원성 AI(H5N8)의 추가 확진이 이어지고, 살 처분과 차단방역이 한창인 와중에 병아리를 입식하려는 농가들 때문에 방역당국이 매일같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일부 농가들은 바로 인근 농장에서 고병원성AI가 발생해 닭과 오리가 살 처분되고 있는데도 계열사업자로부터 분양받은 병아리를 입식하려 시도하고 있고, 이를 막으려는 방역당국과 설전을 벌이면서 험악한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에 따라 허가 없이 병아리를 입식한 농가에 대해서는 살 처분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등 긴급대책을 세우고 있다. 또 전남도는 가금류 계열사업자에게는 병아리 분양 자제를, 농가들에게는 입식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하지만 거의 막무가내로 입식하려는 농가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고, 이에 따라 이번 AI사태가 장기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제도적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군에 따르면 2월25일 현재 영암지역에서는 9개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모두 28농가 40만4천여수가 살 처분됐다. 이 가운데 오리는 20농가(종오리 6농가, 육용오리 14농가) 31만3천700여수, 닭은 8농가(육계 1농가, 산란계 2농가, 토종닭 5농가) 9만1천여수에 달하고 있다.
특히 영암지역에서는 최근 닭과 오리의 최대 밀식지역인 시종면 일대에서도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살 처분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금류 사육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지경이다. 실제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기 전 영암지역 가금류 사육현황을 보면 모두 146농가가 205만9천여수를 사육하고 있었으나 지난 2월25일 현재는 38농가(닭 20농가, 오리 17농가, 메추리 1농가)에 132만5천여수로 급감한 상태다. 지역별로도 영암읍과 덕진면, 금정면, 도포면, 신북면, 시종면, 군서면 등 11개 읍면 중 7개 읍면에까지 확산된 상황이다.
이처럼 고병원성 AI로 가금류 사육기반이 붕괴 위기에 처했는데도 일부 사육농가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군서면에서는 양계농가 A씨가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덕진면 장선리 종오리 농장의 방역대내에 있어 이동제한조치 중임에도 병아리 등을 입식했다가 지난 2월14일 바로 인근 육용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함에 따라 입식 2,3일 만에 살 처분해야 했다. A씨와 같은 사례는 고병원성AI가 발생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군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주요 도로에 초소를 만들어 방역하고, 농장과 저수지 등을 소독하며, 심지어는 공무원들에게 농가를 지정해 실명제로 점검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사육농가들은 이동제한조치와 입식금지조치를 무시하고 있어 이를 설득하고 제지하는 일이 방역당국의 하루 일과”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병원성 AI가 ‘심각’상태임에도 계열사업자 및 계열농가들의 병아리 분양 및 입식 시도가 이어지자 군은 이동제한 및 입식금지조치를 위반해 입식할 경우 살 처분 보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또 전남도도 지난 1월28일과 2월4일 두 차례에 걸쳐 계열사업자들에게 병아리 분양 자제를 요청한데 이어 농가들에게도 철새 도래지 및 발생 인근지역에 병아리 분양 자제를 촉구하고, 신규로 입식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각종 정책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군 관계자는 “고병원성 AI 같은 가축질병 예방은 농가들이 농장을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앞으로 AI를 비롯한 가축질병에 대한 정부의 방역대책에 축주의 관리책임을 물어 보상비 등을 가감 지원하는 등 근본적인 보완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내 18개 가금류 계열사업자들은 방역당국의 자제 촉구에도 불구하고 경영불안 등을 이유로 계열농가들에게 입식을 권유하고 있고, 농가들 역시 살 처분되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어 큰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에서 입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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