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산조 기념관 개관 의미와 전망 <하>

가야금산조 본향에 우뚝 선 대한민국 최초 음악기념관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4년 03월 21일(금) 15:55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눈앞, 세계적 관광자원 가능성
‘영암=가야금산조’떠올릴 체계적 문화진흥대책 세워야
오늘 열리는 가야금산조기념관 개관은 ‘역사적인 일’이다. 양승희 선생이 ‘가야금산조의 본향(本鄕) 영암’ 선언문을 낭독한 때는 2000년4월9일이었다. 그로부터 14년 만에 ‘본향’ 영암에 국내 최초로 가야금산조를 테마로 한 음악기념관이 탄생했다.
뿐만 아니다. 문화재청은 2011년 가야금산조와 대금산조, 거문고산조 등 산조(散調)에 대해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기념관 개관은 등재를 앞당기는 기폭제다. 또 등재가 결정되면 기념관은 세계문화유산을 보존 전승하는 요람이 된다.
■ 왜 가야금산조의 本鄕인가?
가야금산조는 산조 중에서 가장 먼저 탄생했다. 바로 영암 출신의 악성(樂聖) 김창조에 의해 그 틀이 짜여졌다. 김창조는 1890년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의 틀을 갖춘 가야금산조를 작곡한다. 이로써 그는 산조의 음악형식을 완성했다. 또 향후 모든 산조음악의 효시가 된다. 10여년 후 백낙준이 거문고산조, 박종기 강백천이 대금산조, 지용구가 해금산조, 전용선이 단소산조, 편재준이 퉁소산조, 이충선이 피리산조, 한일섭이 새납(태평소)산조, 정철호가 아쟁산조를 각각 작곡하는 기본 틀이 됐다.
김창조는 특히 가야금산조를 창작하면서 세계 최초로 미분음(마이크로톤)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통해 가야금산조 가락 속에 인간의 정신세계를 자연 질서와 역의 원리, 음양의 조화 속에 긴장과 이완으로 대비시켜 형상화하는 등 민족혼을 예술로 승화시킨 위대한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김창조가 완성한 가야금산조는 이후 여러 기법과 가락이 첨가되거나 바뀌면서 다양한 유파를 형성한다. 최옥산류, 강태홍류, 정남희류, 김병호류, 김죽파류, 성금연류 등등. 하지만 오늘날까지 전승되어온 가야금산조 가운데 가장 원형 가깝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단연 김죽파(金竹坡)류로 꼽힌다. 김죽파는 김창조의 손녀다. 김죽파의 제자인 양승희 선생이 가야금산조의 본향이 영암이라고 선언한 것은 바로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었다. 가야금산조의 창시자이자 악성 김창조 선생의 고향이 영암이요, 한성기 김병호 김죽파 등 정통 가야금산조의 맥을 이어온 이들의 고향 역시 영암임을 대내외에 선포한 것이다.
■ 가야금산조기념관의 위상은?
가야금산조테마공원조성사업의 마무리에 따라 개관하게 된 가야금산조기념관은 우리 민족예술의 한 장르인 산조, 그 중에서도 원조(元祖) 격인 가야금산조를 주제로 한 대한민국 최초의 음악기념관이다. 더구나 가야금산조의 본향임을 선언한 영암군에 소재함으로써 이제는 영암군을 알리는 새로운 ‘랜드 마크’이기도 하다.
산조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곧 등재되면 가야금산조기념관의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세계무형문화유산은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세계유산위원회가 인류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문화유산을 말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국내외 관광객이 크게 늘고, 이에 따라 고용기회와 수입이 늘며, 정부의 관심과 지원까지 기대할 수 있다. 또 세계유산기금으로부터 기술적 재정적 원조를 받을 수 있고, 협약국과 세계유산센터에 의해 보전 관리되게 된다. 가야금산조기념관은 세계문화유산인 산조음악의 효시인 가야금산조를 전승 보전하는 요람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양승희 선생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의 찬란한 문화유산인 가야금산조기념관이 세워진 영암군은 이제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 어떻게 가꿔야하나?
가야금산조기념관의 위상은 이제부터 영암군과 군민들이 가꾸고 지켜가야 할 일이다. 그것은 ‘영암하면 가야금산조’를 떠올리게 만드는 일이자, ‘영암군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기념관인 가야금산조기념관이 있는 곳’이라고 연상하게 만드는 일인 점에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는, 가야금산조기념관이 모든 문파를 아우르는 명실 공히 가야금산조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해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한 주기적인 학술대회 개최와 이를 통해 끊임없는 자문을 얻어내야 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자료뿐 아니라 들을 수 있고 체험해볼 수 있는 시설까지 철저한 고증을 통해 확충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갖춰진 전시실로는 세계문화유산 가야금산조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가야금산조의 본향에 대한 자긍심 고취다. 군민 모두가 가야금산조는 영암에서 만들어졌고, 대한민국 최초의 음악기념관인 가야금산조기념관이 바로 영암군에 있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끼게 하려면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군민들부터 기념관을 체험해야할뿐더러 초·중·고교에는 가야금산조 학습을 특기적성교육으로 편성할 필요도 있다. 김창조와 한성기 김병호, 김죽파 등 영암 출신 가야금산조 명인들의 뒤를 이을 후진양성은 무엇보다 절박한 과제다.
셋째로, 기념관은 명실 공히 가야금산조의 전승과 연구를 위한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념관을 비롯한 가야금산조테마공원 전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조직과 전문 인력도 필요하다. 영암군문화재단에 관리를 맡기는 형식이어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가야금산조의 전승 및 연구센터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
마지막으로, 가야금산조기념관은 두말할 필요 없이 영암군의 ‘랜드 마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 3회째인 ‘영암 김창조 전국 국악대전’은 전국에서 가장 큰 국악대회로 성장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체성 논란을 빚고 있는 왕인문화축제를 수정 보완하는 대신 ‘대한민국 산조축제’ 개최도 검토할만하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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