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 왕인박사 渡日 사실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 8종 중 3종은 누락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4년 04월 12일(토) 17:42
왕인박사 심포지엄서 지적, 초등 사회는 역사 서술도 잘못
일본교과서는 각주에 疏略 추세 체계적 연구 등 대안 절실
왕인박사에 대한 그동안의 학술적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2014년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3종은 왕인박사의 도일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고, 초등학교 사회과목의 경우 역사적 사실이 잘못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의 경우는 최근 발행된 초등 교과서에는 관련 기술이 없고, 본문에서 다뤄지지 않고 각주에서 짧게 설명되는 등 소략(疏略)해가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백제시대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전해 문화의 씨앗을 뿌린 왕인박사가 한일 양국 모두 자라나는 세대들에 대한 교육을 위한 교과서에서조차도 소홀히 취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대안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5면>
(사)왕인박사현창협회(회장 전석홍) 왕인문화연구소(소장 박광순)는 지난 4월4일 왕인박사유적지 내 영월관 2층에서 ‘왕인박사에 대한 교육의 현황과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왕인박사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광주 금호고 박해연 교사는 ‘한국의 교과서에 그려진 왕인박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2014년 개정된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3종(미래앤, 두산동아, 지학사)은 왕인박사의 渡日사실을 아예 언급하고 있지 않다”면서 “더구나 지학사의 경우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전해 일본의 고대문화를 일으킨 왕인박사와 비교도 되지 않은 인물인 ‘미마지’ 관련 사실을 거의 한쪽 가까이 다루고 있는 점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사는 또 왕인박사를 다루고 있는 교과서 가운데서도 천재교육, 비상교육 등의 경우 “삼국유사에 설화로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를 언급하며 도래인(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에 대해 한쪽을 할애하며 서술하고 있으면서도 대표적 도래인인 왕인박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 또한 범상히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박 교사는 특히 “교과서에 기술된 왕인박사 도일 관련 서술 자체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면서 “초등학교 사회의 경우 백제 성왕 때 불교를 전해준 사실을 언급하며 그보다 훨씬 전의 일인 아직기와 왕인의 이야기를 서술함으로써 초등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사는 “왕인박사의 도일사실이 교과서에 수록된 지는 100년이 넘었으나 2002년 이후부터 교육과정개편과 서술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누락이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201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왕인박사 문제가 출제된 것은 그나마 위안이나 신라 말 청해진을 세운 전라도인 장보고의 경우 교과서에 서술의 비중이 점점 강조되는데는 ‘장보고기념사업회’가 꾸준히 학술대회를 통해 연구성과를 축적하고 장보고 유적지 탐방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장 교사들에게 답사기회를 꾸준히 한 결과”라고 지적, 왕인문화연구소의 분발을 촉구해 주목을 끌었다.
이어 일본 시마네현립대학 김선희 객원교수는 ‘일본의 교과서에 그려진 왕인박사’라는 주제발표에서 “메이지 시기의 교과서에 왕인박사는 수사(修士) 또는 학자로 칭해지고, 논어와 천자문을 전한 사실, 황자의 스승이 되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으나 1990년대 이후 교과서는 도래인의 역할은 설명되어 있으나 왕인박사 관련 서술은 본문에서 다루지 않고 각주에서 짧게 설명되는 등 소략해가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근 발행된 우익교과서에는 귀화인이라는 표현과 함께 ‘한자를 전한 왕인’이라는 설명이 나오기는 한다”며, 그러나 “왕인박사 관련 서술이 보이는 교과서는 桐原書店의 교과서가 유일하고, 각주에서라도 백제의 왕인이 논어와 천자문을 전했다는 서술을 싣고 있는 교과서는 明星社 교과서이며, 그나마 2000년대 초등 교과서에는 관련 기술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왕인박사의 도일 사실에 대한 한일 양국 교과서의 기술내용이 이처럼 극히 부실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연구 성과의 부재를 꼽는 지적도 나왔다.
박남수 국사편찬위원회 연구관은 ‘한국의 역사서와 연구물에 그려진 왕인박사’라는 주제발표에서 “왕인 관련 기록이 나타나는 임진왜란 이후 역사서들이 왕인이 일본에 파견된 시기, 일본에 전한 서책 등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고, 이는 근대 이후 연구자들에게 그대로 답습되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관은 이에 따라 ▲왕인의 일본 파견 시점에 대한 문헌학적 재검토, ▲왕인이 전한 논어와 천자문의 계통 연구, ▲왕인의 출자와 관련한 전승에 대한 광범위하고 세밀한 자료조사 등이 시급하다며 왕인박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이날 심포지엄을 주최한 (사)왕인박사현창협회 전석홍 회장은 “왕인박사가 한국과 일본의 역사교과서와 일반 역사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며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왕인박사를 높이 숭앙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의 역사교과서에서 왕인박사가 제외되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왕인박사가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 회장은 또 “왕인박사는 독도 못지않게 일본인의 도덕과 양심을 일깨울 수 있는 역사주제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한국사 교과서의 기술태도를 비판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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