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문화축제 성공하려면?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4년 04월 12일(토) 18:32 |
영암 미암면 출신
시조시인
글로벌인재학교 교감
지난 6일 영암군 최대 행사인 왕인문화축제가 막을 내렸다. 벌써부터 그 성과가 기대되는데 과연 그 축제가 비용, 공직자들의 희생, 주민들의 봉사에 비해 얼마나 남는 장사를 했는지 계산해 보고 싶다.
우리 왕인문화축제는 지난 1992년 군서청년회 주관의 ‘군서 벚꽃축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후 1997년부터 현재까지 영암왕인문화축제라는 명칭으로 바꿔서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영암군 주최, 영암군향토축제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왕인문화축제는 대한민국 10대 문화관광축제, 대한민국 12대 문화관광축제, 대한민국 5대 문화관광축제를 달성하고, 2002·2004년에 대한민국 우수 문화관광축제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나머지 기간에는 대부분 대한민국 문화관광축제, 또는 전라남도 대표축제라는 이름의 그럴싸한 포장으로 추락한 위상을 살짝 덮어두고 있다.
그런데 잘난 이웃을 뒀기 때문에 배가 아픈 걸까? 대한민국의 모든 축제가 축제평가위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기 시작할 때 우리군의 바로 옆 강진에서는 ‘강진청자축제’로 9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를 포함해 총 11회의 최우수축제, 2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라는 성과를 거둔다.
아니 이들은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저런 성과가 나왔을까? 질투와 부러움이 16차선 사거리를 지나는 자동차인양 무릿 속을 마구마구 가로 지른다. 비슷한 기간에 이룬 성취가 현저할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강진군이 저 정도 성과를 거두기까지 우리군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곰곰이 따져보자.
우선 조직구성이다. 강진군은 문화관광과에 축제팀이라는 축제전담 부서가 있다. 굳이 영암군의 편제와 비교하자면 ‘축제계’쯤 되겠다. 축제팀은 철저히 축제만을 전담하는 부서이다보니 강진청자축제는 물론 각 읍면에서 실시하는 축제까지 세심한 협조체제를 이룬다. 게다가 부서구성원들 또한 전임자들에게 축제에 관한 업무를 인수인계함에 있어서 연속성이 이뤄지다보니 관련 자료가 풍부하고 지난 축제에서 맺은 인맥이 고스란히 유지돼 이후 축제에도 크게 눈에 띄진 않지만 긍정적 효과를 내는데 한 몫을 한다. 또 평가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위한 노하우까지 전수되니 성과가 좋을 수 밖에 없다. 반면 영암군처럼 축제를 몇 달 앞두고 긴급하게 소집됐다가 해제되는 축제팀은 그 활동력과 위상이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강진군은 축제에 특화된 상비군,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돼 있는 훈련된 병사와 같다는 말이다.
둘째, 조형물 제작이다. 청자축제는 축제를 할 때마다 상징물을 제작하고 이를 보존해 차후 축제 때 전시해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좋은 포토존을 형성한다. 청자라는 소재를 최대한 활용한 방안인데 강진군은 청자모양의 등을 제작하고 해마다 조금씩 양을 늘려 이제는 기존의 작품과 한 자리에 모으기만 해도 상당한 규모의 전시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영암군에서는 왕인박사와 연계된 어떠한 구조물도 추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즉 군의 재산으로 만들어 다음 축제 때 내 놓을 만한 전시물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주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축제할 때 마다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알지만 정작 소품하나라도 우리군 재산이 늘었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셋째, 체험위주의 축제이다. 청자라는 것은 당연히 흙을 만지고 물레를 돌려야 하는 것이니 체험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치자 그렇다고 영암군처럼 공연위주로 가면 과연 관광객들 마음속에, 사진첩에 남는 게 있을까? 축제관계자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영암군 축제의 최대 문제는 공연위주의 축제프로그램 구성이라고 본다. 축제 전문업체에게만 맡기지 말고 우리 지역 주민들이 진짜 즐겁게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자. 공무원들과 각종 봉사단체가 지금도 고생하고 있지만 진짜 죽도록 고생해서 기억에 남을 보람있는 즐거운 사건(?)하나 만들고 나면 봉사자들에게도 평생의 무용담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라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군대에서 고생했다고 하면서도 술 자리에서 소재가 마르지 않는 것이 군대 얘기이다. 고생한 만큼 성과가 있으면 아무도 고생을 고생이라 부르지 않는다. 다만 추억이라 부른 뿐이다.
내 의견에 동의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반대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앞으로는 2004년 올림픽을 개최하고 중환자가 돼 버린 그리스, 2012년 역시 올림픽을 개최하고 휘청대는 영국처럼 되지 말고 우리도 강진군처럼 국가로부터 지원도 많이 받고 소득 좀 창출해보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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