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공천갈등 파장과 전망

광주 이어 영암군 등 전남 곳곳서 집단 탈당 및 무소속 출마 속출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4년 05월 16일(금) 10:41
당내에선 ‘안철수 세력’의 자기몫 챙기기 비판, 당원 불만도 고조
선거판도·결과 뒤흔들 변수 급부상 安 대표 리더십에도 타격줄 듯
6·4 지방선거 후보등록(5월15∼16일)이 시작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갈등에 따른 파장이 텃밭인 광주·전남의 선거 판도를 뒤흔드는 주요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심지어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과 신뢰도를 흔드는 일로까지 번지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주요 선거 때마다 공천갈등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번 6·4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그 파괴력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는 이른바 ‘안철수 세력’으로 분류된 인사들의 노골적인 자기몫 챙기기에서 비롯된 억지가 판을 치고, 공당(公黨)의 결정을 불과 몇 시간 만에 뒤엎는 일이 예사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새 정치’와는 정반대의 행태가 버젓이 자행된 것이다.
광주·전남지역 기초·광역단체장 공천과정에서 안철수의 리더십을 뒤흔든 첫 사건은 광주시장 전략공천 문제. 광주시장 공천방식을 일임 받은 안 대표는 지지도 1, 2위를 달리던 강운태·이용섭 후보를 제치고 3위인 윤장현 후보를, 그것도 윤 후보 스스로도 경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전략공천 해 반발에 부닥쳤다.
똑같은 상황은 전남 영암에서도 연출됐다. 전남도당 공천심사위원회는 두 차례나 김일태 군수를 경선에 참여시키는 것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전남지역 국회의원 전원이 공천심사위원회가 확정한 경선대상자들을 중앙당 최고위원회에 인준 요청했으나 새벽 2시 김 군수를 배제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전남도당 공천심사위의 두 차례 결정과 전남지역 국회의원 전원의 인준 요청이 아무렇지 않게 뒤엎어진 것이다.
■ 김 군수, ‘탈당·무소속 출마선언’ 배경
이에 대해 김 군수는 5월13일 선거사무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시장 전략공천 방식처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등을 하고 있는 김일태를 배제한 것은 광주시민을 우롱한 것처럼 영암군민을 우롱했고 영암군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행위”라고 규탄했다.
‘지역민심은 존중되어야 합니다!’라는 제하의 회견문을 통해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영암군수로서 영암군민의 뜻을 받들어 영암군 발전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발전에 누구보다도 헌신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오늘 새벽, 그 어떤 원칙도 당론도 없이, 3선 군수라는 이유로 저를 경선에서 배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면서 “이번 공천은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가 되어버린 당원과 지역민의 여론을 철저히 무시한 채, 전남지역은 야당지역이니 누구를 공천하더라도 당선된다는 오만함의 극치로 사전에 짜여 진 각본에 의한 나눠 먹기식 밀실공천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군수는 특히 “무소속 군수 출마에 따른 많은 어려움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제 일생의 마지막 선거를 무소속 출마로 결행한 것은 이러한 공천과정의 잘못과 군민이 행복한 영암군 발전을 위한 일념 때문”이라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새 정치’라는 말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는 헌정치도 아닌 누더기정치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후보자의 능력과 군민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로 새 정치이고, 우리 영암군민과 전남도민의 자존심과 명예를 살리는 길”이라면서 “기업하기 좋은 영암, 농업 일등 군, 미래인재양성의 요람, 복지천국 영암군을 향한 중단 없는 성장발전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행태를 비판하고 환골탈태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저를 성원하고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 당내 파장 심각, 광주·전남서
안철수 리더십 위기
광주·전남에서 공천갈등이 폭발하고 있는데 대해 정치권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민영삼 포커스컴퍼니 정치전략연구원장은 “안 대표가 광주시장을 전략공천 함으로써 지지와 신뢰를 잃었다”며 “특히 전략공천 당사자가 인지도와 지지도가 상대후보보다 떨어지고 시민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지 못하는 데다 안 대표 측근이라는 점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원장은 또 “일각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전략공천을 했다고 말들 하는데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대권에 대한 강한 의지, 강력한 권위를 가지고 있었고, 15,16대 총선 당시 자신과 친분관계가 거의 없었음에도 미래 기대 가치를 보고 추미애, 정동영, 신기남, 천정배, 송영길 등 법조인과 언론인 등을 영입했다”며 “따라서 김 전 대통령도 전략공천 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이런 의미에서 박지원 의원이 최근 ‘안철수는 DJ가 아니다’라는 말은 굉장히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공천갈등이 초래한 당내 파장도 심각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호남출신 국회의원 가운데 ‘좌장’격인 박지원 의원은 김일태 군수의 공천배제와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안철수 대표의)주변 인사들이 자신의 몫을 챙기려다 결국 전남에서 현역 군수 하나 교체하는데 그치는 등 실패하고, 안 대표의 뜻처럼 위장하다 20여일동안 갈등만 키웠다”고 그동안의 파행적인 공천심사과정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특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공동대표가 자신을 팔아 호가호위하고 자기 몫을 챙기려는 인사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새 정치는커녕 헌정치보다 못하다. 안 대표가 통합 후 새정치연합의 지도자가 돼야지, ‘새정추’(옛 안철수세력)의 지도자가 되면 대통령 후보로도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공천심사과정에서 옛 안철수 세력이 보여준 행태를 꼬집은 것으로, 박 의원은 지난 5월1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구 새정치연합 측과 경선 합의를 이루기 위해 이 나이에 사나흘을 새벽 3시까지 기다리고 설득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남도당 위원장이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수석대변인인 이윤석 의원은 아예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퇴진을 요구할 정도였다. 이 의원은 1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혼란스럽게 할 거면 두 대표가 당을 떠나라”면서 특히 안 대표를 향해서는 “최적, 최강의 후보를 내기로 한 만큼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당신이 가슴 속에 품은 대통령 출마에 대한 기득권을 버리고 새 정치의 이상을 펼쳐보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 공천갈등 폭발…선거에 어떤 영향 줄까?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안팎에서 들리는 공천갈등 폭발음은 광주·전남의 경우 곳곳에서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이어지며 선거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여느 선거 때와는 달리 이번 공천갈등은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지역민들의 반응으로 번지면서 선거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광주시장 선거의 경우 공천에서 배제된 강운태 시장과 이용섭 의원이 무소속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선거판도가 새정치민주연합이 ‘낙하산공천’한 윤장현 후보와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영암지역에서도 김일태 군수의 공천배제에 대해 반감과 함께 ‘동정론’이 커가는 분위기다. 심지어 그동안 김 군수에 다소 부정적이었던 이들까지도 “전남도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두 차례에 걸쳐 경선에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는데 한밤중에 이를 뒤집어엎고 경선 참여의 기회조차 박탈한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당선’이라는 과거 행태에 익숙한 나머지 후보자들에 대한 공정한 기회 보장이나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침해 내지 제약해왔다는 사실에 대한 심판이 필요한 때”라는 공감대도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영암지구당과 당원들 사이에는 이번 공천심사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데 따른 반발도 심상치가 않다.
한 당직자는 “공천심사결과는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었음에도 일부 세력의 억지주장이 난무하고 제몫 챙기기에 급급하다보니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더구나 처음부터 끝까지 당원들의 뜻은 철저히 배제된 채 나온 경선결과에 대해 어느 누가 지지하며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갈등이 선거 판도에만 아니라 선거 결과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일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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