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자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4년 05월 23일(금) 10:40
윤광제
영암 미암면 출신
시조시인
감사하다는 말도 표현해야 안다.
5월은 수없이 많이 들어본 가정의 달이다.
그런데 신나고 즐거운 일이 많을 것 같고, 반갑고, 행복한 날이 많을 것 같은 신록의 계절, 그 5월.
하지만 소시민으로 살아온 나에게 이렇게 가슴 답답하고 우울한 5월은 없었던 것 같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고 이 시대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 학생들의 어이없는 죽음에 숙연해질 수 밖에 없고 그 안타까움에 함부로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돌아보면 2003년 2월 18일에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제 사고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 때도 가족을 향한 문자메시지가 전국민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말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묵은 감정은 풀고 사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지금 해야 할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한다 지금 말하고, 미안하다 말해야 할 사람에게는 지금 미안하다고 하자.
다음에… 또 다음에… 미루다보면 안 좋은 감정은 언제나 그대로 기억될 테니까.
사람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눈치껏 알아주기를 원하는 각자의 바람을 가지고 있다.
‘눈빛만 봐도 안다’ ‘착’하면 ‘척’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재미있는 문구가 있지만 실제로 살다보면 어디 그러하던가? 저 문구대로 되기는 대단히 어렵고 살면서 오해도 많이 생기는 부분이다. 이래서 ‘텔레파시’라는 단어가 언급되고 자신의 짝이 나중에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고 타박하기 마련이다.
말만 제대로 했어도 오해도 없고, 문제도 없었을 것을 저 텔레파시 하나만 믿다가 오해도 키우고 문제도 키우고 만다.
특이한 것은 이러한 오해와 문제에 대한 남녀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인데, 남자는 ‘감정’ 표현에 서툴고 여자는 ‘원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 명시’가 서툴다고 한다. 예를 들면 남자들은 애정 표현하는 것을 낯간지러워 하면서 필요이상으로 말을 아끼는 것이고 여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말하면 속물로 보일까봐 돌려서 표현한다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사람들은 큰 맘 먹고 굳게 닫힌 입을 떼고 표현하면 될 것을 아끼고 아끼다가 서로 상대방을 지치게 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5·18…. 우리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날과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전국적 슬픔에 묻혀 지나가고 말았다. ‘어버이 은혜, 스승의 은혜, 남녀간의 사랑, 아이의 사랑’ 어느 것 하나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예전에 체신부(정보통신부 전신)에서 ‘매월 말일은 편지쓰는 날’이라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당시는 각종 통신서비스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이기에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과 소통하라는 의미로 추진됐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실시간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방법이 대단히 많아졌음에도 오히려 감정표현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아직 가정의 달 5월이 다 지나가지 않았다.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애정표현을 이제는 하자. 안하던 감사의 표시를 갑자기 하려고 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서먹서먹하기도 할 것이다. 선물만 달랑 하기에도 그렇고 현금만 드리는 것도 성의없어 보인다. 이럴 땐 직접 얼굴을 보며 얘기하자.
어머니께 한번 여쭤봤다. “어머니는 아들이랑 얘기하면 기분이 어떠셔요?” “좋지, 니가 딴 짓하면서 건성건성 얘기해도 이쁘다. 그런데 눈빛을 보면서 얘기해주면 더 좋다. 커 가면서 공부한다고 군대간다고 네 얼굴 보기가 귀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이렇게 좋다”고 하신다. 비록 어머니 한 분에게 여쭤본 것이지만 자녀들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게 부모님 마음이라고 하신다.
방법은 다양하다 이제 내가 감사해야 할 분들을 찾아 그 분에게 맞는 방식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자.
그리고 절대 잊지 말자 누구든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 그리고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언제 다시 감사함을 표현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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