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한 국가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4년 06월 05일(목) 09:25 |
사고 현장에는 서울 소망유치원생 42명, 서울 공릉미술학원생 132명, 안양 예그린유치원생 65명, 부천 열린유치원생 99명, 화성 마도초등학교 학생 42명 등 497명의 어린이와 인솔교사 47명 등 모두 544명이 있었다.
현장에 소방차가 도착한 시각은 화재 발생 후 1시간이 지난 새벽녘. 소방차 20여대, 소방관 70여명, 경찰 250여명이 총동원되어 화재진화와 인명구조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김순덕씨는 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유족 가운데 한사람이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금메달, 19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여자 하키 국가대표였다. 국내에 실업팀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10년 동안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고 조국에 메달을 안긴 대가로 정부로부터 맹호장, 목련장,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로 자식을 잃은 그는 이 모든 메달과 훈장을 정부에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대충대충 빨리빨리 덮어버리고 넘어가는 바람에 진실이 가려지고 마는 것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고통”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수사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 곳곳의 부조리가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고 이민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독일 카셀대 김덕영 박사는 저서 「환원근대」에서 이 씨랜드 참사로 자식을 잃고 “국민의 생명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에서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고 절규하며 이민을 떠난 김순덕씨의 이야기를 꺼내 든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한국에서 국가의 본질과 의미, 기능에 대한 최초의 공론화였는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김 박사는 특히 “박정희 정권 이래 한국의 국가는 권위와 정당성을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국가가 아니라, 권력과 폭력에 의존하는 허약한 국가”라고 규정한다.
씨랜드 사건에 이은 대형 참사의 완결판이라고 볼 수 있을 세월호 사고는 박근혜 정부 들어 점점 더 허약해진 국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김 박사는 한국의 근대화를 네 가지로 특징짓는다. 첫째는 ‘경제가 곧 근대이고 경제성장이 곧 경제’다. 이로 인해 합리적 시장, 금융 시스템, 노동 조건, 분배와 복지 등의 근대화는 도외시했다. 둘째 ‘국가와 재벌이 곧 경제’다. 즉 “한국의 경제성장은 국가와 재벌의 동맹자본주의에 의해 추진됐고 그 밖의 개인이나 사회집단은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 간주되면서 객체화, 주변화 됐다.”는 주장이다. 셋째는 ‘경제가 근대화되면 경제 외적 영역도 근대화 된다.’ 넷째는 ‘전통은 근대의 토대가 되어야 하거나 근대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등이다
김 박사는 재벌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에만 매달리는 근대화의 방식은 박근혜 정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이니 제2의 새마을운동이니 하면서 ‘환원근대’를 영구화하려는 반근대적 발상이 그것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나 정권의 노동 탄압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근대화(경제성장)는 정치, 법, 과학, 예술, 윤리, 종교, 교육, 가족, 에로스 등 다양한 삶의 영역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함의해야 함에도 이런 것들은 억압한 채 국가와 재벌에게 성장의 모든 가치들이 집중시킨 것이 한국의 근대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허약한 국가’의 반대인 ‘강력한 국가’는 어떤 국가일까?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진정으로 ‘강력한 국가’의 모델은 독일연방공화국 헌법 제1조 제1항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할 수 없다. 이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모든 국가권력의 의무다’라는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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