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권력이동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4년 06월 20일(금) 10:11
새로 취임하는 미국 대통령은 6천500여개에 달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 고위직을 자기사람으로 물갈이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차관보급 이상 고위관료와 주요 국가의 대사, 기관장 등 1천100여명은 상원의 인준이라는 검증을 거치도록 되어 있지만 대통령이 자기사람을 쓰는 데는 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정치적 관직 임용’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이 엽관제(獵官制:spoil system) 관행이 미국에서 자리 잡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제3대 대통령 제퍼슨은 취임과 함께 대통령 임명직의 4분의 1을 민주공화당원으로 채웠다. 제7대 대통령 잭슨은 공직의 특권화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아예 ‘공직순환정책’을 실시했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서부개척민들에게 공직기회를 열어주기 위해서였다.
제퍼슨이나 잭슨 대통령 모두 공직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맡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냥하듯 관직을 나눠 먹다보니 탈이 났다. 제20대 대통령 가필드는 선거를 도와준 대가로 자신을 프랑스 영사로 임명해달라고 조르던 귀토라는 청년에 의해 취임 6개월여 만에 암살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직사냥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제23대 대통령 해리슨은 한 해에 연 3만1천여명에 달하는 우체국장을 교체하기까지 했다.
‘공직은 건전한 상식보다 전문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가필드의 공직관(公職觀)이 받아들여진 것은 ‘펜들턴법’(Pendleton Act 1883년)이라고 불리는 연방공무원법이 의결되고, 실적제(자격임용제:merit system)가 도입되면서부터다. 그 뒤 공개적으로는 엽관제가 실적제에 밀려났지만 그 관행과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남아 선거 뒤끝마다 여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
6·4지방선거가 끝나고 ‘권력이동’이 한창인 우리 지자체들 역시 이 정치적 관직 임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질 기세다. 영암지역도 예외가 아니어서 당선자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곧 있을 논공행상에서 얻게 될 전리품을 생각하면 입이 귀에 걸린 이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당선자의 한 측근은 벌써부터 무슨 사업을 할지 궁리가 한창이라는 소문까지 들린다.
선거는 꼭 엽관제의 형식이 아니더라도 당선자와 지지자 사이에 정치적 채권·채무관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전리품은 승자의 것’이듯 자신의 당선을 위해 고생한 이들에게 임명 가능한 공직으로 보답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능력은 도외시한 채 ‘전임자의 사람들’을 모조리 쫓아내고 그 자리를 측근들로만 채워서는 악순환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우선 새로운 단체장은 사람을 제대로 써야 한다. 당선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공직으로 보답해서는 자신의 임기 내 행정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사실 엽관제의 사전적 의미에는 적극적 지지자에게 관직으로 보답하는 관행뿐 아니라 선거에서 패했을 때 그 관직에서 물러나는 것까지가 포함되어 있다. 선거 뒤 정치적 관직 임용권 행사가 엽관제의 잔재임이 분명하다면 이점도 새겨둘 필요가 있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이 기사는 영암군민신문 홈페이지(yanews.net)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yanews.net/article.php?aid=1342416466
프린트 시간 : 2024년 11월 19일 04: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