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선택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이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4년 07월 04일(금) 10:21
윤광제
미암면 출신
시조시인
지난 6월4일 대한민국에서는 국민들의 위대한 선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4년 간 국민을 위해 노력한 사람, 겸손한 사람, 국민을 위해 재능을 쏟아 부은 사람에게는 재선의 영광을,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심판을, 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람에게는 기회를 주는 국가적 차원의 이벤트가 벌어진 것이다.
본인의 사견이지만 우리 지역 국회의원 선거구(장흥·강진·영암)는 전남에서도 손꼽히는 정치 1번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3개 군의 행보가 사뭇 다르면서도 그 나름의 논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장흥군수 선거는 3선을 준비하던 이명흠 현직군수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게다가 무소속이었던 김성 후보가 됐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또한 주목할 만한 것은 무소속 군의원이 무려 2명이나 당선됐다는 것, 여기에 7석 중 4석, 절반이 넘는 의원이 교체됐다.
이뿐인가? 강진군의원은 8석 가운데 6석이나 바뀌어 정치신인 당선이 무려 75%의 달했다. 8명의 군의원 중 재선의원은 2명, 약간 억지스럽지만 재선된 의원 중 비례대표 경력을 제외하고 첫 지역구 선거로 나선 것을 감안하면 지난 6대 의원은 단 1명이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군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현직 군수가 3선에 실패했고 8명 가운데 4명이 초선이며 이중 4명이 재선이상이다. 어떤 정치인 말씀대로 ‘국민’이 정답이었고 항상 ‘국민’이 옳았다.
조선시대 같으면 국민이 관리의 부정부패에 시달려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신문고를 두드리거나 몇날 몇일을 걸어서 더 큰 관가에 송사를 했겠지만 이제는 정치가 생활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소중한 표를 과감하게 사용하여 정치인을 심판하고 있는 추세다.
시대가 변하면서 정치지형도 또한 급격하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 학력이 높아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후보에 대한 평가를 더 쉽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예전에는 잘 알 수 없었던 후보자들의 과거 행적이 책자형 선고공보물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평소 살아온 발자취를 평가하는 것이 곧 표로 이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학연, 지연, 혈연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점점 그 사람 자체를 평가하는 시대가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강진군 선관위에서는 전남 최초로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부정선거, 부정한 후보가 발을 들이기가 어렵게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민선 7기 군수와 제7대 군의회가 출범한다. 군수, 도의원을 비롯한 각 군의원들은 공인으로서 또 새롭게 시작하는 여정이며 그 여정이 곧 자신의 이력과 공약된다. 선출직은 그저 지역에서 유명하다고, 운이 좋아서 뽑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냉정한 눈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투표를 한 것이다. 당선자는 이에 대한 책임감에서라도 4년을 허투루 보내거나, 자신의 명예만을 위해서 활동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랭클린 P. 애덤스 “선거란 누굴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 는 명언을 남겨 선거철만 되면 항상 회자되고 있다.
또 우스개 소리로 ‘정자와 정치인은 사람 되기 참 어렵다’는 말이 있다. 정치인은 그처럼 좋은 사람 소리듣기가 어렵다는 얘긴데 이를 반영하듯 선거전만 벌어지면 누가 더 나쁜지 비방하고, 호소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바라보는 정치인은 악만 존재하고 이에 따라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을 뽑는다는 뜻이다.
‘차악을 뽑는다’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우리 당선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선출해준 국민들 마음속에는 항상 “당신이 최고이기에 선택한 것이 아니며 낙선한 그 사람보다 조금 덜 나쁜 사람이었기에 뽑은 것이다”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처럼 국민은 후보자를 당선시킬 수도 있지만 주민소환제도를 통해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주민소환제도’는 지난 2009년까지 전국에서 2차례나 실시된 살아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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