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희망이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4년 07월 18일(금) 13:19 |
군서면 도장리 출신
미국 영암홍보대사
춘추시대 진나라 평공왕이 보좌관 기황량에게 물었다. “남양현에 현령자리가 비어 있는데 누가 그 자리에 적합하겠는가?” 기황량은 머뭇거리지 않고 “해호를 앉히면 좋을 것입니다.”고 답했다. 평공은 놀라서 다시 물었다. “해호는 그대와 원수 사이인데 어찌 그를 천거하는가?” 기황량은 대답하기를 “대왕께서 현령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셨지, 해호가 신과 원수 사이냐고 물으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평공은 해호를 현령으로 임명했다. 그는 선정을 베풀어 사람들로 부터 칭송을 받았다.
얼마 후, 평공은 또 기황량을 불러 물었다. “조정에 법관이 한 사람 필요한데 누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겠는가?” 기황량은 대뜸 “기오가 그 직책을 잘 해 낼 겁니다”고 대답했다. 평공이 이상히 여겨 다시 물었다. “기오는 그대의 아들이 아닌가? 아비가 자기 아들을 천거했다는 비평을 들을까 두렵지 않은가?” 이에 기황량은 태연하게 “누가 그 일을 잘 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시기에 기오를 추천한 것이지 그가 신과의 부자간이라는 사사로움을 묻지 않으셨습니다.” 평공은 기오를 법관으로 임명했다. 그는 일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해 칭찬을 받았다.
기황량은 재능을 살펴 인재를 적재적소에 천거했을 뿐 원수라고 편견을 두지 않았고, 남의 빈축을 살까 두려워서 자기 아들을 추천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대공무사(大公無私)라는 고사가 유래했다. ‘사심이 없이 공평하고 지극히 바르다’는 뜻이다.
뉴스를 통해 청문회 소식을 들으면서 생각났던 고사다. 인사가 만사다. 좋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는가의 여부가 국가는 물론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것은 결국 리더의 능력에 달려있다.
영암을 이끌어 갈 새 군수가 취임했다고 한다. 어떤 분인가 궁금하여 살펴보았더니, ‘대학시절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고, 학파농장 소작철폐운동을 주도했으며, 알파중공업을 창업하여 성공한’ 사람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역사를 알고, 목민관의 참 뜻을 이해할 만한 사람이겠구나 하는 믿음이 갔다.
새 군수가 제시한 여러 가지 약속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공감이 가는 공약이 많았다. 특히 인사에 관해 “군민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설치해 예측 가능한 제도를 정착시켜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나가겠다’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대공무사(大公無私)를 생각나게 하고,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투명하게 행정을 집행하는 미국의 지방자치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감이 가는 부분은 ‘군정의 방향을 건축·토목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점이었다.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
그렇다.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위한 행정, 사람을 위한 목민이 되어야 한다. 각 면에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것은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아이디어다. 오늘의 미국은 카네기가 전국에 만들어준 2,500개의 도서관 덕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정현종 시인이 쓴 ‘방문객’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로 어머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떠돌이 빗방울도 연잎을 만나면 진주가 된다. 군수를 잘 만나 영암군민이 모두 진주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역시, 사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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