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곡선’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4년 08월 22일(금) 11:12
심리학자 에빙하우스(H. Ebbinghaus)의 ‘망각곡선(forgetting curve)’은 기억을 위해서는 넘칠 정도(과잉)의 반복학습이 절대 중요함을 강조한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에 반비례하므로, 점점 감퇴하는 기억을 장기적인 기억으로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망각곡선의 주기에 따라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반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망각곡선은 기억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없을 때 기억한 정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손실되는 정도를 보여준다. 기억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오랜 시간 후에도 다시 떠올릴 수 있다. 전형적인 망각곡선 그래프는 사람이 몇 주에 걸쳐 배운 새로운 지식은 의식적으로 학습한 지식을 복습하지 않는 한 기억 내용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에빙하우스는 1885년 자신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불완전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망각곡선 가설을 책으로 펴냈다. 그는 아무 의미 없는 음절을 암기해 테스트하고 그 결과에 맞춰 그래프를 만들었다. 그는 이를 통해 과잉학습의 효과를 알아낸다. 어떤 음절을 기억하는데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반복하는 경우 과잉학습이 달성되고, 과잉학습은 더 이상 기억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을 보장한다. 즉 과잉학습은 망각곡선을 안정적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우리들의 망각곡선은 과연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전국적으로 노란 리본이 물결을 이룰 때 온 국민이 되뇌었던 ‘잊지 않겠습니다’던 약속은 과연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참사 발생 4개월째인 지금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며 온 국민들이 곳곳에 묶어놓은 ‘노란 리본’들이 갈 곳을 잃은 처지라고 한다. 지난 7월19일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울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사 근처 나무에 매달린 노란 리본 수십 개를 가위로 자른 사진이 올려졌다. 사진을 올린 이는 당당하게도 ‘상쾌한 아침 죽은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리본이 기분 나빴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에도 청계천 난간에 달렸던 리본 줄 10여 군데가 잘려 떨어진 것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담당자가 발견해 다시 묶어놓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리본 설치를 주도했던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보다 못해 리본 2만여 개를 거둬들였다.
세월호의 망각곡선은 정치권에선 내리막으로 그려진지 벌써 오래다. 특히 집권 새누리당에게 세월호 사태는 여느 교통사고나 다름없을 뿐이다. 다수의 국민들 역시 세월호 진상규명보다 유병연의 사인과 그 장남을 경호하는 태권도 선수 출신 여인이 더 궁금하다. 독재자 박정희에 대한 5,60대들의 기억이 그렇듯, 이대로라면 세월호에 대한 장기적 기억으로 영구 보존된 결과물이 진실에 배치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두렵다. 진실에 배치된 사실을 기억하거나 귀중한 것을 너무 빨리 망각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후퇴로 이어질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수준은 국민의 평균수준을 추월하지 못한다고 한다. 소중한 진실을 잊지 않기 위해 각성하고 또 각성하려는 뜻있는 시민들이 점점 보기 드물어지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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