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엔 추억을 선물하자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4년 09월 05일(금) 11:33
윤광제
시조시인

추석을 앞두고 최근 한 인터넷 쇼핑몰이 회원 약 1,500명을 대상으로 '가장 받고 싶은 추석선물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현금과 상품권이 50.8%의 압도적인 비율로 1위를 차지했고 2위에는 육류(17.6%), 참치나 식용유, 비누같은 가정 생활용품 세트(11%)는 그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주고 싶은 선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서는 받고 싶은 선물과는 다른 성향을 보였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줄 선물로는 생활용품세트가 32%로 1위를 차지했고, 과일(19.2%)과 건강식품(19%)이 각각 2 3위에 올랐다고 한다.
속담에 '곡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듯 대상자들의 경제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듯 '받을 때는 현금', '줄 때는 내 살림살이에 살짝 덜 부담스러운 품목'을 선택했다는 것인데, 사실 선물을 현금으로 받으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것은 나나 타인이나 마찬가지. 이런 이유로 추석 선물은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것 자체가 기쁜일이리라.
필자가 영암군청 근무 당시 지인들에게 편지 쓰기를 좋아했고 명절이 되면 가능한 연하장 보내기에 힘을 썼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런 나의 행동이 예뻐보였는지 (지금은 팀장님으로 활동하고 계신) 최모 선배님께서 은박지에 곱게 싼 어떤 물건을 손에 쥐어 주셨다. 집에 가서 펼쳐보라시는 선배님의 말씀대로 집에 와서 펼쳐보니 그것은 35년 살면서 처음 본 '어란'이었다. '어란'이라고 말로만 들었지 실물은 처음이라 일부러 인터넷을 뒤져가며 확인해보니 이 '어란'이 보통 귀한 것이 아니었다. 조선시대에는 궁중 진상품으로 이름이 높았고, 명절, 제사나 특별한 날에만 상에 올랐다니 얼마나 귀한 선물을 받은 것인지 느낄 수가 있었다. 게다가 이 어란이 영암의 특산물 아니겠는가? 늦게 알았지만 알고 보니 우리지역에 대한 애정과 선배님에 대한 감사가 더욱 애틋해질 수 밖에 없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우연한 기회에 어란 제조 과정을 들어보니 보통 정성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큰 맘 먹고 하나 사는 날이면 정말 친한 몇 사람에게만 알리고 조용히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란은 보통 4월부터 5월까지 산란을 위해 영산강 일대를 찾는 참숭어의 알로 만든다. 알집이 커서 상품가치가 높은 어란을 만드려면 그만큼 큰 숭어를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어란을 만드는 장인은 숭어를 잡아 알을 소금물에 절여 핏기와 불순물을 제거한 후 조상 대대로 물려온 간장에 담가 짠맛과 식감을 높이는 색을 만들어 낸다. 간장으로 색이 곱게 들면 본격적으로 건조작업에 들어가는데 건조과정에서 꼼꼼히 참기름을 바르고 모양이 잡히도록 꾸준히 어란의 상태를 봐주고 아침저녁으로 볕을 쬐며 자연 살균을 실시한다고 한다. 건조작업이 진행될 시기가 1~4개월이 걸리는 만큼 장마철에 어란에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다.'
이런식으로 '어란 만드는 과정'을 얘기해주면 함께 먹던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금 이 자리에서 먹는 이 안주가 얼마나 귀하고, 그 귀한 것을 먹기 위해 함께 모인 이 사람들이 얼마나 귀한지 새삼 행복해진다"며 음식과 추억을 공유하게 된다.
어란을 예로 들었지만 선물은 추억을 공유하는 좋은 이벤트이다. 그런데 아무 때나 선물하는 것도 모양새가 안 나는데 추석이나 설날이라면 분위기 잡기에 더 없이 좋은 날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더 비싸고 좋은 것을 살 것이고, 여유가 적은 사람은 형편에 맞게 고르기 마련이니 그 크기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지역의 특산품을 구매해서 받는 사람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해보자.
요즘처럼 불안감이 팽배한 시대에 최고의 선물은 안전, 그 다음은 추억 아니겠는가? 또 해마다 명절 연휴에 고속도로 휴게소가 음식물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니 간편하고 쉽게 상하지 않을 최고의 추억선물 어란, 참빗, 대봉감 같은 우리지역 특산품을 멀리서 온 향우들에게 들려보내고, 타향에서 우리 특산품을 홍보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영암을 더욱 빛나게 하는 의미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독자제현(讀者諸賢)의 가정에 건강과 유쾌한 기억이 가득한 추석이 되길 빌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멋진 추억을 선물하시라고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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