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대혁신과 역사의 진전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4년 11월 07일(금) 11:09
송 승 환
국가기록원 기록조사위원
경기대 강사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대안적 헤게모니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다. 양극화,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남북관계 교착 등 깊은 질곡에 빠져 있지만 기본적 잠재력으로 볼 때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가치와 리더십으로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높은 발전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배타성, 천민성, 민주주의의 결핍이 대한민국의 역사적 전진을 위한 조건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적 시대상황은 '보수우위의 구도가 점차 소멸해 가는 단계'이다. 하지만 소멸해가는 보수우위구도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적 패권(헤게모니)도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2년 이후 진보(進步)는 집권을 위해 보수분파와의 연합 없이도 거의 대등한 일대일 대결구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1997년 최초 집권 때는 보수 : 진보가 6 : 4구도였으나 오늘날에는 거의 5 : 5구도로 바뀌었다. 그러나 야권정당의 무능으로 인해 5 : 5구도는 중대선거이거나 바람이 불 때만 형성되고 일상적 시기에는 잠복하고 있다. 2010년 6·4지방선거 이후 지금까지 중대선거의 공간에서 진보적 가치와 의제가 지배적 이슈가 되는 현상은 정치지형이 '더이상 기울어진 운동장'으로만 파악될 수 없음을 보여준 셈이다. '보수=부패', '진보=무능'이라는 도식도 이미 깨졌다. '보수=부패', '진보=무능'이라는 프레임(frame)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은 여당과 야당의 권력기술의 차이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권정당의 창출'이 급선무이다. 한국의 정치체제는 사회의 다양한 이익을 제대로 대표하지못하고, 안정적 통치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독과점적 정치체제는 강력한 현상유지의 기제(基劑)이며, '대결과 증오의 정치'는 어느 누가 집권해도 안정된 다수파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이런 정치시스템으로는 사회문제 해결능력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도, 문화, 인적 자원 모든 측면에서 정치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혁신(大革新)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정당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정치혁신' 나아가 '시대교체'의 시발점이 된다. 그 중에서도 야당을 '수권정당'으로 바로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지금의 야당은 수권정당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보수-진보'의 총량적 세력구도가 균형에 가깝게 접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새누리당보다 두세 배 더 무능하고 허접하다. 바로 이런 정당 간 구도의 심각한 불균형 때문에 '역사의 진전'은 결정적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다. 야당의 핵심 문제는 무엇인가? 가치와 노선, 즉 정체성이 정립되어 있지 못하다. 민주진보정당들은 진정한 의미의 대중정당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명망가(名望家)정당' 혹은 '호족연합정당'이며, 진보정당들은 '활동가정당'에 불과하다. 그들의 '패권적 나눠먹기'의 정당지배구조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야당 대혁신의 관건은 '새로운 노선'에 기초한 강력한 리더십을 창출할 수 있는가 여부에 달려있다. 수권정당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치리더십=정치주도그룹이 교체되어야 한다.
현재 야당의 친노(親盧)·비노(非盧)·486그룹들은 모두 시대적 소명의식과 비전을 상실해버렸거나 시대적 한계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친노·비노·486그룹들을 모두 뛰어넘는 새로운 노선을 통한 리더십의 재편이 시대적 과제로서 제기된다.
새로운 리더십은 단순히 새로운 계파가 아니라, 기존 계파구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을 주도해야 한다. 기성 주류(친노·비노·486)가 인물과 계파를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離合集散)에 치중했다면, 새로운 노선은 선명한 가치를 중심으로 결합된 '집합적 리더십'을 지향해야 한다. 새로운 노선은 '소통·공유·협력에 기반을 둔 '공동체(모두)를 위한 더 큰 진보''로 요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자기혁신(셀프혁신)을 스스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적 결론이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틀 내에 한정된 시야로는 수권정당의 창출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문국현(文國現)→'혁신과 통합'→안철수(安哲秀)의 정치실험이 실패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제3지대 정당모델=공성(攻城)전략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 이같은 역사적 맥락의 교훈을 종합하여 야당대혁신의 창조적 대안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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