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일탈!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4년 11월 28일(금) 12:31 |
시조시인
예비역 소령
모든 운동선수는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근력, 지구력, 민첩성 등이 떨어지면서 은퇴 수순을 거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운동선수들이 전성기를 8년 이상 유지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올림픽에서 2연패(連覇)를 한 선수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체의 노쇠화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최고의 자리에 선 이후 목표의식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지만 이후에는 그 최고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그 달콤한 우승이라는 열매를 한번 맛 봤기 때문에, 그리고 그 만큼 노력하지 않아도 부와 명예를 얻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슬링 선수로서 전성기를 무려 24년간 유지한 사람이 있었다고 하면 믿겠는가?
고대 올림픽의 레슬링 영웅 밀로(Milo)가 그 주인공인데, 그는 격투기인 레슬링의 달인답게 무술에 능했고 노래에도 흥미가 있었으며 자연과학 역사를 다룬 '피시카'라는 저서를 직접 펴낼 만큼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는 기원전 540년부터 기원전 514년까지 연속으로 레슬링 챔피언 자리에 올라 고대 그리스 올림픽 사상 전 종목을 망라해 최다승을 기록한 한 인물로 꼽혔다고 하니 그의 괴력을 짐작하고 남음이다.
어쨌거나 인간계에서는 그를 대적할 사람이 없었다고 하니 챔피언 중의 챔피언인 그는 심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고 장난기가 발동했다. 즉 사람이 아닌 다른 것과 싸워보고 싶은 일탈의 충동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숲을 걷다가 그는 벼락에 맞아서 갈라졌는지 아니면 누가 일부러 갈라놨는지 이유를 알 수 없이 갈라진 나무를 발견하고는 그 가지를 쫙 쪼개보고 싶은 마음이 동했다. 밀로는 있는 힘껏 당겨봤지만 쪼개지지 않자 두 팔을 나무 사이에 끼우고 있는 젖 먹던 힘까지 쏟았으나 오히려 팔이 나무 틈에 꽉 끼고 말았다. 그가 벌인 나무와의 씨름은 한동안 계속됐지만 결국 힘이 빠진 밀로의 패배로 끝났다. 그리고 얼마 후 날이 어두워지자 찾아온 늑대무리에 의해 밀로는 완벽한 패자가 됐고 배고파서 집을 나섰던 늑대는 배부른 최종승자가 되고 말았다.
24년간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한 남자가 하찮은 일탈의 충동을 이기지 못해 너무도 허무하게 최후를 마친 것이다.
지난 13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날이다. 그런데 이 날은 사실 굉장히 두렵고 떨리는 날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시험의 비중 때문인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한 번은 치러야 하는 시험이며, 다른 나라의 학생들은 믿기 힘든 무게의 가방을 매고,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강제?)자율 학습을 실시하고, 오직 이 시험 한 번을 위해 무려 12년이나 수업을 받아야 했던 시험이기 때문에 그 비중이 큰 것이다.
그런데, 이 시험을 치르고 나면, 학생들은 스스로 망했다고 망연자실하거나, 정말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들 떠 있다가 졸업을 하기까지 70여일 가까이 가정과 학교 사이에서 일탈로부터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쉽다. 시험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했다는 해방감에 '이제는 수업도 더 들을 필요가 없으니 놀자, 내일 모레면 성인이니까 술을 마셔도 되겠지?, 이제 곧 대학생인데 이성친구랑 애먼 짓을 해도 되겠지?' 하는 수 많은 일탈의 유혹들이 학생들에게 찾아오는데, 그런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앞서 말한 밀로처럼 나락으로 떨어지는게 다반사다. 24년을 챔피언으로 살아오던 사람도 한 순간에 늑대밥으로 만드는 것이 일탈인데, 사회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더 얘기해봐야 무엇하겠는가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 학생들이 무작정 '하지마라, 하지마라'는 주문만 걸면 그대로 움직여주는 꼭두각시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학생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큼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감성적인 프로그램을 대안으로 제시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학부모, 학교, 사회의 몫이다. 지금이라도 군과 교육계 등에서 서로 공조된 멋진 프로그램으로 졸업시까지 학생들의 일탈을 막고, 정말 보람찬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흔들리지 않을 '멋있고 아름다운 목표의식'을 심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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