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정(情)은 인류무형문화유산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4년 12월 26일(금) 15:01 |
시조시인
김치와 김장 문화가 지난 2013년 12월 5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8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올해 농악이 등재되면서 총 17개를 보유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인류무형문화유산 중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단연 김장과 김치이다.
그런데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어떻게 될까? 인류무형문화유산의 정의를 보면 공동체, 집단 및 개인이 자신의 문화유산의 일부분으로 인식하는 관습, 표현, 지식 및 기술을 그 대상으로 하고 이와 관련된 전달 도구, 사물, 공예품, 그리고 문화 공간을 포함한다고 전한다.
또 무형문화유산의 전달체로서 언어를 포함한 구전 전통 및 표현, 공연 예술(전통음악, 무용 및 연극 등), 자연 및 우주에 관한 지식 및 관습, 전통 기술을 무형문화유산의 범위로 정하고 있다.
무형문화유산은 세대와 세대를 거쳐 전승되고 있고, 인간과 주변 환경, 자연의 교류 및 역사 변천 과정에서 공동체 및 집단을 통해 끊임없이 재창조되며, 공동체 및 집단에 정체성 및 지속성을 부여하는 것, 또 문화 다양성 및 인류의 창조성 증진에 기여하며. 공동체간 상호 존중 및 지속가능발전에 부합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모든 조건에 부합해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하니 김치와 김장문화가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나는 지난 주 세밑에 찾아온 폭설 때문에 추위와 교통사고 위험이라는 공포로부터 떨어야 했다. 그리고 반찬 부족이라는 공포도 나를 엄습했다. 냉장고, 김치냉장고를 열어보니 김치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김치가 없다니 곤란한데…" 밥은 쌀이 있으니 지어 먹을 수 있는데 김치는 내가 직접 김장을 할 수 없으니 대단히 곤란한 상황이었다. 물론 편의점이나 마트를 방문해 김치를 사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1회성 식사에 한 하는 것이지 생활을 하면서 김치를 사먹는 것은 가정내 재정건전성을 크게 해치는 행위라서 지양돼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밥만으로는 살 수 없어 라면으로 대체하려 했는데 김치없는 라면 역시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했다. 항우 장사도 댕댕이 넝쿨에 넘어진다더니 흔하디 흔하고 하찮디 하찮은 김치가 나의 식사시간을 이렇게 좌우하고 있었다니…, 그날따라 김치가 더욱 그리워졌다.
그런데…, 집 앞에 검은 그림자가 왔다갔다 하더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을 빠끔히 열고 보니 옆집 어르신이 찬바람과 눈을 맞아가며 혼자 사는 총각 집에 오신 것이다. 시선을 아래쪽으로 하니 그 분 손에는 바가지가 하나 들려 있었는데 금방 갖은 양념을 둘러쓴 배추김치 세 포기가 담겨있었다. 한 동네 살면 옆집 부엌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안다고 했던가? 어찌 이리 총각 맘을 아시고 찾아주셨는지 감격의 눈물이 절로 났다.
그랬다. 김치와 김장문화는 그 맛과 영양보다는 김치를 만드는 행위를 통해 정을 나누는 문화가 아름다워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던 것이다. 즉 한국의 정(情)이야말로 진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이었던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급속한 도시화와 글로벌화, 문화 통합 정책, 경제침체, 젊은 세대의 무관심으로 인해 많은 무형유산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90% 이상의 한국인은 가족·친지가 집에서 담아 주는 김치를 먹는다. 이는 '김장문화'가 핵가족 시대, 1인 가정시대에 사회 결속을 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함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것, '우리'라는 낱말을 쓰는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래서 연말이면 어려운 이웃의 사정을 염두에 뒀다가 함께 담근 김치를 기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날씨가 춥다. 오랜 시간 우리들의 머리, 우리들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쉬며 또 그렇게 전해지는 인류무형문화유산 '정(情)'을 해가 가기 전에 나눠봄이 어떨까?
끝으로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옆집 어르신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어르신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편,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나라 인류무형문화유산은 다음과 같다. 1.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년) 2.판소리(2003년) 3.강릉단오제(2005년) 4.강강술래(2009년) 5.남사당놀이(2009년) 6.영산재(2009년) 7.제주 칠머리당영등굿(2009년), 8.처용무(2009년), 9.가곡(한국 음악)(2010년), 10.대목장(2010년), 11.매사냥(2010년) 동시지정국가 - (대한민국 외 11), 12.택견(2011년), 13.줄타기(2011년), 14.한산모시짜기(2011년), 15.아리랑(2012년), 16.김장 (2013년), 17.농악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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