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5년 01월 02일(금) 10:54 |
국가기록원 기록조사위원
경기대 강사
과거 이명박(李明博) 정부의 성격에 대한 초기 진보진영의 논의들은 대개 이명박 정부가 한국 사회에 새롭게 출현한 ‘신(新)보수’라는 데 모아졌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구(舊)보수와 구별되는 요소들이 무엇인가 하는 논의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를 “냉전적인 반북적 보수이자 ‘안보형 보수’”인 구보수와는 구별되는 “‘시장형 보수’ 혹은 ‘신자유주의적 보수’”인 ‘한국형 신보수’라고 규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포스트-개발’ 정부이고 ‘포스트-독재’ 정부”로서 구보수의 핵심인 개발주의와 성장주의를 계승하면서 동시에 “‘탈규제’와 ‘자율경쟁’을 핵심담론”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전면화”라는 것이었다.
사실 다수 진보적 학자들이 이명박 정부를 ‘신보수’라고 섣부르게 주장하게 된 이유는 정부교체 과정에서 전통적인 보수층의 역할이 아주 제한적이었던 데 반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과거 개혁정부의 지지층이 보수 쪽으로 대거 전향함으로써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성격에 대해 초기에 이루어졌던 논의들은 금방 유효성(有效性)이 상실되었고, 더 이상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그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보인 퇴행적 모습들이 ‘신보수’의 모습과는 너무 판이하게 달랐고, 급기야는 촛불집회를 계기로 정부 초기부터 지지율이 대거 급락했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을 통해 펼친 국정운영의 기본적 방향은 총체적으로 말해 헌정체제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린 시기였다.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강압과 저항으로 얼룩진 헌정체제의 불안정성을 제거하고 민주주의의 기초 위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타협에 도달한 87년 체제를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다시 특권과 억압세력의 국가로 되돌리려 시도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측면에서 87년 체제가 이룩한 성과물을 파괴하려 한 것이다.
그런 속에서 한국의 민주주의(民主主義)와 인권(人權)은 급속하고 광범위한 후퇴를 거듭해 왔다. 단적으로 지난 몇 년 사이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형편없이 강등되어 왔다. 국제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2011년 한국을 기존 언론자유국(free)의 지위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으로 강등시켰다. 2011년 언론자유지수는 전 세계 196개국 가운데 홍콩과 함께 공동 70위를 기록했다. 프리덤하우스는 미국의 보수적 인권단체로서 2007년만 해도 한국을 정치자유 1등급 국가로 분류하는 등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단계를 높게 평가해왔다. 그러나 이번 강등으로 한국은 국제적으로 인권 퇴행국으로 낙인찍히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은 수구-특권세력에 의지해 한편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특권세력에게 막대한 부(富)와 권력(權力)을 이전해 준 기간이었다. 전자(前者)의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87년 체제가 낳은 민주주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축소하려 시도했는데, 그것은 시민의 기본적 자유와 인권,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법치주의(法治主義), 국민의 권력통제 원리 등 민주주의 전반에 걸친 부정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철저하게 수구-특권세력에 의존하여 권력을 유지한 결과 국가자율성과 국가능력은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며, 이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양극화, 일자리 등 당면 문제를 푸는 데 치명적 장애물로 작용했다. 저열한 국정철학과 역사인식에 입각한 민주주의 가치의 부정은 사회 다양성과 토론을 제약하고 한국 사회의 시대 역주행을 가속화시켰다.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는 일만큼 중요한 기본이 있을까? 민주주의가 없으면 민생(民生)도 없다. 우리는 이제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기 위한 정치개혁 과제를 제시하고 착수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사유화(私有化)를 막을 확실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은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함과 아울러 국가 기관들 상호 간에 철저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해서 어느 누구도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전횡(專橫)을 일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의회(議會)가 행정부(行政府)를 실질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강화시키고, 정부 권력이 자의적 통치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각 권력기관들의 독과점적 권한을 분산시키고 상호 견제케 만드는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가권력의 개혁을 통해 국민 참여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검찰·경찰을 비롯한 사법기구 개혁과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로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의 인권이 침해받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과 군공안기구의 민간인 사찰을 엄격히 차단하고, 패킷감청과 위치추적 등 시민에 대한 감시와 사찰을 제도로서 금지해야 한다. 공직사회와 기업에서의 공익제보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고, 불이익 조치에 대한 처벌의 범위와 수준을 확대강화하며, 포상 및 보상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시민의 온-오프라인에서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학문, 사상, 언론, 문화의 자유를 가로막는 각종 검열 및 통제장치를 폐지하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지역주의의 타파와 정책정당화, 그리고 정치적 대표성의 제고를 통해 복지, 노동의제에 대한 정치적 반응성을 높이기 위해 비례대표의 비중을 확대시키고,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2016년 제20대 총선, 2017년 제19대 대선국면에서 개헌의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민주주의의 후퇴와 국가권력의 사유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절실해졌다.
우선 국민이 판단 착오로 폭정자를 대통령으로 뽑았을 때 하루가 일 년 같은 세월을 보내서는 안 된다. 하루라도 빨리 책임을 물을 수 있게 임기를 단축하고, 역(逆)으로 유능하고 선의가 있는 대통령은 더 오랫동안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국가기관들 사이의 불균등하고 비대칭적인 권력구조로 인해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감사원의 회계감사기능 국회 이관이나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등을 검토해야 한다. 그래서 이 의제를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국면에서 가시화하고 여러 정치세력들과 국민이 협약을 맺어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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