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군의회 의원사업비 급제동 도 종합감사서 '농업경쟁력강화사업' 운영 부적정 적발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 2015년 01월 30일(금) 10:40 |
영암군의회 의원들이 요구해 편성하고 재량껏 집행해온 이른바 '의원사업비'에 대해 전남도가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2014년 영암군 종합감사 결과'를 통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영암군이 추진해온 농업경쟁력강화사업에 대해 운영 부적정 사실을 적발하고 '기관경고' 한 것이다.
특히 이 농업경쟁력강화사업은 전남도 감사 적발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사업비가 책정되어 상반기 균형집행방침에 따라 시행되면서 읍면별로 집행방식을 놓고 벌써부터 큰 잡음이 일다가 감사결과 발표 시점인 최근에야 집행이 보류, 영암군의 향후 조치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4면>
지난 1월23일 전남도 홈페이지에 공개된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영암군은 사업계획 수립 절차 없이 영암군의회 의원들에게 일정액씩 포괄적인 예산편성을 해줘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농업경쟁력강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군청 사업부서의 신청 없이 의회 요구대로 의원별로 1억원 내지 2억원 상당의 농기계구입, 농산물저온저장고 등의 구입예산 42억원을 친환경농업과 예산에 편성하고, 이를 읍·면에 구두로 배정한 뒤 읍·면 농정심의회를 거쳐 군에 사업계획을 신청하면 교부하는 방법으로 시행해 온 것.
또 사전 계획수립 절차 없이 의원들의 '입김'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다보니 선정기준이 주먹구구식이고, 구입한 시설이 기준에 미달하거나 사업취지와 동 떨어지는 등 결과적으로 군민들의 소중한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5억8천100만원이 투입된 농산물 저온저장고 설치사업의 경우 2000년부터 도비 보조로 시행하고 있는 같은 명칭의 사업이 있는데도 관련 선정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사업목적과 관계가 적은 '농업경쟁력강화사업' 선정기준에 따라 선정하도록 읍·면에 통보했다.
그 결과 농가당 273만원씩의 저온저장고 설치비를 지원받은 212농가 가운데 무려 83%인 177농가가 도비보조사업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과채류 재배면적 1만㎡ 미만이 143농가, 재배면적이 없는 농가 등이 34농가나 됐다.
또 162개소에 대한 활용실태를 점검한 결과 무려 73%인 118개소가 가정용 식료품 저장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등 사업취지와는 거리가 멀거나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군비 3억2천200만원의 예산낭비가 발생했다고 전남도는 지적했다.
전남도는 이 같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과 관련 공무원 4명에 대해서는 훈계조치하고 영암군에 '기관경고' 했다.
군은 그러나 지난해 11월13일부터 19일까지 실시된 전남도 종합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되었음에도 2015년도 본예산에도 농업경쟁력강화사업비 11억2천400만원을 편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암군의회 의원이 8명임을 감안할 때 의원 1명당 1억5천여만원씩 배정된 셈이다.
군은 특히 이 사업비를 오는 6월까지 상반기 균형집행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 1월19일자로 일선 읍·면에 ' 2015년 농업경쟁력 강화사업 시행지침'을 내려 보내는 등 종전방식과 다름없이 사업 추진에 나섰다.
의원들은 이에 따라 각 읍·면별로 자신들이 배정할 사업비를 구두로 통보하는 과정에서 여러 읍면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 가운데 일부 의원은 특정 읍면에 너무 적은 사업비를 통보하는가 하면 일부 의원은 아예 특정읍면은 제외하는 등의 사태가 빚어져 희비(?)가 엇갈리면서 읍·면별로 극심하게 반발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또 이처럼 문제가 불거지자 영암군은 지난 1월19일 시행공문을 보낸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1월23일 집행을 연기하도록 하는 공문을 읍·면에 보내는 등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군 예산부서 관계자는 "전남도 종합감사 결과 적발되어 기관경고가 내려진 상황인 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2015년 본예산에 편성된 사업비여서 영암군의회 의원들 스스로 재량집행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떤 식으로 든 집행될 가능성이 커 군이 마련할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군민들은 이에 대해 "상급기관인 전남도 종합감사에 적발되고 기관경고까지 받은 사안인 만큼 충청북도의회처럼 영암군의회도 의원사업비 폐지와 집행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면서 "군 역시 관련 예산을 보류해 군이 도비 보조를 받아 추진하는 사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농업경쟁력강화사업'으로 포장된 영암군의회의 의원사업비가 상급기관인 전남도 감사에 의해 적발, 사실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영암군의회 의원사업비는 적발된 농업경쟁력강화사업 외에 다른 이름으로 편성된 예산이 있고, 그 액수는 의원 1인당 연간 5억원씩 모두 4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처럼 많은 예산이 의원들 재량으로 집행되다보니 그 과정에서 온갖 특혜시비까지 일고 있어 개선이 절실하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