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회 '의원사업비' 무엇이 문제인가?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에 정면 위배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5년 01월 30일(금) 11:00 |
전남도 '기관경고'…의회 집행포기 선언 불가피
전남도 종합감사에서 드러난 영암군의회 의원사업비는 비단 '농업경쟁력강화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수년 동안의 관례를 종합할 때 한해 의원 1인당 5억원이 본예산과 추경예산으로 나눠 편성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한명의 의원이 임기 4년 동안 재량껏 쓸 수 있는 예산은 20억원, 영암군의회 전체로는 160억원(20억원×8명)에 달한다(영암군의 예산안에서 어느 사업비가 의원사업비이고, 어떻게 집행되는지는 본보가 계속 기획취재해 보도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의원사업비 편성 자체가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고, 집행과정에서도 군이나 읍면이 아닌 의원들 재량으로 이뤄지면서 각종 불·탈법행위로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위반
행정자치부 훈령(제48호)인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제8조(사업예산의 운영관리) 2항에는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재정법」 제3조에 따라 재정을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여야 하며, 사업별 목적·용도 및 추진계획 등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아니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에게 일정액씩 예산을 포괄적으로 할당하여 편성·집행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또 제6조(세출예산 과목구분과 설정) 1항에는 '세출예산의 분야·부문은 기능별로 별표10과 같이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정책·단위·세부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분야·부문의 기능에 맞게 별표11과 같이 설정·운영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항에는 '세출예산의 성질별 분류는 목그룹, 편성목, 통계목으로 분류하며, 세부분류 내용은 별표 12와 같다'고 정해놓고 있다.
영암군의회 의원사업비로 편성된 '농업경쟁력강화사업'은 이 법규를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다.
우선 전남도 감사결과에도 적시된 것처럼 '사업별 목적·용도 및 추진계획 등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아니하고 영암군의회 의원들에게 일정액씩 포괄적인 예산편성'을 해줬다. 즉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경우 군청 내 관련 사업부서인 친환경농업과와 무관하게 의회 요구대로 의원별로 1억원 내지 2억원 상당의 농기계구입, 농산물저온저장고 등의 구입예산 42억원을 편성한 뒤 친환경농업과에 관련 업무를 넘겨 의원들이 배정한대로 읍·면에서 사업계획을 신청하면 교부하는 방법으로 시행해 온 것이다.
이는 2015년도 예산안도 마찬가지로 모두 11억2천400만원의 농업경쟁력제고지원 사업비가 똑같은 방식으로 책정됐고, 집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더구나 2015년도 농업경쟁력제고지원 사업비 내역을 보면 경운기 7대 등 인력절감형 농기계 구입비 4억9천700만원, 저온저장고 90개와 냉장차 1대 등 농산물유통기반시설확충비 3억8천100만원, 충전식분무기 40대 등 원예작물시설현대화 1억4천400만원, 로우더 10대 등 축산경쟁력강화 8천만원, 엔진고지톱 12대 등 산림자원고소득화 2천200만원 등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예산서에 기록된 것으로 그친다. 예컨데 실제 집행과정에서 경운기가 5대로 줄어드는 대신 저온저장고와 로우더가 늘어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의원들 입맛대로 집행되는 예산이기 때문이다.
■읍면 예산배정 의원 '입맛'대로
농업경쟁력강화사업비의 집행 첫 단계는 의원들이 각 읍면에 배정할 사업비를 구두로 통보하는 것이다. 읍면의 사업 담당자는 이를 토대로 사업계획을 짠다. 많은 사업비가 배정되면 더 많은 면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의원들을 찾아 읍소도 해야 한다.
문제는 영암군의회 의원 8명 가운데 6명이 복수의 읍면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는 사실에서 발생한다. 즉 영암읍, 덕진면, 금정면, 신북면, 시종면, 도포면 등 6개 읍면이 '가선거구'로 3명의 영암군의원을 뽑았고, 군서면, 서호면, 미암면, 학산면 등 4개 읍면이 '나선거구'로 2명의 영암군의원을 뽑았다. 반면 '다선거구'인 삼호읍은 한곳에서 2명의 의원을 뽑았다.
2015년도 농업경쟁력강화사업비의 경우 의원 1인당 배분된 예산은 1억5천여만원 가량이다. 따라서 가선거구의 영암군의원들은 6개 읍면이 모두 서운하지 않게 하려면 1개 읍면에 2천500만원씩 나누면 된다. 나선거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4개 읍면에 3천750만원씩 배분하면 공평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어떤 의원은 이처럼 공평하게 배분하겠다고 구두통보 한 반면, 다른 의원은 특정지역엔 적게, 심지어는 제외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의원을 두 명이나 보유한 삼호읍은 3억원을 고스란히 배분받아 집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속된 말로 한쪽에서는 얼어 죽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더워 죽는 겪이다.
읍면 사업담당자들은 "각 지역별로 주민들이 농업경쟁력강화사업에 따른 농기계나 저온창고 등을 확보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사업비를 공평하게 배분해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고 차등을 둘 경우 극심한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의원들이 임의로 배분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대상자 선정도 의원 몫 농정심의회 유명무실
사업비를 구두 통보 받은 읍·면에서는 대상자 선정을 위해 농정심의회를 열고 경지면적이나 동일 사업 혜택 유무 등을 기준으로 엄격한 심사를 벌인다. 기준이나 원칙 없이 지원 대상을 선정할 경우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 읍면 사업담당자들의 하소연이다. 당연히 의원들이 대상자 선정에까지도 간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농정심의회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해놓았는데 소위 사업비를 가져온 의원이 특정인에게 특정농기계를 공급할 것을 요구할 경우 거절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읍면 사업담당자들의 설명이다.
고영윤 부군수는 이와 관련해 최근 "원칙대로 집행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읍면 사업담당자들의 고충과는 거리가 있다. 의원들의 소위 '갑질'에 당해낼 공직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 대상자 선정은 원칙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라도 혹여 배정할 사업비를 줄여버릴 경우 낭패라는 점도 의원들의 요구에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의회 스스로 집행포기 선언해야
결국 농업경쟁력강화사업비에 대해 영암군의회는 스스로 올해 예산에 편성된 11억2천400만원의 집행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 순리일 것 같다. 우선 관련 예산이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어서 불·탈법적이고, 전남도 종합감사에 적발되어 영암군이 재발방지 대책 수립과 함께 '기관경고'를 받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7대 영암군의회가 2015년도 새해예산안을 거의 원안통과 한 것은 집행부가 상급기관인 전남도 종합감사 적발에도 불구하고 전년 수준의 의원사업비를 편성해준 사실과 결코 무관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전남도 감사에 적발되고, 조치결과가 공표됨으로써 상황은 달라졌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최근 영암군의회가 일본외유에서부터 공통경비 문제에 이르기까지 온갖 추문에 휩싸여 있다는 점에서 환골탈태하는 의미에서 의원사업비의 폐지와 농업경쟁력강화사업비의 집행 포기를 공개 선언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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