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Ⅰ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5년 01월 30일(금) 11:24
"수요가 있어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공급을 하다보면 수요가 창출되기도 합니다. 경부고속도로가 그 사례입니다. 호남고속철도도 지금은 수지면에서 사업타당성이 없죠. 그러나 정부와 국가가 할 일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통해 호남이 수도권과 활발하게 경제적 효과를 나누며 발전하는 미래지향적 계산을 해봐야 합니다."
2007년 7월,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한 월간지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호남이 수도권과 활발하게 경제적 효과를 나누며 발전하는…" 운운하는 부분은 좀 찜찜하지만 옛이야기를 다시 꺼내든 이유가 있다. 동기는 당연히 표를 얻기 위해서였겠지만, 호남고속철도가 조기완공 할 수 있는 SOC로 바뀐 게 바로 이 때부터였다는 기억 때문이다.
경부고속철도는 2005년4월 개통됐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계획은 이 때까지도 백지상태였다. '복복선화'까지 진행된 경부선에 비해 호남선 철도는 여전히 '외길'이었다. 호남차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과거 상황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각계 건의와 탄원이 이어진 건 당연했다. 광주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지역경제계의 건의는 집요하고 간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재임기간 내내 "광주에 큰 빚을 졌다"던 노무현 참여정부마저도 이를 끝내 외면했다.
호남고속철도에 대한 지역민 반발과 실망이 극에 달한 건 정확히 2005년1월14일부터다. 광주상공회의소의 조기착공 건의를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가 그야말로 '앉은자리서' 묵살했기 때문이다. "당초 경부고속철이 개통되면 하루 2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 7만명밖에 안 돼 연간 적자가 수천억원에 달한다. 호남고속철 역시 만성 누적적자 구조가 될 가능성이 많다. 결국 국민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댔다. 이랬던 그가 2007년 대선정국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조기완공 공약이 호남권 민심을 움직이고 있다는 판단에서인지 말을 바꾼다. "재정만 확보된다면 당초 계획했던 2017년에서 2년의 공사 단축은 가능하다. 건교부 부지인 용산역 개발 사업을 통해 예산은 확보할 수 있지만 당초 계획보다 4년의 단축은 불가능하다…." 호남고속철도 조기착공 불가의 이유로 꼽았던 '경제성' 또는 '타당성' 문제는 당연히 쏙 빠졌다. 이해찬뿐 아니다. 여당후보들이 앞 다퉈 호남고속철 조기완공을 약속했다. 역시 이명박 후보의 인터뷰 영향은 지대했다.
호남고속철도가 조기완공 가능한 SOC로 바뀐 것은 이처럼 많은 정치인들의 실언과 허언, 공약이 난무한 뒤의 일이다. 호남고속철도는 이점에서도 호남선 철도와 꼭 빼닮았다. 더구나 호남고속철도의 조기완공에 대한 지역민 우려와 걱정은 현실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은 "임기 내(2012년) 완공"에서 "최대한 앞당기겠다"로 변질됐다. 국토해양부는 아예 '오송∼광주 송정 2014년, 광주 송정∼목포 2017년'으로 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을 변경했다. 광주 송정∼목포구간은 호남선 복선화 때처럼 아예 뒤로 미뤄졌다.
'외길'(단선)로 달리던 호남선 철도 전체가 복선화 되는 데는 무려 36년이 걸렸다. 이 중 광주 송정∼목포구간이 복선화되는 데만 16년이 걸렸다. 이랬던 호남선에 오는 4월 최고속도가 350km/h의 고속철도가 달린다. 하지만 송정∼목포구간은 기본계획대로 뒤로 미뤄졌다.
우리 국토개발의 역사는 동서가 극단적이다. 국토의 동부축(東釜軸)은 정부 주도 아래 SOC가 속속 확충되고, 산업집적도는 이미 포화상태다. 반면 서남축(西南軸)의 SOC는 읍소(泣訴)하고 통사정한(通事情)하거나 심지어는 떼쓴 결과물이다. 용산∼광주 송정을 93분만에 주파하는 고속철도를 이용하게 될 호남사람들은 이제 목포까지 완전한 고속철도 조기 개통을 또다시 사정하고 떼써야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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