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푸드(local food)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5년 03월 20일(금) 10:32
요즘 대세(大勢)는 '참살이', 즉 '웰-빙'(well-being)이다. '잘 먹는다'는 것은 종전처럼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비싸고 귀한 식품은 아니지만 보약처럼 우리 몸에 좋은 식품들을 가려 먹는 시대다.
'슈퍼 푸드'(super food)와 '파워 푸드'(power food)는 비싸고 귀한 식품은 아니지만 바로 알고 선택해서 먹으면 몸에는 약(藥)처럼 좋은 식품들을 말한다.
슈퍼 푸드는 미국의 영양학 권위자 스티븐 프랫 박사가 세계적인 장수지역인 그리스와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식단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먹을거리 14가지를 선정해 일반인들의 섭취를 권장한 건강식품을 말한다. 요즘 대형마트에서 뜨고 있는 아몬드와 블루베리, 브로콜리, 단호박, 밤, 콩, 케일, 귀리, 오렌지, 연어, 플레인 요구르트 등등이 그것이다. 이들 슈퍼 푸드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인체 면역력을 강화시키며, 대부분 저칼로리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한다.
슈퍼 푸드와 비슷한 개념인 파워 푸드는 미국의 의학박사 닐 D. 버나드 박사가 최신의 연구 결과들을 모아 우리의 기억력을 강화하고 뇌 건강을 지켜 줄 음식으로 꼽은 것이다. 그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뒤 10년간 워싱턴의 여성 노숙자 쉼터에서 근무하던 중 식단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식품의 80% 가량이 서류검사와 관능검사로 검역을 통과한다고 한다. 따라서 검역을 거쳤다고 해서 안심하고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시로 수거해 검사해야 하지만 인력이나 장비 모두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도 모르게 천식치료제가 든 설렁탕과 멜라민이 섞인 분유, 말라카이트그린이 함유된 장어구이, 살충제가 든 냉동 고등어 등을 섭취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실정이다.
영어에는 없는 낱말인 '슬로 라이프(slow life)'라는 말을 세상에 처음 퍼뜨린 한국계 일본인 쓰지 신이치라는 사람은 음식의 '패스트푸드化'를 현대인의 양식이자 사상이라고 본다. 그에 따르면 패스트푸드는 단지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올림픽 구호인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를 식생활에 적용한 것이 패스트푸드다. 즉 더 싼값으로 더 많은 것을 생산해야하는 체제가 식생활에 도입되면서 나타난 규격화된 대량생산과 유전자 조작 등으로 대변되는 것이 패스트푸드다. 또 이 '패스트푸드 문화'야말로 요즘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식품사고를 끊이지 않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이 쓰지 신이치의 주장이다.
참살이 문화는 다름 아닌 이 패스트푸드의 배격운동이다. 1989년 카를로 페트리니라는 사람이 이탈리아 로마의 유서 깊은 스페인 광장에 햄버거 가게인 '맥도널드'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주창했다는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이나, 1991년 백형조 전남지사가 즐겨 써 제법 유행했던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도 참살이의 흐름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슬로푸드운동은 어떤 음식이 좋은 음식인지에만 관심 갖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그 재료가 어느 지역 산물이고, 누가 생산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생산될 확고한 보장이 있는가를 더욱 중요시한다. 소위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는 기조다.
요즘 영암군정에 자주 등장하는 '로컬 푸드'(local food) 역시 참살이 문화의 연장선에 있다. 슬로푸드운동이나 신토불이운동, 미국의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인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을 모방한 로컬 푸드 운동은 당초 목표였던 지역 농산물 소비 활성화와 농촌경제 활성화를 뛰어넘어 다양한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어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인 영암군의 로컬 푸드 육성정책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현대인의 식생활에 있어 음식으로 합당한 조건의 95%를 충족시키는 식물은 겨우 30종뿐이라고 한다. 소는 더 이상 풀을 뜯지 않는다. 대신 산업폐기물이 먹이사슬에 끼어들어가 있다. 야채와 동물은 더 이상 농민이 기른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만들어진 탄수화물과 단백질과 지방의 합성품이 되어간다. 지역성과 계절을 무시한 식료품이 판치는 상황이다. 로컬 푸드 운동의 성패는 비록 소량일지라도 고품질의 농산물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생산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영암군이 지금 관심을 가져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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