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산업특구' 조성 의미와 전망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15년 04월 10일(금) 09:33 |
현재 계획대로라면 군은 오는 10월쯤 목포대 산학협력단의 용역결과를 토대로 공청회와 의회보고 등을 거쳐 지역특화발전특구 지정신청을 할 계획이다. 지정여부는 연내 결정될 전망이다. 군이 민선6기 성장 동력의 하나로 중점 추진에 나선 무화과산업특구 조성의 의미와 과제 등을 점검했다.<편집자註>
■ 무화과산업특구 조성 배경은?
전국 점유율 57%까지 추락 주산지 지위 흔들
품질향상 이상기후·병해충 방제대책도 시급
전동평 군수가 지난 3월13일 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영암군을 방문한 이낙연 전남도지사에 대한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무화과산업특구 조성의 배경에는 영암 무화과산업이 처한 현실이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될 만큼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현재 영암군에서는 650여 농가가 342ha에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다. 생산량은 연간 3천여톤 가량이다. 영암지역 무화과 생산량은 전국 점유율이 한때 70%를 웃돌 정도였다. 하지만 가까운 신안과 해남, 전북 고창, 경남 남해 등지에서 무화과 재배가 늘어나면서 전국 점유율은 지금 57%로 낮아진 상태다. 심지어 해남이나 고창 등지에서는 무화과를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대체 고소득 작목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까지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영암 무화과는 고품질 상품 생산을 위한 재배기술 개발이나 병해충 방제기술 개발을 외면한 결과 이상기후와 병해충에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해있기도 하다. 다름 아닌 이름뿐인 주산지의 지위에 안주한 결과다. 실제로 영암 무화과는 그동안 겨울철에는 저온, 수확기인 7∼9월에는 태풍과 장마 등으로 막대한 피해가 매년 반복되다시피 했다. 뿐만 아니라 농작물 재해보험법에 의해 지원되는 대상품목에서도 제외돼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했다. 다행히 2017년 재해보험 대상품목으로 지정된 상태이기는 하나 군이나 생산단체, 재배농민들이 얼마나 무화과 안정생산에 무관심했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무화과산업특구 조성은 따라서 무화과 주산지인 영암군의 지위를 다시 회복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암 무화과는 70년대 삼호농협 고 박부길 조합장이 낙후된 삼호읍의 소득작목으로 재배한 이래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했다. 2008년에는 지리적표시 제43호로 등록됐고, '꽃을 품은 영암 무화과'가 2010년 전국 브랜드 대상에 선정될 정도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무화과산업특구 조성은 이 같은 영암 무화과의 위상을 되찾아 영암군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삼자는 취지다.
■ 무화과산업특구 조성 방향은?
목포대 산학협력단 연구용역 결과 10월 윤곽
연구개발 및 기반시설확충 등 리모델링 중점
전 군수가 밝힌 무화과산업특구 조성의 방향을 보면 사업기간은 2015년부터 5개년이며, 삼호읍을 중심으로 한 30ha 정도의 규모다.
사업별 예산은 무화과연구소 설치, 무화과 유기시범재배단지 조성, 저장성과 기능성 연구지원, 연구원 확보 등 연구개발사업에 13억원, 생산시설 현대화 사업과 가판대 현대화사업 등 기반시설확충사업에 30억원, 브랜드 박스 지원과 상표 등록 지원, TV·SNS 홍보, 무화과 축제 개최 등 마케팅 및 홍보 강화에 18억원 등 총 61억원 규모다.
무화과산업특구 조성업무를 기획한 이영현 기획팀장은 "특구 조성의 1차 목표는 영암 무화과산업의 리모델링"이라면서, "고품질 무화과 생산을 위한 기술과 병해충 방제기술 등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게 된다는 뜻이고, 이 같은 1차 목표가 달성된 뒤 2차 목표는 당연히 재배시설의 확대 등에 두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또 "오는 10월 목포대 산학협력단의 용역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사업비 등 사업규모가 나올 것이며, 이를 토대로 공청회와 의회 의견수렴 등을 거쳐 확정되게 될 것"이라면서, "향후 5년 동안 군비 투자보다는 국비 확보와 민자 유치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명품 특구를 만들겠다는 것이 전동평 군수가 강조하고 있는 사업의 방향"이라고 소개했다.
■ 무화과산업특구 조성 과제는?
영암 무화과 강점·기회 살려 약점·위협 보완해야
시배지 성역화도 필요…생산농가 단합에 성패 달려
영암 무화과산업의 현주소는 2013,2014년 연이어 무화과 수매를 실시한 삼호농협의 분석에 잘 드러나 있다.
'무화과 유통사업 중장기계획'(2013∼2015년)을 세워 추진하고 있는 삼호농협은 삼호 무화과의 '강점'과 '기회'를 적극 살리고, '약점'과 '위협'에 대해서는 보완하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삼호 무화과의 '강점'으로 꼽은 것은 ▲주산지로 품목이 집중되어 있고, ▲소비가 점점 대중화 추세에 있으며, ▲재배기술의 우수성과 ▲연중재배 가능한 고소득 작목인 점, ▲지역 특산품으로 인지도가 높다는 점 등이었다. 또 삼호 무화과의 '기회'는 ▲전국적으로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부상하고 있고, ▲농협주도의 유통·생산기반이 구축되어 있으며, ▲생산농가의 높은 참여의지와 ▲중장기과제인 산지공판장 운영 등이었다.
반면에 삼호 무화과의 '약점'으로는 ▲생산·유통에 있어 재배농가의 결집력이 낮고, ▲지역 특산품으로써의 구심체가 약하며, ▲병충해와 냉해대책이 미약하고, ▲상품성과 규격화가 미흡하다는 점 등이 꼽혔다.
또 삼호 무화과의 '위협'으로는 ▲무화과 재배지역의 확대에 따른 주산지 명성 위협, ▲소비자 선호도에 비해 낮은 상품성, ▲생산량 과잉에 따른 대책 부재, ▲타 지역의 고소득 작목 집중육성 등이 꼽혔다.
무화과산업특구 조성계획에 그 발전계획과 해법이 꼼꼼하게 담겨져야 할 내용들이다. 특히 삼호농협이 지난 2년 동안 추진한 무화과 수매가 주산지로서 무화과의 전국유통가격을 주도할 수 있었고, 문란한 유통체계를 상당부분 바로 잡을 수 있었다는 점은 무화과산업특구 조성에 디딤돌로 삼을만하다.
아울러 품질개선과 기술개발에 중점을 둬야할 점은 무화과가 그동안 일부 소비자들에만 한정된 기호성 품목에서 급속히 대중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역점을 둬야 하고, 소포장화 등 치밀한 유통전략까지 세워 최근의 웰빙 소비성향에도 맞추는 전략도 나와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무화과산업특구 조성의 기본방향이 무화과 주산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데 있는 만큼 무화과 시배지 성역화, 공원조성 등의 기념사업도 계획에 담겨질 필요가 있다.
한편 무화과산업특구 조성과 관련해 현재 삼호지역 생산농가들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구심체가 약하다는 점은 향후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올 수확기에 예정된 '무화과축제' 개최에서부터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생산농가들이 현 상태대로 사분오열될 경우 무화과산업특구 조성의 실패는 불 보듯 빤하다. 일부 생산자단체는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까지 해야 무화과산업특구 조성의 취지에 걸 맞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춘성 기자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