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시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5년 04월 21일(화) 09:23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년이다. 진도 팽목항에는 1년 전 그때보다 더 먹먹한 슬픔의 추모열기가 가득했다.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해 295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발생했지만 지난 1년 우리가 해낸 일은 아무것도 없다. '국가란 무엇인가?' 숨이 멎을듯 답답함만 밀려든다. 영암문학과 솔문학회에서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를 보내왔다. 세월호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 <편집자註>

<선명한 자국으로 남아>
누구나 침묵으로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던
무심히 흘러간 통한의 시간
검푸른 바다는
할 말을 잊은 채
오늘도 서러운 몸부림만 철썩철썩
수많은,
노란 리본으로 달랠 수야 있을까
남아 있어 미안한
부끄러운 마음
따라가지 못한 어미는
바다를 향해 망부석이 되었네
팍팍한 세상 헤쳐 가는 푸른 꿈들
이제는
바로 세워줘야지
자라나는 새싹 혹여 밟힐까
오롯이 살펴야지
눈 부릅뜨고 살펴야지
봄빛 가득 물오른 나뭇가지에
노래하는 새들의 자유
꿈에서나 만날 수 있을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
온 산 온 하늘 가득
함박웃음으로 반겨 줄 테니
조세란
영암문학 회장
문학21 등단(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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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흔>
하늘은 알까
땅은 알까
저 망망대해는 알고 있을까
더 이상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조국의 침묵 앞에
저며진 어미의 가슴속 상흔을
기약 없는 기대를 안고 살아온 지
1년,
세상 소식에 눈 닫은 채
차라리 청맹과니로 살고픈 시간
젖은 기억들은 날이 갈수록 더욱 또렷해져
어미의 몫으로 남은 그리움들이
날을 세운 아픔이 되어 모퉁이를 돌아선다
조국이여!
이 땅의 거룩한 이름 대한이여!
허허벌판을 걷는 저 발걸음들을 되돌려
세상 속을 더불어 걷게 하시고
곤곤해진 정서의 강물에 온기가 흐르게 하여
환생처럼 피어나는 봄꽃들을
기쁨으로 맞게 하소서
별이 된 아이들이 머무는 밤하늘을
그리움으로 노 젓게 하소서
봉성희
솔문학 회장
전남문학 등단(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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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봄날의 기억>
그럼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무쇠처럼 단단하던 엄동의 땅은
녹았습니다
바닷물 또한 쉬지 않고 일렁입니다
수선화는 다시 새순을 틔우고
살구나무도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아이들은 꿈을 품고 입학을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그 봄날의 절망 앞에서
앉은뱅이가 되었다가
더디게 더디게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련해진 듯 보이나
아련해지지 않았습니다
노란 리본이 만장처럼 나부끼던
팽목항구 길목
얼음처럼 차갑던 진도의 사월
그 봄날의 기억
전옥란
솔문학 회장 역임
문학춘추 등단(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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