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一回用)’이 판치는 사회
문태환 기자 yanews@hanmail.net
2015년 05월 29일(금) 11:17

‘존재(存在)는 버리기 위해 존재한다
일회용품,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
저축
사랑
시(詩)와 꽃
너와 나의 삶마저도
영혼(靈魂)은 영원(永遠)을 위해 존재하고
내일은 또 다른 풍경의 얼굴
소모품에 불과한
너와 나의 숨결의 한계는.’
어느 시인의 ‘일회용(一回用)’이란 제목의 시다. 지속되는 일상의 덧없음을 표현한 것일 테지만, 일회용은 그다지 긍정적인 용어가 아님은 물론이다.
일회용품은 대량생산을 통해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는 물품이다. 특히 공산품은 그 용도에 맞도록 설계단계부터 구조가 간략화 되어 종래의 일회용을 전제로 하지 않는 상품에 비해서 내구성이 낮고, 한 번의 사용으로 수명을 다한다. 따라서 단가는 매우 저렴하다. 반면에 기능면에서는 이용 빈도나 제품의 가격, 내구성 등 여러 이유로 어느 쪽이 낫다고 할 수 없어 일회용과 그렇지 않은 제품이 평행적으로 이용되는 분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회용품의 사용이 급속히 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라고 한다. 쓰는데 간편할 뿐 아니라 위생적이라는 이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대한 자원의 낭비인데다 한번 쓰고 나면 곧바로 쓰레기가 된다는 점에서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요즘 들어 일회용품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져가고 있다. 종이컵, 스티로폼 그릇, 종이 기저귀와 팬티, 면도기, 칫솔, 치약, 라이터에다 일회용 카메라까지 등장했다.
환경산업무역포털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991년 한 해 동안 쓰고 버린 일회용품의 물량은 나무젓가락 66억개, 종이컵 28억개, 기저귀 6억개, 스티로폼 그릇 4억2천만개, 알루미늄 접시 5억개, 면도기 3억개, 칫솔 1억5천만개, 라이터 5천만개였다고 한다. 일회용 카메라도 100만개나 됐다. 이를 양으로 따지면 매일 4t트럭 4천대분이라고 한다. 이들 버려진 일회용품이 썩는데 걸리는 시간 또한 엄청나다. 일회용기저귀와 칫솔 각각 100년 이상, 플라스틱 용기와 스티로폼이 각각 500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이렇듯 일회용품의 폐해를 거론하는 것은 최근 우리 지역사회의 ‘키워드(keyword)’ 또한 ‘일회용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개념인 일회용품이 국민소득의 증가로 인한 생활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다보니 늘어났다면, 우리 지역사회의 일회용 정치인은 지난 6·4 지방선거에 당선된 이들 가운데 본분은 망각한 채 민심의 향배에 아랑곳 않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배운 이와 덜 배운 이,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삼삼오오 모인 지역민들은 어김없이 ‘누가 일회용 정치인인지’를 논한다.
심지어는 지난 6·4 지방선거 때 ‘딱 한번만 하겠다’며 일회용을 자처해 표심을 얻은 정치인도 있다. 그에게 선거직은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일신의 영달과 가문의 영예를 위한 자리일 뿐이다. ‘그 때 그 선거직에 있었다’는 사실을 길이길이 기억되게 만들기 위해 그가 매일 하는 일은 행사나 쫓아다니며 얼굴을 내미는 일일 뿐이다. 하지만 일회용 정치인을 지역의 일꾼으로 뽑아준 지역민들이 감내해야할 폐해는 엄청나게 버려지는 일회용품의 공해에 버금갈지도 모를 일이다.
불과 한 달 후면 민선6기 출범 1주년이다.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냉정한 평가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 지역민들은 6·4 지방선거 당선자들 중 누가 더 이상 표를 던져줄 필요가 없는 일회용 정치인인지 진즉에 판단한 것 같다. 군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군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뽑아준 의회 의원들의 역할 포기에 대해서는 기대를 접은 지 벌써 오래다. 이제 지역 정치인에 대한 평가 기준은 ‘일’과 ‘업적’이지 선심성 행사나 얼굴 알리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지역민들도 잘 안다.
일회용품은 한번 사용한 뒤 폐기하기 때문에 자원의 낭비가 심하다.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폐기물을 발생시켜 환경오염도 심각해진다. 그것이 일회용이기 때문에 재활용도 어렵다. 지방자치도 마찬가지다. 지역민이 잘못 선택한 일회용 정치인은 임기 동안 버릴 수가 없다. 그러는 동안 지역사회는 점점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딱 한번만 하겠다’는 읍소에 속아 넘어 갈 일이 아니라, 누가 진정한 일꾼인지 두 분 부릅뜨고 판단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환경오염 방지와 자원낭비 최소화를 위해 1회용품 사용을 규제해야 하듯 일회용 정치인을 최소화하는 일 역시 지역민들의 몫이다.
순자의 왕제편(王制篇)에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어엎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민심은 도도히 흐르는 물과 같다. 민심을 잃으면 정치지도자는 권좌에서 내려와야 하고, 등 돌린 민심을 거스르면 강제로 끌어내려질 수 있다. 짧지만 중요한 지난 1년을 되돌아보려면 지역민심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진즉 일회용 정치인으로 판단 내려진 마당에 얼굴 알리기나 선심성 행정은 헛수고인 점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문태환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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