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영암군민장학회 해외문화탐방 선발기준 변경파장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
2015년 06월 12일(금) 13:01
(재)영암군민장학회가 '우수학생 해외문화탐방' 대상학생 선발기준 변경을 놓고 납득할만한 근거자료를 내놓지 못해 장학기금운용 자체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선발기준 변경사유에 대해 '학부모 및 학교 관계인 여론수렴 결과 반영'이라던 장학회 관계자가 이번에는 지난 2월 열린 2015년 정기총회 회의록까지 내놓았으나 이 역시 근거자료로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장학회가 학부모들의 반발에 솔직하게 대응하려하기보다 핑계대기에 급급하면서 적어도 1년 후를 내다보고 결정해야할 장학회 기금운용의 기준을 특정인들의 입맛대로 또는 즉흥적으로 결정했다는 의구심을 더욱 짙게 하고 있어 장학회 운영에 군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 선발기준 변경경과
뒤늦게 종전기준 변경 어린학생들 학습의욕 꺾어
'우수학생 해외문화탐방'은 (재)영암군민장학회가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목적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영암관내 고교에 진학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명문고교를 만들자는 것이다.
2011년에는 '중학교 2학년말 성적기준 상위 10%'의 선발기준을 적용해 학생 29명이 호주를 다녀왔고, 2012년에는 '상위 15%'의 선발기준을 적용해 학생 52명이 역시 호주를 다녀왔다. 2013년에는 '상위 15%'의 선발기준을 적용해 학생 52명이 서유럽을 다녀왔으며, 2014년에는 '상위 20%'의 선발기준을 적용해 학생 83명이 역시 서유럽을 다녀왔다.
장학회가 지난 2월 확정한 '2015년 장학사업 계획'에 따르면 올해는 '상위 20%'의 선발기준을 적용해 학생 80명(실제는 94명)을 선발해 유럽을 탐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015 장학사업 계획'에는 '상위 20%'의 선발기준이 명시되어 있고, 탐방국가에 대해서만 '유럽 등(추후협의)'으로 되어 있다.
일선 학교들은 이에 따라 지난 4월 말까지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접수를 받아 자체 선정을 마쳤으며 '관내 고등학교 진학 서약서'까지 받았다. 해외문화탐방을 다녀온 뒤 타 지역 고교에 진학할 경우 여행비를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장학회는 지난 5월12일 새로운 선발기준이라며 종전 '성적기준'에다 ▲각 학교장 또는 운영위원장 추천 학생(선행학생, 전국대회 입상자 등 예체능 특기적성 우수학생) ▲저소득학생(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소년소녀가장, 가정위탁,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등) 등의 기준을 포함시켜 일선 학교에 통보했다. 학교 측은 이미 선정된 결과를 전면 수정해야 했고, 많은 학생들이 탈락하게 됐다. 특히 이들 학생들 중에는 군에서 보내주는 해외문화탐방의 기회를 잡기위해 성적향상에 매진해온 이들이 대다수여서 결과적으로 장학회가 어린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무참하게 꺾어버린 셈이 됐다.
■ 선발기준 변경사유 논란
변경사유에 이 핑계 저 핑계 부실자료까지 내놔
이처럼 선발기준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장학회 김삼수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장학회 직원들과 논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장학회 직원은 사무국장 1명뿐이지 않느냐'는 지적에 김 사무국장은 "군 교육팀과 논의했다"고 정정했다. 또 '학부모 및 학교 관계인 여론수렴 결과 반영'이라고도 했으나 실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나 과정은 없었다. 탈락한 학생들의 부모들이 항의하는 등 반발이 이어지자 "장학기금 기탁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둘러대기도 했으나 기탁자 어느 누구도 해외문화체험 대상 선발기준을 특정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장학회는 상황이 점점 궁색해지자 언론과 학부모 등에게 솔직히 털어놓기보다는 이번에는 지난 2월27일 군청 낭산실에서 열린 '(재)영암군민장학회 2015년도 정기총회 회의록'을 복사해 근거자료로 내놓았다. 하지만 회의록에는 황용주 이사가 "해외문화탐방 지원기준에 성적우수학생 뿐만 아니라 기능·문화예술·체육 등의 특기장학생들도 일부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개진만 있었을 뿐이다. 회의를 주재한 이사장인 전동평 군수 역시 "추후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후 논의하기로 해놓고 정해진 사실인양 선발기준을 바꿔버린 것이다.
장학회는 선발기준을 변경한 추가 근거자료 제시를 요구했지만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선발기준 변경은 타당한가?
성적우수자 관내 고교 유치목적 변경 부적절 지적
우수학생 해외문화탐방 대상학생 선정기준을 종전 '성적기준'에다 학교장 또는 학교운영위원장 추천 학생이나 저소득학생까지 포함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서도 군민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교육계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수학생의 기준이 비단 성적순만이 아니고, 해외문화탐방의 기회를 반드시 성적우수자에게만 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선발기준의 변경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장학회의 '2015년 장학사업 계획'을 들여다보면 선행학생, 전국대회 입상자 등 예체능 특기적성 우수학생이나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소년소녀가장, 가정위탁,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등 저소득학생에게 지급하는 장학사업이 꽤 많다. ▲기능·문화예술·체육진흥 장학금(3천만원), ▲모범학생 장학금(2천600만원), ▲희망복지장학금=한부모가정 및 조손소년소녀가정(3천300만원), 다문화가정(2천만원), 장애가정(2천만원), 읍면차상위계층(2천500만원) 등이 그것이다. 이들 장학금은 장학기금 운용이 성적위주에 치중함으로써 특기적성을 살리는 교육의 다양성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외시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보완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지고 확충됐다. 심지어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노력해 실력이 향상된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성적향상 장학금)도 신설된 적이 있었으나 2015년 장학사업 계획에서는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성적 우수학생 해외문화탐방은 이처럼 다양한 장학사업 중의 하나로, 특히 성적 우수학생들의 관내 고교 진학 유도를 통해 명문학교를 만들기 위한 취지인 만큼 선발기준 변경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우수학생 해외문화탐방의 취지 자체가 성적이 우수한 중학교 졸업생을 영암 관내 고교에 진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선발기준을 변경하려면 해외문화탐방의 취지 또는 목적 자체의 변경까지도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장학회는 이 같은 목적을 준수하기 위해 해외문화탐방 대상에 선정되어 여행을 갔다 왔으나 관외 고교에 진학한 7명에 대해 지난해 경비반환을 요구해놓고 있다(현재 이들 중 5명이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임). 반면 올해 성적기준 외에 특기생으로 선발된 학생의 경우 관내 고교 진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장학회 스스로 경비반환 요구대상을 만들어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해외문화탐방 선발기준을 '성적기준'으로 고집해야 하느냐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장학회가 사전에 군민들, 특히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사회 등을 열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 결과는 이번처럼 갑작스럽게 각급학교에 통보해줄 일이 아니라 연초 또는 1년 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탈락학생 구제방안 찾아야
장학회 이사들 배제 탈락학생에 참여기회 줘야
이번 우수학생 해외문화탐방 선발기준 변경에 따른 혼선은 "일부 학생들의 문제로, 크게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탈락한 '일부 학생들' 역시 영암군민장학회가 아끼고 동량으로 가꿔가야 할 지역의 인재들인 점에서 구제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본보의 의견이다.
또 각계각층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조성된 영암군민장학기금인 만큼 단 한 푼도 헛되이 쓰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장학회의 선발기준 변경은 명확한 절차를 거쳤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상응하는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본보의 주장이다.
특히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우수학생 해외문화탐방 대상에는 군 공직자와 학교 교사 외에 장학회 이사들까지 상당수 끼어 있다.
실제로 민선6기 출범 이후인 지난해 8월6일부터 14일까지 학생 83명이 서유럽을 다녀온 해외문화탐방의 경우 군 공무원 4명, 인솔교사 3명에 장학회에서 3명이 끼어 무려 10명이 함께 여행했다. 2011년 1명, 2012년 2명, 2012년 1명이었던 장학회 관계자수와는 대조적이다. 더구나 지난해 서유럽을 다녀온 장학회 이사 가운데는 6·4 지방선거 때 전 군수를 도운 측근의 부인도 포함, 학부모들 사이에 부적절했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우수학생 해외문화탐방인 만큼 보다 많은 영암지역 중학생들이 대상에 포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소중한 장학기금의 낭비라고밖에 볼 수 없는 장학회 이사들을 포함시키기보다 탈락한 학생 한명이라도 더 구제하는 것이 장학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이라는 지적이다. 또 학생들의 인솔에 필요하다면 장학회 이사가 아닌 교사들에게 더 기회를 줘야 마땅하다는 여론이다.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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