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장→면사무소→치안센터 3박자가 척척" 신장투석 70대 노인 실종됐다 무사히 구조 화제 이국희 기자 njoa@hanmir.com

2015년 06월 19일(금) 11:36

이틀에 한 번씩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70대 노인이 실종됐다가 마을이장의 기민한 대처와 면사무소의 신속한 상황전파, 치안센터의 정확한 상황판단 및 수색활동 등 3박자가 척척 맞아 떨어진 덕분에 무사히 구조, 화제가 되고 있다.
서호면 몽해2구 오수형(77)씨는 수년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이틀에 한 번씩 신장투석을 해야 하고, 매일 정기적으로 산책 등 운동을 해야 한다. 지난 6월16일에도 아침8시쯤 산책을 위해 길을 나섰다. 모내기철이라 마을 앞 논두렁길은 고랑에 물이 가득해 부인 김명옥(77)씨는 길을 나서는 남편에게 주의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고 나서 한참 뒤 걱정되기 시작했다. 보통 한 두 시간 지나면 귀가하던 남편이었는데, 이날은 감감소식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편은 이틀에 한 번씩 신장투석을 해야 하고, 집에서는 거의 침대에서 생활해야할 정도로 몸이 불편한 상태였다. 근심이 커진 부인 김씨는 곧바로 몽해 2구 김수호(56) 이장을 찾아가 상황을 얘기했다.
마을 곳곳과 주민들의 개인사정까지 낱낱이 꿰고 있는 김수호 이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마을방송을 통해 오씨의 실종사실을 알렸다. 산이나 들에서 일하는 주민들이 혹시 목격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수호 이장은 더 나아가 서호면사무소(면장 이경일)와 군서파출소(소장 임병률 경감) 서호치안센터(센터장 고영운 경위)에 이 사실을 알리고, 자체적으로 마을 곳곳을 샅샅이 뒤졌다. 요즈음 우리사회에서 크고 작은 각종 재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초동대처가 미흡해 대형사고로 이어지곤 하는 상황에 견주어 볼 때 김수호 이장의 상황 대처는 그야말로 돋보이는 일이었다.
서호면사무소의 대처 역시 기민했다는 것이 김수호 이장의 설명이다. 마을 이장으로부터 상황을 전해들은 노진범 총무팀장이 서호면 관내 마을이장 모두에게 핸드폰 문자메시지 등 SNS를 통해 오씨의 실종사실을 전파, 인근 마을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까지 구했기 때문이다. 김수호 이장은 "서호면사무소의 기민한 대처는 결과적으로 경찰 수색팀의 수색범위를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감사했다.
마을 뒷산의 한 선산 울타리에 기대어 탈진상태에 있던 오씨를 극적으로 구해내는 결정적인 역할은 서호치안센터가 맡았다. 김수호 이장과 면사무소의 적극적인 대처로 쉽게 상황을 파악한 고영운 센터장과 박재석 경위, 김황룡 경사 등은 오후3시 신고를 접수하고 때마침 신금대교 인근에서 변사체 처리에 나선 기동타격대 대원들을 긴급히 불러들여 오씨 수색에 나섰다.
고영운 센터장은 "이날따라 오후 2,3시를 지나면서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려 구조가 늦어질 경우 자칫 불행한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긴급히 타격대 5명 등 경찰인력 8명으로 수색팀을 꾸렸다"면서, "마을주민들이 1차 수색을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는 상황을 감안해 마을 앞 배수로, 풀숲, 마을 뒷산 등 네 갈래로 수색범위를 더욱 넓혀 찾아 나선 결과 오후4시30분쯤 뒷산 선산 울타리에 기대어 탈진상태에 있던 오씨를 극적으로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김수호 이장은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는데 서호면사무소와 치안센터의 적극적인 도움 덕택에 귀중한 생명을 구했다"며 "마을주민들을 대신해 정말 감사한다"고 말했다.
고영운 센터장과 김황룡 경사 등은 "수색과정에서 오씨가 선산 울타리 너머에 기대고 있어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마을이장, 면사무소, 주민, 경찰서가 한마음이 되어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서 정말 보람된다"고 말했다.
한편 부인 김명옥씨는 "남편에게 다시는 멀리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방문한 김수호 이장과 고영운 센터장, 김황룡 경사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