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5년 07월 10일(금) 14:00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일반 백성이 말하고자 하나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자가 많은 지라, 내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28자를 만드나니 사람마다 쉽게 학습하여 사용하는데 편케 하고자 할 따름이다." 이것은 세종대왕이 직접 서술한 훈민정음 서문의 첫머리이다.
조선왕조시대 제왕 중 가장 훌륭한 제왕으로 추앙받고 있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문화를 크게 발전시킨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서문에서 밝힌바와 같이 문화는 전체 백성의 것이 되어야지 일부 지배 계급의 특권적 향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백성 누구나 쉽게 익히고 쓸 수 있는 한글을 만들었다.
세종대왕의 주도하에 당시 집현전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낸 한글은 그 우수성과 독창성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국문학의 태두(泰斗) 故 이희승 박사는 "한민족이 국가의 체제를 갖추고 수천년 동안의 면면한 역사를 계속하여 왔다는 것도 그리 흔한 일이 아니지만 한 민족이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또 그 언어를 기록하기 위하여 자기 민족의 손으로 고유한 문자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더욱 흔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였다.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는 1977년 글자로서는 유일하게 한글(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였고 세종대왕이 태어난 5월 15일을 '세계 문맹 퇴치의 날'로 지정하고 문맹퇴치에 많은 공헌을 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한글날인 10월9일에 '세종상'을 시상하고 있다.
미국의 여류작가로 '대지'라는 소설을 쓰고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펄벅 여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글자는 한글"이라면서 "세종대왕은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극찬하였다.
또 유명한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리지」는 '쓰기 적합함'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에서 쓰는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 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극찬하면서, "한글이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글이 최근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한글파괴현상'은 한글 오염 수준을 넘어 문화파괴로까지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가능한 짧은 문장으로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인터넷 채팅 특성상 문장을 축약하다 보면 다소 문법에 어긋날 수도 있겠지만 한글과 외국어 그리고 각종 기호와 부호까지 섞인 국적없는 인터넷 채팅언어는 암호문 수준의 언어다. 이같은 현상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등 우리말을 체계적으로 습득하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더욱 우려스렵다.
예를 들면 '어솨요(어서와요)', '냉무(내용이 없다)', '짱나(짜증난다)' 등 말줄임이 있는가 하면 '시러(싫어)', '살앙하눈(사랑하는)' 등 맞춤법을 무시하고 소리나는 대로 적는 표현도 어지럽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외국어와 특수문자들을 조합하는 통신은어도 범람하고 있다. 'ㅁH흴(메일)', '읍ㅎF(오빠)' 등 은 일반인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외계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어와 특수문자를 이용해 한글을 현란하게 조합함으로서 타인에게 자신의 통신능력이나 새로운 문화를 습득했다는것을 과시하려는 잘못된 심리에서 비롯된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문자는 민족의 역사와 고유문화를 지키며 전통을 이어가는 근본일뿐만 아니라 고유문자의 소멸은 국가의 멸망을 의미한다. 국가가 멸망하더라도 고유문자가 보존되고 있으면 민족이 다시 뭉치는 힘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인정받은 우리 한글을 지키기 위한 언어순화 운동, 네티즌들의 자정노력, 우리글의 소중함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등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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