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읍 '천황사길'의 현주소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5년 07월 24일(금) 10:14
영암읍 남풍리, 춘양리, 용흥리, 개신리를 거쳐 천황사 입구까지 약 3㎞ 구간의 '천황사길'. 국립공원 월출산을 끼고 달리는 이 도로는 민선6기 출범과 함께 그 격(?)이 완전히 역전된 대표적인 지역현안사업이다.
한때는 '명품길'로 만들 예정이었다. 정부의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사업' 대상지구로 선정되면서 140억여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선6기 출범과 함께 선형개량 위주의 위험도로 구조개선사업 지구가 됐다. 바로 "건축·토목중심에서 인간·행복중심으로 군정의 방향을 전면 바꾸겠다"는 전동평 군수의 방침 때문이었다.
전 군수가 취임 100일을 맞아 내놓은 민선6기 영암군정 로드맵을 담은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총 140억 규모의 천황사길 선형개선사업은 4차선 도로 확장 계획에서 기존 노선 유지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80억여원의 예산을 절감, 역시 복지와 농업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말하자면 '천황사길'은 전 군수의 '복지 최우선' 방침에 밀려난 대표적인 지역개발사업인 셈이다.
그렇다면 민선6기 1주년이 지난 지금 과연 전 군수의 호언대로 천황사길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함으로써 군은 80억여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을까? 더 나아가 천황사길에 대한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사업'은 군의 설명대로 산수뮤지컬 영암아리랑 조성사업과 바둑테마파크 조성사업의 백지화 또는 보류에 따라 시급하지 않게 된 사업이었을까? 영암읍민들은 물론 군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이들 의문을 풀어본다.

■ '명품길'에서 '안전한 보행길'로
마을주민 월출산국립공원 탐방객 안전사고 예방
행정안전부 추진 '안전한 보행길'공모사업 선정
2012년11월 중순 군 도시개발과는 춘양리 마을회관에서 주민설명회를 연다. 영암읍 남풍리와 춘양리 일원에 개설될 복지행정타운 진입도로를 '명품길'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복지행정타운 진입도로는 영암읍 남풍리 복지행정타운 입구에서 영암읍 용흥리 남춘동마을까지 1.055㎞ 구간이다. 명품길은 폭 12m의 도로를 20m로 확·포장해 안전한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도로를 양방향에 개설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당시 김일태 군수는 특별교부세 7억원을 확보했고, 이듬해 10억원의 예산을 세워 토지보상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 때 군은 복지행정타운 진입도로를 포함한 천황사길에 대해 당시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13년 안전한 보행환경조성사업' 대상지구로 공모해놓은 상태였고, 최종적으로 대상지구로 선정되자 명품길을 '안전한 보행길' 사업에 포함시켰다.
군이 2013년에 세운 '안전한 보행길' 조성사업계획은 영암공용터미널(정확히는 영암읍 춘양리 氣찬장터)에서 국립공원 월출산 천황사 입구까지 군도 5호선 3㎞ 구간에 대해 총사업비 69억원(국비 50%, 군비 50%)을 투입해 2016년까지 4차선으로 개설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단순한 도로 개설 뿐 아니라, 농기계통행로, 자전거도로, 보행자통행로 등을 갖춘 명실 공히 보행자 중심의 도로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당시 행정안전부가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세운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 사업 추진지침'에 따르면, 이른바 '안전한 보행길'은 차량중심의 도로환경에서 탈피해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환경을 조성,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과 국민의 생활안전을 제고하자는 취지였다. 사람이 걷는 보도 하나를 설치할 때에도 보행자의 안전성과 쾌적성, 연속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황사길은 국립공원 월출산을 찾는 탐방객의 증가로 주말이면 1일 3천여대 이상의 차량이 이용하고 있는 반면 도로가 협소한 상태에서 보도는 물론 및 농기계 통행로도 없어 인접한 6개 마을 500여명의 주민들과 도보 탐방객들에게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곳이었다. 행정안전부가 천황사길을 안전한 보행환경조성사업 대상지구로 선정한 배경이기도 했다.
천황사길에 대한 안전한 보행환경조성사업은 2014년 들어 사업비가 140억9천200만원으로 늘어난다.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보행자 전용도로, 자전거도로 등이 함께 개설되는 사업이고, 무엇보다 도로개설에 따른 보상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민선6기 들어 '건축·토목중심' 군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게 된 배경이다.
■ '안전한 보행길'서 '위험도로'로
민선6기에 '건축·토목중심' 군정 대표사례 전락
140억원대 지역개발사업서 65억원대로 사업 축소
민선6기 100일을 맞아 전 군수가 내놓은 영암군정 로드맵은 '산수뮤지컬 백지화', '바둑테마파크 보류(사실상 백지화)', 그리고 '천황사길 사업규모 축소'로 요약된다. 나머지는 이른바 '명품 복지'에 치중하겠다는 것으로 보면 대충 맞다.
올해 군이 세운 '위험도로 구조개선사업' 대상에 들어있는 천황사길은 총사업비가 64억8천300만원 규모로 줄었다. 왕복 2차선 도로이기 때문이다. 4차선의 '안전한 보행길'이었을 때보다 76억900만원이 줄어들었다. 전 군수가 취임 100일 군정 로드맵을 통해 천황사길 사업규모를 줄여 80억여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근거다. 하지만 후술하듯이 이는 너무 부풀려졌다.
지난해까지 투입된 예산은 21억9천600만원이다. 그 태반이 용지보상에 쓰였지만 보상 진척도는 42%에 불과하다. 군이 도로를 개설한다며 측량까지 다해놓았으나, 보상을 해줄 수 없게 된 용지가 더 많다. 이미 보상을 받은 토지소유자가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으니 땅을 돌려달라고 (환매)요구하면 꼼짝없이 응해야 할 상황이다. 반면에 토지보상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했던 주민들은 그야말로 '좋다가 만 상황'이 됐다. 천황사길을 낀 마을 주민들의 민심은 그래서 뒤숭숭하다 못해 '폭발 직전'이다.
올해는 9억3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계획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현재 군비로 확보된 예산은 2억원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국비가 제때에 내려올지 의문이다. 전국에 예산 투입이 필요한 위험도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안전한 보행길'에서 '위험도로'로 전락한 천황사길 선형개량사업은 언제 완공될지 모를 천덕꾸러기가 됐다.
■ 80억 예산절감은 너무 부풀려진 算數
산술적 절감액 38억 불과 1년 치 '효 수당'도 안 돼
국비 遙遠 용지보상 낭비 감안하면 예산절감은 허구
천황사길에 대해 사업규모를 축소하면 80억여원의 예산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 군수의 주장은 부풀려도 너무 부풀려져 있다.
우선 '안전한 보행길'이었을 때 사업비는 140억9천200만원으로, 이 가운데 군비 부담액이 70억4천600만원이다. 반면 '위험도로 개선사업'으로 추진하면 총사업비는 64억8천300만원이고, 이 가운데 군비부담액은 32억4천150만원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천황사길 사업규모 축소로 얻을 수 있는 예산절감액은 38억원 정도다. '건축·토목중심' 군정의 대명사처럼 여겨진 천황사길의 사업규모를 축소해 얻을 수 있는 이 예산절감액은 전 군수의 핵심공약사업이자, 군이 내년에 지급을 강행할(?) 계획으로 있는 1년 치 효 수당(46억1천200만원)도 안 된다.
문제는 또 있다. 천황사길이 위험도로 구조개선사업으로 격하(?)되면서 언제 끝날지 모를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투입한 사업비 21억9천600만원 가운데 국비는 6억5천만원에 불과하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입된 사업비 대부분이 용지보상에 쓰였으니 대부분을 군비로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도 필요한 사업비로 고작 9억300만원이 세워져 있다. 그나마 확보된 사업비는 군비 2억원이 고작이다. 남은 예산이 40억원이 넘지만 오는 2023년까지 추진될 중장기계획에 반영될 계획임을 감안하면 공사 완공은 문자 그대로 하청난사(河淸難俟)다. 이럴 경우 사업비는 당연히 늘어난다. 설계변경도 필요해질 것이다. 어쩌면 '안전한 보행길'이었을 때보다 더 많은 군비가 소요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용지보상이 42%까지 이뤄진 상태에서 사업이 축소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낭비한 예산까지 더하면 예산절감은 불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80억여원의 예산절감 운운은 너무 부풀려진 단순 산술적 계산이었을 뿐이다.
■ 천황사길 확장은 시급하지 않다?
천황사 지구 개발 불가피 SOC 확충 차원 개설 절실
취임100일 만에 축소 아니라 장기적 안목 가졌어야
군이 천황사길 사업규모를 축소하면서 든 이유는 대략 전임 군수가 추진해온 산수뮤지컬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바둑테마파크도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 된 점 등이다. 따라서 4차선으로 확장할 필요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사업시기를 늦춰도 무방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선 앞서 언급한대로 천황사길을 '안전한 보행길'로 만들려던 이유는 '국립공원 월출산을 찾는 탐방객의 증가로 주말이면 1일 3천여대 이상의 차량이 이용하고 있는 반면 도로가 협소한 상태에서 보도는 물론 및 농기계 통행로도 없어 인접한 6개 마을 500여명의 주민들과 도보 탐방객들에게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비록 산수뮤지컬사업이 백지화됐지만 국립공원 월출산 인근에서 휴양 및 위락단지가 들어설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천황사 지구'다. 산수뮤지컬사업 덕택(?)에 많은 부지가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되기까지 했다. 바둑테마파크가 '보류'(사실상 백지화)됐지만 '개발 잠재력'까지 상실한 것은 아니다. 선견지명이 있는 경우라면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인 천황사길은 당초 계획대로 4차선의 '안전한 보행길'로 조성하는 것이 맞다. 산수뮤지컬과 바둑테마파크가 아니더라도 은퇴자마을이든 휴양리조트단지든 민간투자를 유치하는데 필수조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천황사길은 해를 거듭할수록 피폐해져가는 영암읍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좋은 계기다. 자전거를 이용한 관광객들이 천황사길을 이용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간단하다.
결국 천황사길은 '취임 100일 만에'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사업규모를 축소할 일이 아니었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했고, 더구나 군민, 특히 영암읍민들의 여론을 꼼꼼하게 살폈어야 했다.
■도로개설 따른 용지보상 42%서 중단
816건 36억5천여만원 중 475건 15억6천여만원 지급
사업규모 축소따라 쓸모없게 된 용지 활용방안 난망
도로개설에 따른 용지보상이 42%에서 중단되게 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도 천황사길에 대한 사업규모 축소가 성급했다고 할 수 있다.
'안전한 보행길' 사업에 따른 보상현황을 보면 토지보상이 216필지 4만7천235㎡ 23억3천400여만원, 지장물이 474건 10억4천500여만원 등 모두 816건(또는 필지)에 36억5천800여만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토지 128필지 2만5천421㎡에 대한 보상금으로 10억400만원이 지급되었고(41%), 지장물은 247건에 대한 보상금으로 3억7천여만원이 지급(48%)되는 등 모두 475건(또는 필지)에 대한 보상금으로 15억6천여만원이 지급됐다. 용지보상이 42%나 진행된 상태에서 멈춘 것이다.
천황사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주민들 가운데는 토지 보상은 물론 실농보상까지 받았음에도 그대로 경작을 계속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정반대인 주민도 있다. 거주하던 주택에 대해 보상을 받고 다른 곳으로 이사해 텅 비어있는 집이 있는가 하면, 도로개설 때문에 보상을 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려던 어떤 주민은 난감한 처지에 처한 경우도 있다. 군수가 바뀌었다고는 하나 일관성을 잃어버린 행정 때문에 애먼 주민들만 답답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이미 보상을 끝냈으나 사업규모가 축소됨으로써 결국 쓸모가 없게 된 부지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질의에 대해 군 관계자는 "주택 등의 경우 철거하는 등의 조치를 거쳐 도로공원 등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답했다. 안될 일은 아니지만 사업규모가 축소됨으로써 결국 쓸모가 없게 된 부지에 대한 보상은 예산 낭비라는 얘기다. 천황사길의 사업규모를 축소해 예산을 절감하고, 이를 복지에 쓰겠다는 공언이 공염불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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