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기후 탓인가요?”

금정면 특정업체 상토 '못자리 장해' 잇따라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2008년 05월 29일(목) 19:49

청룡·세류리 10여 농가 피해…더 많을듯
“두 회사의 상토를 구분해 모판을 깔았는데 이렇게 틀립니다. 이래도 기후 탓인가요?” “한달 사이 모판 작업만 세번째요! 그동안 엎어버린 모판이 2천장이나 되요…수십년 농사를 짓지만 이런 일은 처음 입니다”

지난 23일 금정면 세류리 최 모씨의 하소연이었다. 더구나 최씨는 상토 회사가 상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기후 탓이라는 주장만 되풀이 해 더욱 답답하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답답했던 최씨는 두번째 모판을 깔면서 두 업체의 상토를 구분해 나란히 모판을 깔았다. 결과는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차이가 났다. 똑같은 환경 조건에서 한 업체의 상토를 사용한 모만 말라 죽은 것이다.

모내기가 한창인 요즘 금정면 청룡리와 세류리 일대 10여 농가에 이같은 못자리 장해가 발생해 농민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

문제의 못자리 장해는 S업체가 제조, 공급한 상토에 모만 앉히면 원인을 모르게 말라죽거나, 백화현상이 나타나고 모의 생육이 더뎌 모내기를 할 수가 없는 실정이어서 농가들은 수천장의 모판을 이미 엎어버렸거나 엎어야할 실정이다.

피해를 입은 몇 농가는 상토를 공급한 S업체로 부터 “상토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고지대의 기후와 불규칙한 날씨에 의한 장해”라는 답변을 들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또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농가들은 이를 호소하거나 보상을 요구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를 쉬쉬하고 있는 것. 그러한 이유는 같은 피해를 입은 청룡리의 박 모씨 말을 듣고 공감할 수 있었다.

“남부끄러워서 암 말도 안했소. 평생 농사짓던 사람이 못자리 잘못했다고 소리 들을까봐서…. 그냥 모판을 새로 만들고 말았지요”라며 멋적게 웃어 넘겼다.

이러한 농가가 세류리에 5개 농가, 청룡리에는 10개 농가에 이른다.

S업체는 세류리가 고지대인 탓에 기후로 인한 장해이고 세류리에서만 이같은 장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지만, 이와 반대로 세류리 보다 해발 200여 m나 고지가 낮은 청룡리에서 오히려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S업체의 상토를 공급받아 못자리를 만든 농가들이다.

이 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금정면 관내에 상당히 많은 농가가 비슷한 피해를 입었으나 피해 규모가 소규모였거나, 농민들이 관리 잘못 탓으로 여기고 쉬쉬하고 있어 크게 부각이 되지 않고 있다며 실제 피해규모는 상당히 클것으로 추측했다.

특히 이같은 피해는 S업체가 공급한 상토 중에서도 ‘중량상토’를 사용한 모판에서 피해가 두드러져 일부 농민들은 상토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으나 상토를 공급한 S업체는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냉해나 자연재해”로만 돌리고 있어 농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금정면사무소나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정확한 원인규명은 고사하고 피해규모 마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중 세류리에서 모판 시료를 채취해간 농업기술센터는 “못자리 장해는 원인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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