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회 '醉中' 행정사무감사 논란

만취상태서 실과소장 불러놓고 횡설수설 '추태'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5년 12월 04일(금) 10:34
영암군의회(의장 이하남)가 지난 11월26일부터 12월1일까지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회(위원장 김철호)를 가동, 군정 전반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벌인 가운데, 한 의원은 만취상태로 행정사무감사장에 앉아 횡설수설했는가 하면, 또 다른 의원들은 “현장방문 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뜨는 등 술 때문에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촌극이 벌어졌다.
오전에 이어 제3차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회가 속개된 지난 11월30일 오후 의회 2층 상임위원회 회의실은 온통 술 냄새가 진동했다. 특위가 열리기 전 대기석에 앉아 감사개시를 기다리던 실·과·소장들 중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의원들은 이날 오전 특위 일정을 끝낸 뒤 집행부 일부 간부와 의회 사무과 직원 등과 함께 오찬을 함께 하면서 상당량의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소주와 맥주를 섞는 속칭 ‘소맥 폭탄주’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술자리는 주사(酒邪)가 심한 의원 때문에 특위가 속개되기 바로 전까지도 계속 됐고, 이 때문에 행정사무감사가 열린 상임위원회 회의실이 온통 술에 찌든 냄새가 진동했던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철호 위원장이 행정사무감사 속개를 선언하자 A의원이 갑자기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현장방문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발언을 한 의원에게서도 역시 술 냄새가 났다. ‘현장방문 일정으로 제3차 행정사무감사특위 활동을 대신하자’는 제안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의원님들 사정에 따라 현장방문을 하시라”고 답했다. 이에 A의원은 감사장을 떠났다.
김 위원장의 감사개시 선언에 따라 일부 의원들의 감사가 진행되는 도중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만취해 감사장에 들어온 K의원은 한술 더 떴다. 건설과장과 팀장 등을 불러놓고 한동안 얘기하던 K의원은 대기석을 휘휘 둘러보다 눈에 띄었다는 듯 모 과장을 가리키며 ‘야, 김OO! 이리 와봐’라고 말하는 등 도저히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는 의원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운 언행을 보였다. K의원은 또 자리에 앉은 채 실과소장들을 향해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느냐”고 고함을 지르다 역시 현장방문을 간다며 감사장을 떠났다. 그러나 그 뒤 K의원의 방에서는 한동안 톤 높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의회 사무과 직원들 사이에서는 평소에도 K의원의 주사에 시달린 나머지 오찬 등이 있을 경우 자리를 함께하기를 꺼린다는 소문도 들린다. 실제로 K의원은 지난해 12월17일 '현대·기아차 공장유치 간담회'에 참석한 뒤 신북면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만취상태에서 “헛돈 쓰고 다닌다. 군민 의견은 물어봤냐”며 횡설수설해 자리를 함께했던 전동평 군수가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찬에서 상당량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진 B의원 역시 ‘현장방문’을 핑계로 행정사무감사장을 떠났다. B의원은 도기박물관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으나 곧바로 특위 진행에 따른 성원을 위해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오후의 제3차 행정사무감사특위활동은 술을 전혀 못하는 김철호 위원장과 박영배 의원, 그리고 박찬종 의원 등 세 명만 제대로 활동한 셈이 됐다.
이로 인해 수감을 위해 대기석에 앉아있던 실·과·소장들은 하릴없이 한나절을 보내야 했고, 일부는 잠시 자리를 뜨거나 서성거리며 시간을 때워야 했다.
한 공직자는 “점심시간에 한 두 잔쯤 반주로 마시는 것이야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러나 행정사무감사라는 의회 본연의 업무가 예정되어 있는데 몸도 제대로 못 가눌 정도로 술에 취해 감사장에서 횡설수설하는 것 자체는 비록 의원이 아니더라도 부끄러운 일 아니냐. 술에 만취한 상태라면 자기사무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거나 현장방문 핑계라도 대고 감사장에 나타나질 말았어야 옳은 일 아니냐”고 꼬집었다.
지역정가에서는 이번 ‘취중’ 행정사무감사에 대해 더욱 혹독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출범이래 집행부가 제출한 안건마다 원안가결하기 일쑤여서 ‘거수기’ 내지 ‘들러리’로 전락했고, 이 때문에 역대 ‘최약체’ 의회라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 행정사무감사와 새해 예산안 심의만큼은 제대로 해 군민들의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마땅했다”면서, “더구나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와 기관 및 단체위임사무에 대해 적법한지 여부나 예산이 당초 의회가 심의한대로 사용되었는지 살펴보는, 의회와 의원들의 고유권한인데 이마저도 내팽개치고 만취상태에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한다면 과연 군민들의 대표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대면접촉방식으로 진행되는 감사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락없이 의원과 공직자가 쑥덕거리는 모습의 감사방식으로 위법사항을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려니와, 위법사항을 밝혀냈다고 하더라도 행정사무감사결과보고서에 담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광역의회처럼 감사모습을 누구나 지켜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감사를 하는 것인지 잘못을 덮어주기 하는 것인지 아무도 모를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실효성 있는 감사를 위해 현행 대면접촉식 비공개방식의 행정사무감사를 개선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여론도 높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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